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침서2⑤] 바른미래당 전대위 “우리의 사퇴로 당이 바뀐다면 더 한 것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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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지침서2⑤] 바른미래당 전대위 “우리의 사퇴로 당이 바뀐다면 더 한 것도 할 수 있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10.09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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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김혜빈 전국대학생위원회 위원장·우종혁 수석부위원장
“바른미래당에게 청년은 전세보증금…보증금 그만 까먹으세요”
“다를 바 없는 손 대표의 조국 비판, 우리를 더 부끄럽게 만들어”
“창당? 분당? 퇴진? 모두 방법론일 뿐…창당정신으로 가야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청년지침서 시즌2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바른미래당 김혜빈 전대위 위원장(이하 김)과 우종혁 수석부위원장 겸 서울특별시당 대학생위원장(이하 우)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청년지침서 시즌2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바른미래당 김혜빈 전대위 위원장(좌)과 우종혁 수석부위원장 겸 서울특별시당 대학생위원장(우)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저 눈물 날 것 같아요.”

지난 9월 28일 임명장을 건네준 당대표 앞에서 사퇴를 선언하며, 대표에게도 사실상 사퇴를 촉구한 이들이 있다. 소위 ‘요즘 애들’의 당돌함과 두둑한 배짱을 가졌을 것만 같은 이들은, 바로 바른미래당 전국대학생위원회(이하 전대위)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시절부터 그들의 20대 청춘을 바친 정당을 향해 ‘도무지 자부심도, 어떤 긍지도 없고 허탈할 뿐이다’는 말을 내뱉기까지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그럼에도 떠나지 못한 채 당을 살리고자 또 한 번의 마음을 쓰고 있는 그들은 인터뷰 중간에 코끝이 찡해져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으며, 인터뷰 내내 바른미래당의 내홍(內訌)에 그 누구보다 마음 아파했다. 

청년지침서 시즌2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바른미래당 김혜빈 전대위 위원장(이하 김)과 우종혁 수석부위원장 겸 서울특별시당 대학생위원장(이하 우)이다. 국회에 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던 7일 늦은 오후 의원회관, 그들의 사퇴에 대한 솔직한 심경과 바른미래당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았다. 


“우리의 사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체계 하에서 도무지 활동할 수 없었다”

앞서 9월 28일 전대위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바른미래당 청년들에게 큰 울림이 됐다. 바른토론배틀을 통해 임명된 김홍균‧김현동 청년 대변인도 4일 국회에서 “바른미래당의 청년 정치는 실패했고, 손 대표의 청년 정치는 더 실패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혜빈 위원장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체계에서는 도저히 활동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답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혜빈 위원장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체계에서는 도저히 활동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답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그 날의 상황을 간략히 알려 달라.

김) “몇 달 전 최고위원회에서 운영위원으로 임명은 됐지만, 임명장은 그 날 받았다. 사실 그 날은 정책토론회가 주였고 겸사로 임명식을 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임명장을 받고 인사말을 할 때 사퇴 선언을 했다.”

- 어떻게 사퇴를 결정하게 됐나. 즉흥적으로 나온 것인가.

우) “기습적인 사퇴라는 기사가 많았지만, 그 전부터 내부적으로 사퇴에 대한 의견은 어느 정도 모인 상태였다. 또 사퇴가 아니라면 사실상 당내에 목소리를 규합해서 보여줄 수단이 없다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사퇴를 하는 쪽으로 의사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당대표님께 우리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을 찾았다. 마침 그 시점이 임명식이었다.”

- 사퇴가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 같다.

김) “사실 전대위가 따로 운영비를 지원 받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이라 경제적 여유도 없고, 황금 같은 시간이 가장 큰 자산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시간을 쓰면서 몸 담았던 정당이 바른미래당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손 대표님 취임 후 청년 관련 활동들이 정체됐다. 자체적인 활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종용되니까 답답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체계에서는 도저히 활동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우) “대학생들이나 청년 당원들은 개인적으로 돈 쓰고, 시간 쓰고, 노력 쓰면서 궁극적으로 당에 베팅(betting)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에 투자하고 있는 청년 당원들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외면되는 상황에 직(職)에 대한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크고 대단한 직은 아닐지언정 이를 포기함으로써 당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면, 자리를 내려놓고 독립되고 굳건한 목소리를 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 사퇴하지 않고 남아서 목소리를 내며 맞서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김) “굉장히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나서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임명해준 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면 그분이 더 마음 아프지 않을까?’, ‘더 와 닿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사퇴했다. 또 청년 모두가 같은 의사를 보이며 사퇴한다면, 일부의 검은 세력이 아닌 당 청년들의 목소리라고 진정성 있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청년 사퇴 릴레이를 택했다.”

우) “혹자는 전대위 위원장이 사퇴하는 게 영향력이 얼마나 크겠냐고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것들 바꾸자고 청년 정치하는 거다. 전대위 사퇴 후 청년 대변인단에서도 연이어 사퇴했다. 이런 사퇴의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청년들이기 때문에 미숙하다고, 청년들이기 때문에 감정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다.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우리의 사퇴로 당이 바뀔 수 있다면 우린 더 한 것도 할 수 있다.”


“청년들과 잘해오다가 어느 순간 병풍으로 만들었다”
“손 대표가 조 장관의 위선을 비판할 자격이 있나”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2018년 9월 2일 손학규 대표가 취임식을 가졌다. 왜 당대표가 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손 대표는 ‘나는 국회의원 4번 했고, 경기도지사도 했는데 이제 뭘 하고 싶어 하겠냐’며 청년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제3의 길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지난 1년 간 손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그 약속과 거리가 멀었다고 평가했다. 

