김준우 “정책 청사진 맞으면, 누구와도 연대” [풀인터뷰]

김준우 비대위원장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이준석·양향자 신당, 일시적 탈당일 것” “선거연합정당, 원내서 공동행보 만들겠다” “병립형 선거제도…민주당 압박하겠다”

2023-12-07     이윤혁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정의당

미미한 지지율, 연이은 선거 패배, 어느 순간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정의당. 

당의 존폐 위기 속에서 정의당은 정치 신인을 비대위원장에 앉혔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당적은 가지고 있었지만 평당원으로 응원석에만 앉아있던 그는 비대위원장이 된 지금도 자신이 “정치인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정치 초보한테 너무 큰 역할을 맡겼다는 우려 속,  그렇기에 오히려 진단이 냉정할 것

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시사오늘>은 12월 6일 정의당 비대위원장실을 찾아 김 위원장에게 당의 미래와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비대위원장을 맡은지 한 달이 되어간다.

“11월 5일 선거연합정당 공식 제안 기자회견을 했다. 취임 기준 3주였다. 만 3주를 기준으로 1막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다.

많은 분들을 찾아뵈면서 해야 할 의무들, 절차들을 겨우 한 기분이다. 취임 당시에는 10일 안에 해치우고 싶었던 일인데, 그 조차도 3주가 걸렸다. 정치 신인 치고는 원만하게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 정의당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존재감이 사라졌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을 해 볼 수 있다. 정책적 어젠다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크게 보면 기대를 많이 해서 실망도 큰 것 같다.

거대 양당은 상식에 반하는 일을 해도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포지션에 있어서 존망을 위협할 정도로 위기가 오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추격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정책, 인물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부족했다고 본다.

노회찬·심상정 이후 국민들의 기대나 호기심을 자아낼만한 적극적인 미래세대를 발굴하지 못했고,사회 의제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열심히 했지만, 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냉정할 것 같다.”

김준우

 

- 내년 총선을 위해 정의당 주축으로 선거연합정당을 제안했다(녹색당·노동당·진보당 등) 각 당의 반응은 어떤가?

(인터뷰 날짜는 12월 6일이다) “이번 주 기준 녹색당과는 선거연합정당 관련 프로세스를 밟을 수 있을 것 같다.

노동당·진보당은 이달 5일 자 공문 발송을 했고, 1차적 화답을 받으려고 하는 시기가 14일이다. 공문 이후 물밑으로 실무자 접촉을 하고 있다. 우리의 제안이 상대방 입장에선 예견치 못한 제안이고, 각 정당이 생각하는 총선 전략들이 있었을 것이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꼭 우리가 원하는 답을 받을 수 있다고는 확신하지 않는다.”

- 노동자를 대표했던 정당인데, 어느 순간 여성 당론만을 이야기하고, 지금은 기후·생태 위기를 이야기를 한다. 파이가 커져야 하는데 작아지는 것 같다, 이러한 비판에 대한 생각은?

“조금 억울한 면이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노란봉투법’ 등 모두 정의당이 주도했다, 노동문제를 등한시한 적 없다. 우리는 일관되게 싸워왔는데 이게 기본값이라 생각하다 보니 더 많은 부분을 기대하는 것 같다. ‘상상의 지평 밖에 있는 것을 꺼내줬으면 좋겠다’는 요구라 생각한다.

기후 문제 역시 의제를 급조한 것이 아니다. ‘가덕도 특별법’도 우리가 반대했다. 우리는 유럽 사민주의 정당을 패스트 팔로어하고 민주당은 정의당의 패스트 팔로어였다. 우리가 선도해야는데 국민들에게 로드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부족한 부분을 넓게 만들겠다. 녹색당과 선거연합이 그런 부분에서 시너지 보일 것이다.” 

- 당의 방향성을 두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먼저 정의당을 탈당한 ‘사회민주당’을 비롯, 탈당을 시사한 ‘세번째 권력’과도 함께 할 수 있나.

“기후위기·불평등·지역소멸 등 양당 기득권 정당에 맞서 싸우겠다는 청사진이 맞으면 누구와도 열려있다. 하지만 그분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사회민주당 같은 경우는 정의당의 전 대표였던 천호선 사무총장이 방송에서 ‘본인들이 가고자 하는 길은 새로운 진보고 우리가 가는 길은 구 진보다’라고 말했다.
그분들 입장에선 탈당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같이 하는 부분에서 주저하는 것 같다. 물밑으로 교감을 시도해 봤는데 지금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기에 이후 일은 모르겠다.”

