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황교안은 이회창을 넘을 수 있을까

당 장악 성공, 중도 확장 실패…이회창 연상

2019-06-06     정진호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당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총리가 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100일 동안 황 대표의 행보에 대한 평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정치 신인’답지 않게 제1야당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투사(鬪士)’로의 변신을 통해 ‘문재인 대항마’로서의 입지를 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도 확장에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면서, ‘제2의 이회창’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보수 내에서 확고한 ‘1인자’에 등극하며 제15·16대 대선에 연속 출마했지만, 두 번 다 고배(苦杯)를 마신 바 있다.

스포트라이트 독점…존재감 부각 성공

지난 2·27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쥔 황 대표는 불과 석 달 사이 당을 완전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4·3 보궐선거에서의 성과가 좋은 발판이 됐다. 4·3 보궐선거에서 한국당은 통영·고성을 사수하고, 창원성산에서 불과 504표 차로 패하며 선전했다. 이 같은 성적표는 당시 창원에 방을 잡아놓고 유세에 ‘올인’했던 황 대표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

보궐선거 직후 벌어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를 놓고 벌인 ‘대여(對與) 투쟁’은 황 대표의 당 장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황 대표는 18일간의 ‘민생 대장정’을 통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면서 ‘한국당의 얼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고, 흩어졌던 보수 세력을 결집시켰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공공의 적’을 설정함으로써 끊이지 않던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간 갈등을 수면 아래로 끌어내렸다. 100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의석 113석짜리 ‘거대 야당’을 완벽히 장악하고, 스스로 ‘구심점(求心點)’이 돼 보수를 결집시킨 것은 적잖은 성과다.

그 결과 황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5월 27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해 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황 대표는 22.4%를 기록해 6개월 연속 1위를 내달렸다. ‘정치인 황교안’이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이회창 넘어설 수 있을까

반면 확장력에 약점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다. 대여 투쟁을 통해 보수 결집에는 성공했으나,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도층의 이탈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수 내 1인자’ 지위를 굳건히 하면서 두 번 연속 대선에 출마(제15·16대)했다가 모두 낙선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연상시킨다는 말이 나온다.

민정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권을 잡은 이 전 총재는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개혁 보수’를 자임했던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를 품는 데 실패하면서 DJ(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39만여 표차 석패를 당한 바 있다.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도 그는 이념적 지향점이 비슷한 정몽준 전 의원과 결합하지 못하고 또 한 번 분루(憤淚)를 삼켜야 했다.

반면 DJ는 JP(김종필 전 국무총리),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몽준 전 의원과 연합하면서 이 전 총재를 두 차례나 패퇴시켰다. ‘강성 보수’에 둘러싸인 황 대표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나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개혁 보수’를 포용하지 못하면 ‘제2의 이회창’에 머무를 것이라는 충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이 전 총재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유권자 중 좌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층, 이른바 중도층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데 나는 이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던 것”이라며 중도 확장 실패를 자신의 패배 원인으로 지목했다. ‘취임 100일’을 맞은 황 대표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