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헛발질, 중도층 외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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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헛발질, 중도층 외면 부른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0.3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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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거 승패는 중도층에 달려…지지층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자유한국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낙마에 기여한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주고 상품권까지 지급했다가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낙마에 기여한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주고 상품권까지 지급했다가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은 여론 흐름을 바꿨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는 날로 하락했고, 굳건하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조 전 장관 사퇴 직전인 10월 14일 <리얼미터>가 공개(YTN 의뢰로 10월 7~8,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34.4%)과 민주당(35.3%)의 지지율 격차가 0.9%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일련의 여론 변화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은 이른바 ‘조국 사태’의 영향이 컸다. 나라 전체가 ‘조국 수호’와 ‘조국 사퇴’로 갈라지면서, 조국 사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한국당에게 힘을 싣는 양상이 포착됐다. 조국 사태에서 나타난 정부여당의 독선적 움직임에, 국민들이 한국당에 지지를 표하는 방식으로 제동을 건 셈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물러나면서, 한국당 지지율은 조국 사태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28일부터 30일까지 수행해 3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8%포인트 떨어진 30.4%로 나타났다. 조 전 장관 지명 직전인 8월 9일 <리얼미터> 조사(tbs 의뢰로 8월 5~7일 실시)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29.6%였으니, 조국 사태 당시 한국당으로 유입됐던 지지율이 고스란히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이처럼 조국 사태로 얻은 지지율을 지켜내지 못한 것은 한국당의 ‘헛발질’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조 전 장관 사퇴 직후,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공천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챙기겠다’는 의도였지만,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의원들에게 마치 훈장을 주는 듯한 모습은 일반 국민들의 상식과 동떨어진 행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22일에는 조 전 장관 낙마에 기여한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주고 상품권까지 지급했다가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28일에는 문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등장하고 ‘신나게 나라 망치더니 드디어 미쳐버렸군’,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옷도 입을 줄 모르는 멍청이를 임금으로 둘 수 없지’ 등의 표현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발표, 바른미래당으로부터도 “품격을 지키라”는 꾸짖음을 들었다. 조국 사태로 맞은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에서, 비상식적이고 극우(極右)적인 행보로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이다.

사실상의 양당 체제 하에서, 야당은 여당의 실정(失政)만으로도 지지율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조국 사태가 빚어낸 ‘민주당 우위 구도 붕괴’는 여당과 야당 지지율이 연동해 움직인다는 명백한 증거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당의 지지율이 상승은커녕 조국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국민들이 한국당을 ‘대안 정당’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물론 그 원인은 앞서 언급한 ‘비상식적 행보’일 공산이 크다.

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이 3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준엄한 국민의 평가를 받으려면 저희 당이 좀 잘해야 하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지지층이 보면 속 시원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정치를 해서는 광범위한 국민 대중의 지지를 얻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 의원 말처럼, 한국당이 진정으로 총선 승리를 원한다면 이제는 ‘지지층의 환호’에서 벗어나 ‘국민의 상식’에 맞춰야 할 때가 아닐까.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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