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③-수도권] 2030의 분노 "조국이 타노스냐" vs 5060의 피로 "조국 이슈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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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③-수도권] 2030의 분노 "조국이 타노스냐" vs 5060의 피로 "조국 이슈 지겹다"
  • 한설희 기자
  • 승인 2019.09.14 17: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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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조국 사태’에 대해 수도권 청년민심은 공정과 정의에 무게를 두고 ‘정치인의 위선’을 비판하는 반면, 기성세대는 ‘정국 안정’을 중시하며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여야 대치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사오늘
‘조국 사태’에 대해 수도권 청년민심은 공정과 정의에 무게를 두고 ‘정치인의 위선’을 비판하는 반면, 기성세대는 ‘정국 안정’을 중시하며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여야 대치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사오늘

추석 연휴 사흘째를 맞은 주말. 차례와 성묘를 마친 시민들은 ‘진짜 휴식’을 찾아 가족 또는 친구와 저마다의 여유를 즐겼다. 나들이를 위해, 또는 휴일 없는 노동을 위해 부슬비가 흩뿌리는 홍대입구역 번화가를 찾은 사람들. 14일〈시사오늘〉은 이들과 직접 만나 수도권 추석민심을 들여다봤다. 

흥미로운 점은 청년세대(20대·30대)의 반응과 기성세대(50대·60대·70대)의 반응이 극명히 갈린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에 대해 청년세대는 공정과 정의에 무게를 두고 ‘정치인의 위선’을 비판하는 반면, 기성세대는 ‘정국 안정’을 중시하며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여야 대치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분노하는 2030 “조국 행동, 위선적… 대한민국에 정의는 없다”

친구와 영화를 보기 위해 외출했다는 대학원생 안 씨(20대·서울 종로구 거주). 기자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과 관련해 의견을 묻자 “굉장히 충격적”이라며 “문재인과 조국은 무슨 타노스인가”라고 열변을 토했다.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정도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임명이 됐다는 사실 자체로 굉장히 충격적이죠. 그 와중에 자기 가족 수사 건에 대해서는 ‘지시를 하지 않겠다’고? 당연한 말을 선심 쓰듯이 하다니요. 위선적이고요. 행적을 봐서 그것마저 똑바로 이뤄지지 않을게 분명합니다.”

-조 장관이 검찰개혁을 이뤄낼 것 같은가.
“검찰개혁을 왜 자기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네요. 거의 타노스급인데요. ‘아이 엠 인에비타블(I am inevitable, 나는 필연적인 존재다)’도 아니고.”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속 타노스의 대사다.)

마찬가지로 “왜 조국이 검찰개혁 적임자냐”고 반문한 취업준비생 조 씨(20대·경기도 거주)는 “덕분에 문재인을 더 지지하지 않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문재인은 대선 때도 안 뽑았어요. 전 대통령은 개인 능력보다 사람을 잘 부려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통계청장 해임 건도 그렇고 조국 임명 강행도 그렇고, 인사 문제 때문에 더 지지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임명되자마자 검찰수사 축소니, 윤석열 빼고 수사팀이니 뭐니 이런 말이 나오니까 더 (조국이) 장관이 되지 말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권 끝나면 재수사하겠다며 전 정권 다 뒤집을 거 같아요.”

대학 새내기라는 스무 살 이 씨(서울 서대문구 거주)는 “세상에 정의는 없는 것 같다”며 자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국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상에 정의가 없어요.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법의 빈 구멍을 찾아 사기나 치고 다니고. 개인적으로, 문재인은 인사를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대체 무엇을 위해서 공정과 평등을 외쳐왔는지 모르겠어요. 대통령 마음속의 공정과 평등의 정의가 뭔지 궁금해요.”

- 대학 동기나 친구들과 조 장관에 대한 얘기를 나눠본 적 있나. 
“다들 그래요. 문재인 정말 고집쟁이라고. 대체 저만큼의 과오가 있는 사람을 왜 품고 가려는지 모르겠다고. ‘무슨 약점 잡힌 것 아니냐’고 농담도 하고요.”

