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황교안이 언급한 ‘이회창 공천 모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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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뉴스] 황교안이 언급한 ‘이회창 공천 모델’이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2.12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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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총선 공천 앞두고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물갈이’ 단행…273석 중 133석 획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는 2000년 제16대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를 단행하며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뉴시스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는 2000년 제16대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를 단행하며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칼바람’ 기운이 감지됐기 때문인데요. 12월 6일 황교안 대표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이회창 전 총리의 공천 모델을 배워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분이 완전히 성공한 분은 아니라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지만, 총선 승리를 이끈 모델을 배울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황 대표가 언급한 ‘이회창 공천 모델’은 2000년 제16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단행했던 ‘물갈이’를 의미합니다. 이때 이회창은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최측근이자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윤여준을 총선기획단장으로 임명합니다. 그리고 ‘강단’ 하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윤여준은 총대를 메고 김윤환과 이기택 등 거물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배제해버리죠.

지금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는 이름이지만, 당시만 해도 김윤환과 이기택은 말 그대로 ‘거물’ 정치인이었습니다. 김윤환은 민정계, 그러니까 3당합당 후 YS(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밀려나 와신상담하고 있던 군부 세력을 규합해 이회창을 대선 후보로 만든 사람입니다. 민정계의 ‘리더’기도 했거니와, 이회창이 유력 대권 후보 자리에 오르는 데 큰 도움을 줬던 인물인 거죠.

이기택은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하며 정계 은퇴를 선언한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민주당을 이끌었던 ‘포스트 양김 시대’ 대표 주자였습니다. 제1야당이던 민주당 대표였으니 당연히 대권 후보로 꼽히기도 했고요. 신한국당과 합당한 후에는 민주당계 의원들의 수장으로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이회창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공천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날려버린’ 겁니다.

여담이지만, 윤여준에 따르면 이회창도 윤여준이 김윤환·이기택 등을 공천에서 배제하라고 조언하자 “미쳤냐”고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거죠. 아래는 윤여준이 11월 22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회고한 내용입니다.

“당시 총선기획단장을 맡아 총선을 준비해야 했다. 그때 이회창 총재에게 ‘야당은 양적인 개혁을 못 합니다. 질적인 개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시대를 청산한다고 약속했으니 그 상징성이 강한 소수의 정치인을 바꾸는 겁니다’ 그랬더니 ‘그게 누군데’ 하더라. 그래서 내가 ‘김윤환, 이기택, 신상우’라고 하니 ‘미쳤구나’라고 소리를 지르더라.”

어쨌든 이회창의 결단으로 김윤환·이기택·신상우 등은 공천에서 배제됐고, 그 자리에는 오세훈·원희룡 등이 영입됐습니다. 이 선택은 완벽히 맞아떨어져, 한나라당은 제16대 총선에서 273석 중 무려 133석을 얻으며 제1당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죠. 반면 김윤환·이기택·신상우 등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민주국민당(민국당)은 겨우 2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허무하게 사멸합니다.

이렇게 보면, ‘이회창 공천 모델’을 배우겠다는 황 대표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당내 핵심 중진들도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거죠. 필요하다면 큰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는 인적 쇄신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일 겁니다. 실제로 황 대표는 ‘현역 50% 혹은 그 이상 물갈이’를 선언해 놓은 상태입니다. 과연 내년 총선을 앞둔 한국당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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