‘세번째 권력’의 경우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고 들었다. 불가피하게 결별해야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갈등이 남아있는 지점이라기보단 구성원분들의 정치적 선택이 남아있는 시기라 생각한다.”

- 이준석, 양향자 신당과는 거리를 두는 느낌이다.

“그쪽은 일시적 탈당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자민련·국민중심당·창조한국당·국민의당·민주평화당 등 모두 거대 정당으로 복귀했다. ‘제3지대’를 지켜왔던 세력은 진보 정당들이다. 우리는 가치에 기반하는데 다른 신당들은 그렇지 못하다. 예시로 ‘새로운 선택’을 보면 홈페이지에 아직까지도 강령이 없다.

양향자 신당의 경우 강령을 보면 우리와 색이 확실히 다르다. 노동 문제가 의제에 없다.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사람이랑 함께 할 수 없다. 원칙 없는 통합이 그런 것 아니겠나싶다. 우리는 가치를 이야기하고 저쪽은 누가 표가 되냐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 결과적으로 함께 하는 세력을 보면 과거 ‘통합진보당’이 떠오른다.

“녹색당은 계보의 밖에 있다. 진보정당 외에도 직접민주지역당 연합 등 풀뿌리 단위 지역운동하시는 분들과도 함께 하려고 한다.”

- 공천 룰에서 갈등이 있을 것 같다. 

“비례 3번이 A당의 몫이라 하면, 그 부분은 원래 당에서 알아서 하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다만 공동 순번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건 오픈 프라이머리 같은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불공정 시비가 없도록 숙의해서 결정하겠다.”

- 선거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선거 과정에서 케미가 중요하다. 과거 공동교섭단체를 이룬 ‘평화와 정의’를 생각하시면 된다. 교섭단체 수준이 안되더라도 원내 정치에서 공동의 행보를 만들어갈 것이다.  원한다면 본래 정당으로 돌아가도록 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지난 총선 ‘더불어시민당’과 무엇이 다른가.

“지역구랑 비례를 같은 이름으로 출마하는데 의미가 있다. 시민당은 비례만 출마하는 비례전문정당이었다. 우리는 위성도 없다, 행성이 자기혁신을 하는 것이다. 시민당은 민주당이 자기 의석 뺏기기 싫어서 만든 꼼수 정당이고, 우리는 비례 1·2번을 다른당에 주는 희생 정당이다.”

- 선거제도가 병립형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당에서도 병립형으로 퇴행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50분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분들과 기존의 진보 정당들과 연대해서 민주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계획으로 움직여야 될 것 같다. 이재명 대표가 ‘멋있게 져봐야 무슨 소용 있냐’고 말했는데, 공공적인 것보다 당리당략이 먼저라면 유권자가 심판해 줄 것이다.”

- 김 위원장의 비례대표 내지 지역구 총선 출마 가능성은.

“국민들이 제가 출마하는 거에 관심이 있을까?(웃음) 저희는 모든 곳이 험지라 비대위원장이 어디 가느냐가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당에 기여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열어놓고 있다. 다만 과거 김종인 위원장같이 셀프공천해서 들어가는 그런 식은 아니다. 원칙을 가지고 지역구의 경우 당에서 필요하다면 결단할 문제다.”

김준우

- 내년 총선 목표는.

“270만 표의 진보적 유권자들이 다시 선거연합정당을 찍게 하는 것이 목표다. 하나의 진보정당 최대표가 270만표다. 2004년 민주노동당과 지난 21대 총선 표를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의석 수가 다른 이유는 선거제도가 나빠져서 그렇다. 과거에는 병립형이지만 비례 의석 수가 더 많았다. 이번 총선이 끝이 아니기에, 의석 수에 연연하는 것보다, 진보표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

”부족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이 길이 많이 힘들고 외로운 길이라는 것이다.

이 당에서 정치를 하는 건 힘들고 고독한 길이다. 그렇기에 저 또한 응원석에만 있었다. 하지만 ‘투자승수효과’로 비유하면 이만한 값어치를 가진 정당이 없다고 말하고싶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면, 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