‘특혜장관 자진사퇴, 불량장관 임명철회’라고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는 횡단보도. 그 아래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회사원 윤 씨(30대, 서울 종로구 거주)는 기자에게 “조국 임명은 정권 차원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옹호하면서도 “조국이 검찰개혁 적임자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국 임명은) 교체시기를 놓친 결과죠. 뭐 정권 차원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고. 법무부장관의 숙제가 검찰개혁인데, 그런 의혹들로 검찰개혁 자질을 논할 게 있을까 싶어요. 물론 청년세대에 대한 조국의 행동은 기만에 가깝다고 느껴요. 투명성의 문제니까요. 그런데 전 조국 딸이랑 관계없이 처음부터 조국 자체가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네요. 검찰 안에서 일해 봤거나 적어도 판사는 해본 사람이었으면 해서…….”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참 주변에 인재풀이 적은 사람이다. 항상 자신의 개인기로 버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로 번화가에서 기자와 만난 50대와 60대 기성세대는 “조국 논란이 지겹다”며 “조국도, 한국당도다 그만 보고 싶다”고 높은 피로감을 보였다.ⓒ시사오늘
대학로 번화가에서 기자와 만난 50대와 60대 기성세대는 “조국 논란이 지겹다”며 “조국도, 한국당도다 그만 보고 싶다”고 높은 피로감을 보였다.ⓒ시사오늘

정쟁 피로도 높은 5060 “조국 얘기 그만 좀 해… 文 싫어도 한국당·언론 지겨워”

반면 50대와 60대로 대변되는 기성세대는 대부분 “조국 논란이 지겹다”며 “조국도, 한국당도다 그만 보고 싶다”고 높은 피로감을 보였다.

추석 연휴를 맞아 가족과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러 나왔다는 회사원 김 씨(50대, 서울 영등포구 거주)는 “지나친 이슈화”라고 단언하며 “그 정도 먼지 안 나오는 정치인 없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이렇게까지 시끄럽게 할 일은 아니지 않나? 물론 저도 처음엔 조금 그랬죠. (입시가) 편파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너무 이슈화가 되니까……. 한국당이 심하게 선을 넘어서 앞서가는 것 같아요. 저도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빽’ 하나 가지고 성공하는 얘기 들으면 기분 나쁘죠. 근데 적당히 해야지, 한 달 넘게 같은 얘기만 맴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미국이랑 일본 때문에 경제가 난리인데 그건 아무도 관심이 없어. TV를 안 보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얘기 나눠본 적 있나.
“회사사람들도 다 처음엔 부모 욕심이 크네 어쩌네 했지만요. 기자님, 솔직히 양심 고백해봅시다. 뉴스에도 나오잖아요. 나경원이나 황교안 이런 사람들도 다 자기 자식한테……. 나라고 안 그랬을까요? 기회가 있다면 안 줬을까요? 부모 입장에선 다 마찬가지에요. 당연히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청렴결백하다는 정치인들 다 조사해보면 그 정도 먼지는 나와요.”

지하철역 출구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기사 강 씨(60대)도 “무조건 한국당 찍는 사람들 아니면 조국 심하게 욕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며 “조국이 장관이 돼서 다행이다”라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장관 시킨 것 잘한 것 같아요. 한번 시켜 봐도 괜찮겠다 싶어요. 나처럼 말하는 사람 많아요. 무조건 새누리당(한국당)만 찍는 몇 명 말고는 보통 그래요. 청문회도 보고 신문도 보고 다 봤는데, 지금은 한국당이 너무 시끄러운 것 같아요. 피로감을 느낍니다. 어쨌든 인사권은 한국당이 아니라 대통령한테 있잖아요. 일을 시켜보고 못했을 때 자르면 되겠죠. 언론도 너무 하루 종일 조국, 조국. 사실 관계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추측성 보도도 많고.”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함께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중년 부부. 이들 역시 “문재인은 준비가 안 된 대통령”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문재인보다 한국당과 언론이 더 싫다”며 ‘조국 이슈’를 총선까지 이어가는 정치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드민턴 치는 친구들끼리 만든 모임이 있어. 거기서도 사람들이 모이면 ‘너무 지겹다’, ‘뉴스거리가 조국뿐이 없느냐’라는 말이 나와. 내가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청년들은 (입시 때문에) 고생 많이 하니까 싫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지겨워 죽겠어. 내년 총선 아직 7개월 남았지? 근데 내가 보기엔 조국 이슈가 크게 영향 안 줄 것 같아.” -이 씨(60대, 남)

“문재인은 왜 그런대? 한번 정도는 더 생각을 하고 사람을 뽑았으면 좋겠어. 난 문재인이 준비가 안 된 대통령 같아. 그러니까 주변 정치인들이 그냥 문재인 지지율만 보고 달려드는 거 아니야. 봐. 안희정부터 시작해서, 그렇지? 나는 문재인 싫어서 안 뽑았어. 그래도 기자나 언론이 더 싫어. 한국당이랑 죄다 한통속 같아.” -송 씨(50대, 여)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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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2019-09-14 19:59:20
다같이 힘을모아야 할때 서로 힘겨루기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