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연임기준이 오로지 실적?…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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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CEO 연임기준이 오로지 실적?…씁쓸하다
  • 정우교 기자
  • 승인 2019.12.1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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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획기적인 조직체계 개편 등 문제 대응능력도 중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상기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시사오늘 정우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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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말이 다가오면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금융권 CEO들의 실적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좋은 성적을 거뒀다. 종종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표현으로, 업계의 현 상황은 긍정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부분 사실이고, '호실적'도 업계 이슈 중 하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고 보도하는 과정은 본연의 업무라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도 든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금융권 CEO의 연임이 오로지 '실적'으로만 판단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기자가 담당하고 있는 각 업권들을 살펴보면 그들을 괴롭혀왔던 부정적 이슈들은 어느정도 해소되고 있거나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꿈틀대고 있다. 특별히 나빠진 기업이 아니라면, 대부분 좋아지고 있는 실적이 CEO의 연임을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이 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게다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 낯뜨거운 '찬양가'와 의미없는 '자화자찬'이, CEO 본연의 역량을 오히려 희석시키고 업계를 향한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CEO 연임에 얼만큼 영향을 끼칠지도 의문이다. 

또한 사상 최대의 실적이 재임기간 제기됐던 '논란'을 가리는 일도 우려스럽다. "어쩔 수 밖에 없었다"는 식의 변명이나 '대승적인 차원'으로 포장되는 행태는 2차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법적인 제재를 받고 있거나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사안이라면, 실적을 앞세운 '자화자찬'은 오히려 '불편감'만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실적이 대표의 연임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는 재임기간의 공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조직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했거나 업계 환경에 유기적으로 대응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얼만큼 잘 풀어냈느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주 및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연임을 판단하는데 한몫한다.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 금융권 CEO들은 회사의 실소유주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비롯한 조직 내부 평판 등도 연임기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재임기간이 짧은 금융권 CEO들에게 실적은 연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불필요한 우려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추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언론은 명확한 자료를 제시해야 하며, 이사회는 실적을 기반으로 한 종합적인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전교 1등이 꼭 리더십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전부터 반장 후보에 꼭 '전교 1등'의 이름을 넣으며 반을 잘 이끌어주길 기대해왔다.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CEO들을 보는 금융권 안팎의 시선도 그동안 다르지 않았다. 실적이 회사의 성장을 모두 보장하지 않으며 국가의 경제를 이끌지 않기 때문에, 과거의 시선은 반드시 변해야 한다. 

또한 호실적을 이끈 공(功)과 논란을 야기한 과(過)는 분명 균형있게 다뤄져야 한다. 실적에 취하지 않은 자정(自淨)도 계속돼야 한다. 한해를 마무리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은 진정한 호황을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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