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광화문 집회…“국민의 힘으로 조국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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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광화문 집회…“국민의 힘으로 조국사퇴”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10.03 21: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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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권 헌정유린과 조국 파면 규탄대회” 현장
청와대 행진 앞둔 대단한 인파의 물결 ‘눈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10월 3일 개천절 광화문집회 가는 길은 물결과 인파로 기진맥진을 불러왔다. 지하철역에서부터 고생길은 시작됐다.

광화문 역으로부터 두 정거장 전인 5호선 충정로역에 열차가 섰을 때였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나갈 사람은 나갔는데 문은 닫히지 않았다. 그때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광화문역 승객이 너무 많아 앞의 열차가 출발을 못하고 있습니다. 승하차 지연 문제로 잠시 열차를 멈추겠습니다.” 휴대폰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38분. 2~3분여가 지난 후 전철은 출발했다.

이번엔 광화문역 직전인 서대문역. 또 다시 안내방송이 들렸다. “광화문역 승하차 지연…” 2분 이상 지체될 거라는 기관사의 안내가 두어 번 더 반복됐다. 그래도 출발을 못하던 차, 문 밖에서 한 중년 여성이 “광화문역이 혼잡하니 집회 갈 분들은 여기서 내려 이동하시면 된다”고 칸칸마다 들이대며 외쳐댔다. 그 얘기에 광화문 집회를 간다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렸지만, 쫓아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뒤에 서있던 어느 할아버지는 일행이 광화문역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장년층 여성은 광화문집회 참가하러 대구에서부터 올라오는 고향 사람들이 있다며, 만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죄송합니다. 30초 뒤 출발하겠습니다.” 방송을 끝으로 이윽고 전철 문이 닫혀졌다. 시간을 보니 1시 45분. 드디어 전철이 광화문 역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여기저기 탄성이 들려왔다. 전철 창문 너머의 층층계단을 가득 메운 인파를 보며 절로 낸 감탄사들이었다. “난리도 아니네”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충정로역부터 전철이 지연될 정도로 광화문역 주변으로 몰려드는 인파가 많았다. ⓒ시사오늘
충정로역부터 전철이 지연될 정도로 광화문역 주변으로 몰려드는 인파가 많았다. ⓒ시사오늘
광화문역 밖으로 나가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맞춰 잰걸음으로 층층계단을 오르고 있다.ⓒ시사오늘
광화문역 밖으로 나가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맞춰 잰걸음으로 층층계단을 오르고 있다.ⓒ시사오늘

오후 1시 49분. 광화문역 대합실에 발을 내디디면서 인파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인산인해 속 “(좌측)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났으니 층층계단을 이용하라”는 역 관계자들의 외침이 들렸다. 꾸역꾸역 앞의 물결을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한 집회 참가자가 “반갑습니다” 라며 무작정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말에 “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서로들 누군지도 모르면서 주거니 받거니 인사를 건넸다.

1번 출구로 나와 하늘이 보이기까지 수십 여분이 지났다. 세종문화회관을 관통해 광화문 광장으로 가야하는 난코스가 등장했다. 보통은 몇 분이면 갈 거리지만, 인파에 갇혀 간신히 잰걸음으로 전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세종대왕 동상 근처에 다다르자, 자유한국당과 시민단체, 일반 시민이 뒤섞인 가운데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과 위선자 조국 파면 규탄대회’가 한창이었다. 멀리 무대 위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목소리로 넘어갔고, 환호 열기는 몇 곱절 커지는 분위기였다. 삭발한 모습의 황 대표는 남청색 줄무늬 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조국은 구속돼야 할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밀어붙이는 문재인 정권이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지금 정경심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고 한다” “조국 사태에 문재인은 책임을 져야한다”며 구호를 외치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메아리 돼 반복됐다.
 

10월 개천절에는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과 조국 파면 규탄 대회 무대가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시사오늘
10월 3일 개천절에는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과 조국 파면 규탄 대회 무대가 광화문 광장 세종문화회관 주변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시사오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은 구속돼야 할 사람이며 물러나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에 대해 책임지라고 촉구했다.ⓒ시사오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은 구속돼야 할 사람이며 물러나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에 대해 책임지라고 촉구했다.ⓒ시사오늘

주로는 장년층이 가장 많이 참여한 듯했다. 그러나 청소년부터 대학생, 30대 직장인부터 70대, 그 이상까지 전국적으로 세대별 전 연령층이 골고루 참여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열네 살 중학생(남) 강모 군은 아빠(50대) 따라 오게 됐다며 쩌렁쩌렁 울리는 광화문 광경에 압도당한 모습이었다.

