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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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명과 암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9.11.13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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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온·오프라인 행사 올해도 부작용…자화자찬 무색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모델이 1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열린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 중소기업 우수제품 판매전 득템마켓'에서 우수 중소기업 브랜드 대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중소기업 우수제품 판매전 사무국 제공) ⓒ뉴시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가 몰려있는 11월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쇼핑의 달’이다. 국내에서도 언젠가부터 연말에 집중돼 있던 마케팅을 한달 여 앞으로 당겨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한 쇼핑 축제를 벌이기 시작했다. 해외 직구족이 늘면서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등에 소비자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전략인 동시에 11월부터 소비 진작에 불을 붙여 연말까지 분위기를 끌고 나가겠다는 포석도 담겨 있다.

올해 11월도 분주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쇼핑 행사는 ‘코리아세일페스타’다. 지난해까지는 정부가 주도했지만 올해부터는 민간 주도로 바뀌었으며 행사 기간도 2배 가량 늘리는 등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는 분위기다. 근본적으로는 국내 유통업계가 미국처럼 직매입이 아닌 구조에서 할인 폭을 크게 늘릴 수 없는 데다 태생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행사인 만큼 주체적으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코세페’ 인지도도 아직 낮다.

그동안 11월 쇼핑 행사를 이끌어온 이커머스는 그나마 분위기가 낫다. 위메프, 티몬, 이베이코리아 , 11번가 등 이커머스업체들은 빠르면 지난달 말부터 ‘파격 할인’을 내세운 자체 할인행사를 시작하면서 열기를 고조시켰다. 열흘여 간의 행사가 끝난 뒤 이들 업체들은 저마다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이커머스업계가 지난 몇 년간 11월 쇼핑축제를 주도해온 만큼 소비자 인지도도 높아지고 자체 행사들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한꺼번에 많은 주문이 몰리면서 물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배송 불만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대다수 오픈마켓의 행사 상품 리뷰를 살펴보면 수일째 배송이 되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판매자 측에서 물량 부족으로 주문을 자체 취소시키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오픈마켓은 법적으로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 역할만 할 뿐 상품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아 소비자가 피해를 구제받기 어렵다.

유통업체들이 벌이는 상시 할인행사와 데이마케팅에 대한 소비자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한국판 블프’의 장애물이다. 최근 유통업계는 업황이 나빠지면서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최저가’에 혈안이 돼 있다. 지금처럼 출혈경쟁이 계속된다면 한국판 블프도 흔한 ‘OO데이’ 중 하나가 될지 모를 일이다.

코세페 흥행 참패, 이커머스업체의 물량 부족 등의 문제는 사실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소비자들도 매년 돌아오는 한국판 블프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 또다시 문제점이 반복될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11월 축제를 위해 자화자찬보다는 고질병이 무엇인지 먼저 돌아봐야 할 때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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