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조국정국 이후의 각 당 손익 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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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텔링] 조국정국 이후의 각 당 손익 계산서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9.15 18: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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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대형 출혈…야권 혼란으로 '파산' 면해
한국, '대박' 기회 놓쳤지만 아직 손실은 없어
바른미래, 흔들림 가중…부동층 증가 새 희망
정의,명분 놓쳐… '선거제 개편'성공해야 실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태풍이 조 장관 임명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해명되지 않은 의혹들과 요동치는 민심, 야권의 반발 등 더 큰 후폭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국 정국'을 지나오면서 정치권 각 당은 무엇을 잃고 얻었을까. 각 정당의 손익계산서를 <시사오늘>이 정리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정국에서 대형 출혈이 있었지만, 야권 혼란으로 파산은 면한 모양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박주민 최고위원. ⓒ뉴시스

민주, 대형 출혈…야권 혼란으로 '파산' 면해

더불어민주당은 조 장관 임명 정국에서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임명에 무게를 두고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여론을 얻는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조 장관 지지자와 반대자 모두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13일 경기도에서 만난 한 시민은 "민주당은 이왕 임명할 거 힘을 실어서 확 끝내고 원래 할 일들을 해야 했다. 조국, 조국 매일같이 일 안하고 대체 뭐냐"고 꼬집었다. 반면 지난 12일 서울역에서 만난 한 시민은 "민주당은 청와대가 하자는대로 거수기 노릇만 했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 소신발언도 쏟아지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민주당은, '반일' 프레임으로 불붙었던 분위기도 식으면서 더 이상 이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긴 힘들게 됐다. 그야말로 대형 출혈이다.

그러나 민주당에게 최악의 상황까진 벌어지지 않았다. 야권이 어수선한 것이 결정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코리아>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26명을 대상으 로 조사하고 1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1.1%로 주요 정당 가운데서 1위를 기록했다. 2위 한국당도 동반 하락하며 18.8%에 그치며 민주당은 어찌됐든 30% 선을 지켜냈고, 간격도 유지했다. 아직까지 민주당에게도 기회는 남아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1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운동경기도 득·실점을 번갈아 한다. 실점을 인정하지만 아직 득점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정책승부"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정국에서 민주당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나온다. 비문계로 분류되는 수도권 한 의원실 관계자는 같은 날 통화에서 "솔직히 다음 총선까지 외줄타기"라면서 "반전 기회를 만들지 못하면 조국 블랙홀에 휩쓸린 채로 끌려다니다가 수도권 궤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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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조국 정국'에서 '기회를 놓쳤지만 아직 손실은 없다. 사진은 1인시위에 나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뉴시스

한국, '대박' 기회 놓쳤지만 아직 손실은 없어

자유한국당에겐 조국 정국은 엄밀히 호재(好材)였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지난 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하늘이 보수를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선 한국당이 조 장관 임명을 내심 기대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 한국당은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을 총동원해서 조 장관 청문회 전후로 공세에 나섰고,  분노한 민심과 함께 박근혜 정부 탄핵 정국 이후 잃었던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는 기회라 여겼다.

예상대로 민심은 조 장관 임명게 분노했다. 상당한 소명기회, 그리고 임명 후에도 조 장관을 향한 여론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KBS의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조 장관 임명에 대해 '잘못했다' 응답이 51%, '잘했다'는 응답이 38.9%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는 한국당의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한국당도 지지율 정체를 겪었다. 이로 인해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 리더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원인으로는 한국당의 대안 부재, 구태적 이념공세, 좁은 대권주자 풀, 여전한 '친박'색 등 여러가지가 제기되지만 어느 하나 즉각 해결될 공산이 크지 않다. 한국당 당직자를 지내며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 대선을 치른 한 30대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만히 버티고 있으면 지지가 '턴(turn)'이 돼 돌아오는 줄 아는 분들이 너무 많다.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서 "한국당은 지금 민주당에 실망한 이들을 받아줄 따뜻한 둥지가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직까지 '큰 손실'은 없다는 것이 위안이다. 황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한국당 인사는 15일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정부여당이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니 곧 기회가 다시 올 것 같다"면서 "그 때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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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은 조국 정국으로 당내 혼란이 가중됐지만, 부동층 증가에 새 희망을 걸고 있다. 사진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의원. ⓒ뉴시스