잠실 거주 20대 대학생 양(남) 군도 아버지와 함께 온 경우였다. 조국 퇴진 깃발을 든 양 군은 “이대로 가다간 이 나라에 더는 살기 힘들 것 같아서 오게 됐다”며 참가 이유를 밝혔다.

양군의 아버지(60대)는 학사장교 출신 동문들과 함께 집회에 왔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조국과 문재인이 이 나라를 공산주의로 만들고 권력형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들 잔치 벌이는 것에 너무 분노해서 왔다”며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문재인 정권 2년 3년 만에 나라가 쑥대밭이 됐는데, 개천절을 맞아 나라를 새로 여는 마음으로 계속 투쟁할 것”이라며 “오늘도 동기들이 1000명 정도 나왔다. 서울역부터 광화문까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고 전했다.

인천에 살고있다는 38살의 남성은 자신은 자영업을 하는데, 조국의 특권 때문에 집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아내와 함께 집회에 온 30대 서 씨(남)는 “조국이랑 문재인 대통령 하는 짓이 너무 화가 나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 홍제동에 사는 60대 주부는 “유튜브 전광훈 목사 영상 보고 오게 됐다”며 “조국을 끌어내야 한다. 나라가 사회주의가 돼서는 안 된다. 나라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오후 3시부터 청와대로 진격한다고 했는데, 4시가 됐는데도 왜 출발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행렬을 따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40대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선 70대 할머니(서울 거주)도 “나라가 걱정돼 왔다”며 “주변 얘기 들으면 민심이 장난이 아니다. 조국이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20대 딸과 함께 온 주부(50대)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묻자 “다들 같은 마음 아니겠냐”는 말로 대신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왔다는 23세 대학생 황 군은 “검찰개혁 촛불집회 때 5만이니, 200만이니 말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말 나오면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와봤다”고 했다. 황 군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많지만, 판단은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런가 하면 “집회 때문에 출근을 못하고 있다”는 웃픈 상황도 전해졌다. 세종문화회관 계단 입구에서 만난 20대 직장인(남)은 “광화문 건너편이 직장인데, 2시간 째 건너지 못하고 있다”며 스스로 처한 상황이 황당한지 너털웃음을 지었다.
 

개천절날 모인 광화문 집회는 자유한국당과 시민단체, 곳곳의 시민 참여로 장사진을 이뤘다. ⓒ시사오늘
개천절날 모인 광화문 집회는 자유한국당과 시민단체, 곳곳의 시민 참여로 장사진을 이뤘다. ⓒ시사오늘
인파에 밀려 떠내려가듯 내려가다보니 광화문 광장에서 어느덧 시청역까지 와 있었다. 시청 부근에서는 우리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었다.ⓒ시사오늘
인파에 밀려 떠내려가듯 내려가다보니 광화문 광장에서 어느덧 시청역까지 와 있었다. 시청 부근에서는 우리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었다.ⓒ시사오늘

 

집회 현장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건물 높은 곳에 올라 수많은 인파의 물결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허사였다. 그저 인파에 밀려 떠밀리듯 내려 가다보니 어느덧 시청역까지 다다랐다. 시간도 오후 5시가 훌쩍 넘었다. 그 사이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 연설의 전광판도 보였고, 이재오 전 의원과 전광훈 한기총 목사의 진행 아래 문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다는 모의재판식 퍼포먼스형 연설도 들려왔다. 시청 건물 코앞에서는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의 연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뻐근한 몸으로 1호선 신길 방향의 전철을 탔다. 안에서도 광화문 집회를 둘러싼 시민들의 얘기가 오고갔다. 인천을 향해 가는 50~60대로 보이는 남자 둘 중 한 이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노무현은 그래도 순수했다. 문재인은 아니다. 잘한 게 뭐가 있냐”고 씁쓸해했다.

한편, 집회 규모에 대해 한국당은 민주당이 200만 명으로 추산한 서초동 집회보다 많이 왔다는 풍자의 의미로 300만 명을 추산했다. 일반 시민이나 고성국 평론가 등 집회 참가자 등은 150만 명 추산을, 광화문부터 시청까지 페르미 기법을 통한 경찰 추산으로는 서초동 인파의 2배 이상인 32만 명 가량이 집계됐다. 군중 속에 있어 정확히 몇 명이 왔는지 알 수 없으나, 저녁까지 청와대 앞 시위는 멈춰지지 않고, 대학로에서 열리는 대학생들의 집회 역시 이어지지고 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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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2019-10-16 13:50:46
류여혜나 김순례 등등이 연상되는 기자인 것 같습니다.
그간 기사를 읽어 본 바로는...

시사인 2019-10-03 21:52:14
서초동 집회는 나가보시고 쓰신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