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샤인CEO] ‘승부사’ 동문건설 경재용, 공격적 경영으로 위기탈출 노린다

2019-08-16     박근홍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경재용

'워크아웃 자력 졸업 신화'를 쓴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이 다시 한번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최근 글로벌 경제둔화,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등 대내외 경영여건 악화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경 회장이 이끄는 동문건설은 오히려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며 건설명가 재건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한때 연매출 600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잘나가던 동문건설이 첫 번째 위기에 봉착한 건 2008년, 그해 하반기 건설업계는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주택 수요 감소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 든든한 '빽'이 없는 중견건설사들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미분양 물량 적체로 들어올 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꺼리고, 시행사 연대보증 리스크까지 떠안으면서 심각한 유동성 한파를 겪게 된 것이다. 동문건설도 칼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동문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동문건설은 전사적 역량을 기울였던 평택 신촌지구 개발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곤욕을 치렀다. 자력으로 회사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련의 계절이었다. 몇몇 대기업과 사모펀드에서 동문건설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 회장이 선택한 카드는 '자력갱생'이었다.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동문건설의 힘으로 시련을 이겨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다시는 이와 비슷한 위기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경 회장이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를 이룬 인물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승부수는 주효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회사가 예전의 위용을 되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건설사에게는 쥐약이다. 아무리 훌륭한 건설업체라도 워크아웃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상 신용도와 신인도가 취약해져 수주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그러나 동문건설은 달랐다. 워크아웃 기간임에도 2011년 부산 만덕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2013년 천안 신부주공2단지 재건축사업, 2014년 대전 용운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등 굵직한 도시정비사업을 연이어 따내고, 여러 관급공사를 수주하며 시공 역량을 과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 회장은 살신성인으로 회사의 자력갱생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했다. 그는 워크아웃 기간 동안 약 870억 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해 동문건설을 살리는 일에 썼다. 회장부터 자신을 희생하며 부활의 깃발을 들자 임직원들도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모두가 동문건설 독자생존을 위한 사생결단에 동참했다.

그 결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문건설은 워크아웃에 들어간지 2년 만인 2011년 영업이익 59억4000만 원을 올리며 흑자를 달성했고, 2014년에는 당기순이익(300억700만 원)도 흑자전환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리고 2016년부터 추진한 대규모 사업인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분양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2017년 매출 5529억2200만 원, 영업이익 605억9500만 원을 기록하는 등 예전 건설명가의 위용을 떠올리게 하는 호(好)실적을 이어갔다.

마침내 2019년 5월 동문건설 채권단은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 절차를 종료한다고 동문건설 측에 통보했다. 11년 만에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졸업한 것이다. 그룹사 도움 없이 오롯이 자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첫 사례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하지만 위기는 항상 반복되는 법, 대내외 경제 불투명성 심화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동문건설은 또다시 주춤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동문건설은 매출 3988억3900만 원, 영업이익 20억2700만 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28.77%, 영업이익은 96.65%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66.33% 줄었다. 또한 워크아웃 기간 동안 일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분양잔액도 전년보다 35.5% 감소했다.

자칫 위기일로에 빠질 수 있는 상황 가운데 동문건설이 꺼낸 카드는 뜻밖에도 공격적 경영전략이다. 지난달 창립 35주년을 맞은 동문건설은 앞으로 사업다각화를 통해 내실 있는 건설업체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도권·지방 대도시 중심 도시정비사업 확장 △공공건설·관급공사 수주 적극 참여 △계획적 업무추진을 통한 업무 효율성 제고 등이 주요 골자다. 위기를 건설명가 재건의 기회로 삼겠다는 경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도 동문건설이 이번 위기를 오히려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 회사이기에, 그리고 그 실패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회사이기 때문에 과거를 교훈으로 삼아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워크아웃 자력 졸업 신화'를 쓴 승부사임에도 자만과 방심을 용납하지 않는 경 회장이 든든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만큼, 동문건설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기대된다. 동문건설 입구에는 경 회장이 직접 쓴 '모든 일을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며 일에 착수하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경재용 회장이 이끄는 동문건설이 건설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