우종혁 수석부위원장은 "그와 다를 바 없는 손 대표님의 조국 장관에 대한 비판은 우리 정당을 더 부끄럽게만 만든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우종혁 수석부위원장은 "그와 다를 바 없는 손 대표님의 조국 장관에 대한 비판은 우리 정당을 더 부끄럽게만 만든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손학규 당대표가 들어오면서 정체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김) “안철수 대표에 대한 청년의 열광으로 태어난 국민의당과 여의도에서 청년정치학교를 성공시킨 바른정당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정당이 바른미래당이다. 처음에는 이런 정당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의원님들도 우리에게 애틋하셨고,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같이 의견 공유하고, 간담회를 요청하면 흔쾌히 해주셨다. 전대위와 연합해 김수민 의원님과 내일티켓을 통한 입법 활동도 지속해왔다. 민주당이나 한국당이 청년청년 하지만 사실 바른미래당이 먼저 시작했다. 우리는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게 끝난 거다. 똑똑한 청년들과 함께 잘해오다가 어느 순간 뉴스 한 컷에 담긴 병풍이 돼버린 거다. 굉장히 허탈했다.”

- 손 대표의 어떤 부분이 가장 실망스럽나.

우) “청년 시절의 손 대표님께서 당시 김대중 총재와 김종필 총재를 향해 청년들이 정치를 이끌어 갈 수 있게끔 노욕(老慾)의 정치를 멈춰 달라고 말씀하셨다. 상황이 바뀐 지금 손 대표님은 청년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얼마나 귀담아 듣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에 어른이 부재하다는 말이 있다. 손 대표님은 충분히 우리 정치 사회에 큰 어르신이라 불릴 수 있을만한 분이었다. 그분이 우리 당에서 하셨어야 했던 역할은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통합했을 때 모든 계파를 품어내고 그 속에서 청년을 기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청년 기용에 대한 의지도, 김수민 의원님의 ‘내일티켓’, 권은희 의원님의 ‘언니가 간다’와 같은 청년 정치 브랜드도 없다. 

손 대표님의 이러한 모습 때문에 조국 사태를 비판하는 대표님의 모습이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조국 사태에서 청년들은 위선과 표리부동(表裏不同)을 느껴 분노했는데, 그와 다를 바 없는 손 대표님의 조국 장관에 대한 비판은 우리 정당을 더 부끄럽게만 만든다.”

우 수석부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의 해결책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답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우 수석부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의 해결책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답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분당, 창당, 당 대표 사퇴 등 여러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해결했으면 하나.

우)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비슷한 것처럼 공식을 쓰다가 틀리면 이거 지우고 여기서부터 다시 하는 게 아니라 다 지우고 새로 공식에 대입하는 게 좋은 방법이지 않나. 이처럼 바른미래당도 창당 정신이 무엇인지 원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에서 떼어져 나온 바른정당과 민주당의 구태한 정치가 싫어 나온 국민의당의 합당을 누군가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냐고 하시는 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최대공약수는 개혁정신이다. 이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당에서 대표가 퇴진해야 한다, 분당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플랜이 나오고 있지만, 이건 모두 방법론적인 것에 불구하다. 결국 우리 정당은 창당 정신을 다시금 되돌아봐야 한다.”

- 아직까지도 바른미래당이 제3정당 혹은 대안정치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보나.

김) “물론이다. 나이 있으신 분들께서 ‘우리 때는 영호남이었지만 나는 바른미래당 기대한다. 하지만 지금은 투표 못한다.’고 말씀해주신다. 이처럼 요즘 우리나라 정치가 80년대 같다며 거대 양당에 대한 회의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우리 당이 가진 가치를 보여준다면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 “바른미래당이 추구하는 가치는 대한민국에 충분히 뿌리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양당체계가 갖고 있던 문제점 때문에 지금까지 혁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바른미래당은 탄생만으로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나온 것들을 자성하고, 앞에 맞닿은 시간을 바꿔나간다면, 바른미래당이 제3지대나 개혁정당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표님 앞에서 임명장을 받은 날 사퇴를 발표한 건 무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 위원장은 "대표님 앞에서 임명장을 받은 날 사퇴를 발표한 건 무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대표님 앞에서 임명장을 받은 날 사퇴를 발표한 건 무례했다고 생각한다. 위원들도 공감하고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우) “이번 인터뷰는 작금의 상황을 기록하기 위한 취지다. 지금 당장 바꿀 순 없지만 이런 것들을 겪어 왔고, 이러한 목소리를 냈고, 또 이러한 정치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다. 바른미래당에 바른미래가 없는 것에 대한 절망감, 청년 정당을 표방하지만 청년 정치가 없는 허무함, 청년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과 치기어린 목소리라는 평가가 모여 반향을 일으키고 싶었다. 어딜 가도 뒤지지 않을 능력 있는 바른미래당 청년들의 목소리는 변함 없을 것이다.”

김) “국민의당도 바른정당도, 그리고 그 둘이 합쳐진 바른미래당도 청년이 있기에 만들어진 정당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바른미래당에게 청년은 일종의 전세보증금인데, 당이 보증금을 그만 까먹었으면 좋겠다.”

우) “전세보증금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지 않나. 바른미래당에게도 청년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이 전세보증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으면 좋겠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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