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한국당의 한 수, ‘민부론’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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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뉴스] 한국당의 한 수, ‘민부론’은 무엇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9.23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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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개입 최소화하고 민간 주도 성장에 초점…양극화 극복 대안 없다는 지적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황교안 대표는 9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를 갖고 “문재인 정권의 반(反)시장 반(反)기업정책을 막아내고 새로운 경제로의 대전환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뉴시스
황교안 대표는 9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를 갖고 “문재인 정권의 반(反)시장 반(反)기업정책을 막아내고 새로운 경제로의 대전환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을 비판하며 대안을 내놨습니다. ‘민부론(民富論)’이 그것인데요. 황교안 대표는 9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를 갖고 “문재인 정권의 반(反)시장 반(反)기업정책을 막아내고 새로운 경제로의 대전환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날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급격한 최저임금인상 △획일적 주52시간제 도입 △반기업 정책 등을 경제 실정이라고 주장하면서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가구당 연간 소득 1억 원 △중산층 비율 70%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렇다면 민부론이 무엇이기에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것일까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민부론이란 국가주도경제를 민간주도경제로 전환시키겠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직접적으로 개입하면서 기업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기업의 활동 영역을 최대한 보장해 민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도죠.

쉽게 말해 국가의 역할은 공정한 경쟁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선에서 그치고, 개인과 개인, 기업과 기업 사이의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게 민부론의 골자입니다. 민부론이라는 이름 자체가 자유경쟁의 필요성을 역설한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저서 ‘국부론(國富論)’에서 따온 것이니만큼, 민간의 자율을 중시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죠.

그러면서 한국당은 규제개혁과 조세개혁, 노동개혁 등을 과제로 제시합니다. 우선 규제개혁의 경우 ‘민간이 하겠다고 하는 일은 가급적 정부에서 막지 말자’는 게 핵심입니다. 여기에는 은산분리 완화, 영리병원 제한적 허용, 공기업 민영화 등의 방안이 들어가 있는데요. 은행이든 병원이든 공기업이든 기업이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막지 말고 다 진입하게 한 다음, 경쟁 체제를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자는 거죠.

조세개혁도 같은 맥락입니다. 법인세와 상속세, 증여세 등은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켜 자본 유출을 유발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 세금들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게 한국당의 생각입니다. 마찬가지로 노동개혁도 경직된 노동 문화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므로, 노동조합의 힘을 빼고 성과가 낮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자유로운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외에도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규제개혁 △조세개혁 △작은 정부 △탈원전 정책 폐기 △시장 중심 부동산 정책 △노동개혁 △복지시스템 재설계 등 총 20개의 정책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과제들이지만,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시장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민부론의 핵심은 ‘국가는 심판 역할만 하고, 기업에 최대한 자율성을 주자’는 거죠.

민부론이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민부론이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이러다 보니 민부론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관통했던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비즈니스 프랜들리(친기업)’ 기조 아래 이명박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인하했던 것이나,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는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를 내세우며 작은 정부를 추구했던 박근혜 정부의 재판(再版)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어제 내놓은 이른바 민부론에는 이미 폐기처분된 747(연평균 7% 성장·10년 뒤 1인당 소득 4만 달러·세계 7대 강국 진입), 줄푸세 등과 같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에 실패한 경제에 대한 향수만 가득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상무위원회의에서 “아무런 새로운 내용도 없이 이미 10년 전 세계 금융위기로 사망 선고가 내려진 시장 만능주의를 다시 관 속에서 끄집어내자는 것이 제1야당의 경제대안이라는 데 대해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노동시장 유연화하자는 황교안 대표의 민부론은 재벌과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드는 1%의 민부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신자유주의가 낳은 양극화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국가와 기업의 부(富) 증가가 자신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대한 해결책”이라고 충고합니다. 자유를 통한 성장에만 집중하고, 양극화 극복을 위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민부론은 과연 문재인 정부에 대항하는 한국당의 비기(祕器)가 될 수 있을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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