바른미래, 흔들림 가중…부동층 증가 새 희망

바른미래당은 조국 정국의 여파를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맞았다. 정부여당을 향해 날을 세우긴 했지만 강한 존재감을 피력하진 못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보수통합론이 고개를 들면서 당내 분열이 가속화 되는 모양새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10일 조 장관 임명에 대한 투쟁을 고리로 '국민연대'라는 이름의 반(反) 여권 연합을 제안하면서 또 다시 흔들렸다. 손 대표는 11일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세력이 문재인 정권을 단죄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이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의 동향은 조금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계의 대표격인 유 의원이 잠행을 깨고 지난 10일 "국민의 저항권으로 이 정권을 끝장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는 등, 한국당과 손을 잡는 것을 불사할 분위기다.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 의원(부산시당위원장)은 16일 출범하는 '조국 파면 부산연대'를 한국당과 결성하기도 했다. 바른정당 수도권의 지역위원장 출신 한 인사는 15일 통화에서 "바른정당 출신들 상당수는 한국당의 친박패권만 사라지면 보수를 위해 뭉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바른미래당이 정체성을 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체성을 확립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국 정국이 바른미래당에 혼란만 몰고 온 것은 아니다. 바른미래당에 희망이 될 만한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앞서 언급한 <칸타코리아>의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은 무려 38.5%에 달했다. 같은 기관에서 4개월 전 실시한 조사보다 무려 8.6% 포인트나 증가한 수치이며, 정당지지율 1위 민주당보다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선다. 바른미래당에겐 이들을 지지층으로 흡수할 찬스다.

바른미래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1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바른미래당)이 혼란스러운 거야 어제오늘일이 아니다"라고 농담하며, "거대 양당에 대한 불신임이 드러났으니 우리가 잘 하면 기회가 올 수 있다. 내부 혼란은 지지율이 올라가면 자연히 조용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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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조국 정국에서 불똥을 크게 맞은 곳 중 하나다. 사진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뉴시스

정의,명분 놓쳐… '선거제 개편'성공해야 실리

정의당은 조국 정국에서 불똥을 크게 맞은 곳 중 하나다. 그간 정의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공직 후보자들은 줄줄이 낙마했다. '정의당 데스노트'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정의당이 장고 끝에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겠다"는 최종 입장을 내 사실상 조 장관의 손을 들어주면서, 당내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에 이어, '청년정당'으로서의 이미지도 손상됐다. 조 장관의 의혹들이 정의당의 주 지지층 중 하나인 젊은층의 분노를 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의당은 명분을 송두리째 잃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당 공식 페이스북에는 '부끄럽다', '실망했다' 등 비난글이 쇄도했다. 윤소하 원내대표가 1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내상이 깊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정의당이 명분을 잃어가면서까지 찾는 실리는 선거제 개편이다. 선거제 개편을 위해 정의당은 '2중대'라는 비아냥을 감수하면서 다음 총선에서 도약을 꿈꾸는 중이다. 선거제 개편 시 정의당의 기대 의석은 지금의 6석에서, 최소 10여 석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15일 "지도부의 판단은 아쉽지만, 선거제 개편을 통해 목소리를 더 낼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더 많은 힘이 실리고, 또 더 소신있는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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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란 2019-09-16 20:26:16
궁금증이 많이 풀렸습니다.
정의당이 내부 불만이 있다하니 안타깝네요.
정의당...당원은 아니지만, 심상정을 신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