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석홍 “국내에 국제 심판 없어서 불이익 받을 것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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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석홍 “국내에 국제 심판 없어서 불이익 받을 것 염려했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9.04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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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홍 다이빙 국제 심판
“2019 광주수영대회…스포츠 외교 부족”
“한국 수영계…분과별 독립위원회 필요”
“개그맨 신동엽…당구 치자고 날 찾아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현존하는 다이빙 국제 심판으로는 유일한 민석홍 심판을 지난 8월 28일 경기도 수원시 한 카페에서 만났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현존하는 다이빙 국제 심판으로는 유일한 민석홍 심판을 지난 8월 28일 경기도 수원시 한 카페에서 만났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5초. 

낡은 자동차를 시동 거는데 걸리는 시간이자, 지루한 하루에 한숨을 한 번 내뱉는 시간, 혹은 새로 만난 상대와 손을 맞잡고 손을 위 아래로 흔들며 악수하는 시간. 일반인에게 5초란 그 정도의 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찔한 스프링보드 위에 서있는 다이빙 선수들에게 5초란, 반동을 이용해 공중에서 아름다운 기술로 몇 차례 회전을 거쳐 입수하기까지의 아주 긴 시간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선수들의 짧은 순간을 포착해 평생의 점수를 남기는 다이빙 심판이 함께한다. 

대한민국에서 아직은 생소한 다이빙 종목의 국제 심판은 총 두 명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다이빙 국제 심판으로는 유일한 민석홍 심판을 지난 8월 28일 경기도 수원시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대한민국에 국제 다이빙 심판이 필요한 이유
“심판이 매기는 종목…인
지도 부족·변방 국가는 점수 안 나와”

ⓒ민석홍 다이빙 국제 심판
ⓒ민석홍 다이빙 국제 심판

- 국제 다이빙 심판 자격을 따기까지의 간략한 여정을 들려 달라.

“중학교 때부터 다이빙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부모님께서 반대하던 시기라 늦게 시작한 편이었다. 친구 따라 시작해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 다이빙 선수 생활을 거쳐 군대에 갔다. 제대 후 지도자 생활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심판을 했다. 국내에 다이빙 심판이 한 명도 없을 때 선배 한 분, 선배 동기 한 분, 후배 하나, 나 이렇게 총 넷이서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이빙이 인기 종목도 아니고, 역량이 높지도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기량이 높아졌을 때 국내에 국제 심판이 없으면, 외국 대회에서 불이익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 여기서 말하는 불이익이란 지식 부족에서 오는 것인가.

“그렇다. 아무래도 기록경기는 심판의 영향이 없기 때문에 승패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경우만 봐도, 소치 올림픽 때 굉장히 잘했는데 심판들 점수때문에 2연패에 실패했지 않았나. 이처럼 다이빙을 포함해 심판이 점수 주는 종목들은 선수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인지도가 없거나 변방에 있는 나라에는 점수가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 그렇다면 현재 한국 수영 심판계의 국제적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메달을 딸만큼 다이빙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남자 선수 중엔 우하람 선수가 세계 탑 10 안에 든다. 일단 탑 10 안에 들어가야 경쟁을 통해 메달이 나올 수 있다.”


“2019 광주수영대회…스포츠 외교 부족”
“한국 수영계…분과별 독립위원회 필요”

- 광주수영선수권대회의 운영에 대해 이런저런 지적이 제기됐다. 심판으로서 총평을 한다면.

“조직위원회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걸로 안다.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돈이 없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 예로는 주최 측에서 심판과 임원들에게 식사를 한 번씩은 제공하는데, 올해는 그런 게 없었다. 또 외국에는 개막식 표를 심판들에게 제공해 참관할 기회를 주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즉 대회 때마다 해오던 관례들을 무시했던 거다.”

- 스포츠 외교가 부족했다는 평인가.

“맞다. 수영인들의 잔치에 심판이나 선수단에게 제공돼야 할 서비스들이 부족했다. 각 나라에 가면 선수단을 위한 공간에 간식이나 음료 등이 풍족하게 제공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심판들이 사비를 걷어서 했다. 결국 각 나라의 선수단에서 불만이 들어와서 대회 중반에야 넣어줬다.”

민 심판은 수영연맹 안에 각 분과별로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민 심판은 수영연맹 안에 각 분과별로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한국 수영계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체육진흥공단에서 각 경기 단체별로 예산을 배정한다. 따라서 수영연맹은 단일 종목이 아닌 5개 종목(경영·다이빙·수중발레·오픈워터 수영·수구)에 대한 예산을 배정받는다. 그러다보니 어느 부문에 어떤 예산을 써야할지 몰라 예산 집행에 어려움이 있다.”

- 수영연맹이 예산을 분배했을 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경영(자유형·배영·평영·접영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 선수가 많다보니 예산이 경영 위주로 돌아가게 된다. 반면 다이빙이나 수구처럼 선수 인원이 적은 종목은 예산 배정에 있어 경영보다 홀대받는다. 그렇게 되면 소수 종목은 계속해서 발전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수영연맹 안에 각 분과별로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시합도 따로, 행정 자체도 경영은 경영대로, 다이빙은 다이빙대로 세분화해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각 분과가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 및 협상할 수 있다. 지금은 경영 위주로 돌아가고, 나머지 분과가 남은 예산으로 박 터지는 게임을 하고 있다. 이건 불공평한 게임이다.”

그는 우리나라 스포츠 행정 체계를 “옛날 30년 전 선수 생활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다. 현재 대한수영연맹 하에 위원회 중 심판위원회, 경기력 향상 위원회 등이 있는데, 이는 모두 통합체제다. 즉 5개 분과가 함께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각 위원회 회의 때 다이빙에 대해 얘기하면 경영 측 위원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경영에 대해 얘기하면 다이빙 측 위원들이 이해하지 못해 비효율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민 심판은 고등학교 동기 중에 동엽이가 나를 찾아오기도 했었다고 회고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민 심판은 고등학교 동기 중에 동엽이가 나를 찾아오기도 했었다고 회고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MC 신동엽이 찾으러 왔던 당구 실력
“대대가 35, 점수로는 1000점에 달해”

- 당구 실력도 프로에 준한다고 들었다.

“당구를 다이빙보다 먼저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께서 당구장을 하셔서 고등학교 입학할 즈음에는 300 정도 쳤다. 그래서 고등학교 동기 중에 동엽이가 나를 찾아오기도 했었다.”

- 여기서 ‘동엽이’가 우리가 아는 개그맨 신동엽인가.

“맞다. 나는 기억이 없는데, 친구들이 신동엽이 나랑 당구치려고 맨날 찾으러 왔다고 전해줬다. 하지만 당시 선수할 때라 오전 수업만 듣고 점심시간에 나가서, 실제로 같이 당구를 친 적은 없다. 동엽이도 내가 잘 친다고 얘기만 들었지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랐을 거다.”

- 지금은 당구를 어느 정도 치나.

“고등학교 때나 대학 다닐 때도 당구를 별로 칠 일이 없었다. 잘 친다는 선배들도 150, 200 정도 치니 500을 놓고 쳐줬다. 지금은 대대가 35점으로 기본 1000점이다.”

- 향후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국제 심판 위에 관리 및 교육을 담당하는 기술 위원이 있다. 국제수영연맹에서 다이빙 기술 위원까지 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 또 당구로는 내년에 선수 등록하려고 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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