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악화일로…미래 생존전략 짜는 건설사들
스크롤 이동 상태바
건설경기 악화일로…미래 생존전략 짜는 건설사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12.04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차 산업혁명·기술개발·브랜드 리뉴얼·사업 다각화·인적 쇄신 
“중요한 건 관행 개선, 손발만 바꾸고 생각은 그대로면 의미 없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건설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각 건설업체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이 내놓은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국내 건설경기는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불황기에 진입, 오는 2020년대 초중반까지 침체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건설투자가 지난해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5% 이상 감소율을 지속하는 등 빠른 하락세를 보이며 불황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이처럼 건설경기가 당분간 악화일로가 예상되는 주된 이유는 국내 건설수주의 감소다. 대한건설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건설수주액은 2017년 160조5000억 원, 2018년 154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올해에는 148조9000억 원, 내년에는 140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해외 수주환경이 나빠지자 최근 수년 간 국내 건설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 건설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물이 바닥을 보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생활 SOC, 도시재생 뉴딜사업, 광역교통망 확충 등 건설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착공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회적 갈등과 절차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대책은 오는 2022년 이후에나 건설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국내 건설시장은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가량에 불과한 만큼, 그 영향도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정부 대책에 따른 반전은 어렵다는 평가다. 패스트트랙, 차기 총선 등의 문제로 정치권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점도 지적된다.

건설업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저마다 미래 생존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 시사오늘
건설업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저마다 미래 생존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 시사오늘

이에 국내 건설사들은 저마다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수립해 선제적으로 미래 불투명성을 대처하는 모양새다.

우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ICT업체와의 협업을 확대하는 눈치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들은 삼성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ICT업체들과 함께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대림산업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구글 어시스턴트와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연동한 스마트홈 시스템을 지난달 발표해 눈길을 끌었으며, 같은 달 GS건설은 스마트홈 시스템의 취약점인 보안 기능을 강화한 AI 스마트홈 시스템을 공개해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대우건설도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 푸르지오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술과 상품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건설의 'H 시리즈'다. 현대건설은 '고객이 살고 싶은 집, 고객에게 필요한 기능을 갖춘 집'이라는 슬로건 아래 'H 클린알파, 'H 월', 'H 세컨리빙', 'H 드레스퀘어', 'H 스터디룸', '보이는 초인종 H 벨', 'H 오토존' 등 신상품 아이디어를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건설은 얼마 전 열린 '제10회 대한민국 그린건설대상'에서 'BIM 기반 연돌 해석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출품해 스마트컨스트럭션 대상을 수상했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BIM(가상공간 빌딩정보모델링)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활용해 공사비 절감, 공기 단축 등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브랜드 리뉴얼은 상위 건설업체 대부분이 이미 단행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 디자인과 콘셉트를 변경했으며, 대우건설은 '푸르지오'를 16년 만에 리뉴얼했다. 호반건설은 '호반써밋'을 새롭게 선보이고 '베르디움' 디자인을 변경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1월 기존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한 '롯데캐슬 3.0'을 공개했고, 이보다 앞선 지난해 쌍용건설은 통합 브랜드 '더 플래티넘'을 출시했다. 또한 지난달 대림산업은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아크로' 리뉴얼을 선언했고, 같은 달 업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넥스트 래미안 라이프'를 발표했다. 한화건설은 통합 주거 브랜드 '포레나'를 신규 런칭한 이후 분양시장에서 4개 단지 연속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장 선점, 기술·상품 개발, 브랜드 리뉴얼 등은 국내 주택시장의 위축 속에서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선현장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데에 보탬이 되는 생존전략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지속되자 분양가를 사수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혹평도 나오지만,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도 눈에 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본업인 건설·부동산개발사업 부문 실적이 하락하자 호텔·리조트업으로 사업을 확장한 데 이어,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단했다. GS건설은 지난달 자회사 자이에스앤디(자이S&D)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켰다. GS그룹의 승계구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GS건설이 내세운 표면적인 상장 이유는 국내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사업 다각화 차원의 중소규모 부동산 시장 내 지배력 강화다. 또한 호반건설은 엑셀러레이터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설립하고 스타트업 육성·투자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구조조정 등 인적 쇄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건설업계는 올해 들어 해외시장과 내수시장 먹거리가 급감하자 너 나 할 것 없이 인원 감축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연말인사를 실시하면서 경영기획부를 해체하고 경영기획실, 글로벌마케팅실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배치했다. 지난 상반기에는 GS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최근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플랜트사업 부문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으며, 대림산업은 지난해부터 플랜트사업부 인력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국내 건설수주 감소로 가장 치명타를 입은 중견 건설사들 중 일부 업체도 현재 점진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보가 허울뿐인 생존전략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불공정하도급, 불법 수주전, 대기업 오너일가의 곳간이라는 인식, 정관계 로비 등 관행을 개선하지 않는 한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법하도급, 하청에 재하청 등 일선현장의 문제점은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 모그룹이나 오너일가의 곳간이라는 인식이 내부에서부터 깔려있으니, 품질로 승부를 보려하지 않고 후려치기만 할 수밖에 없는 거다. 이번에 한남3구역 사업에서 불거진 불법 수주전 논란도 마찬가지"라며 "생존전략이라는 게 따로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관행부터 개선하는 거다. 그럼 안팎으로 알게 모르게 새 나가는 돈이 자연스럽게 절약된다. 머리는 그대론데 손발만 바꾸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