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HDC현대산업개발, 자금 수혈한 금호산업
스크롤 이동 상태바
날개 단 HDC현대산업개발, 자금 수혈한 금호산업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12.30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에이치디씨 현대산업개발(위), 금호산업 CI  ⓒ 각 사(社) 제공
에이치디씨 현대산업개발(위), 금호산업 CI ⓒ 각 사(社) 제공

아시아나항공을 얻은 HDC현대산업개발은 날개를 달았고, 아시아나항공을 판 금호산업은 날개를 잃은 대신 자금을 얻었다. 다만, 양사 모두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활로를 모색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HDC, 업황 부진 부담+오크밸리 리조트 논란

지난 27일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과 각각 주식매매계약,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끝냈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은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등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2020년 4월까지 국내외 기업결합신고 등 모든 인수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조속히 안정화시키고, 안전을 최우선하는 항공사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HDC그룹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모색할 것"이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실한 펀더멘탈을 바탕으로 진행 중인 건설·개발사업들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HDC그룹은 항공 산업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업계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HDC그룹이 거느린 호텔HDC, HDC리조트, HDC신라면세점, HDC아이파크몰 등 호텔·리조트, 레저, 면세점, 상업시설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와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대부분(약 2조1800억 원)을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 미래에셋대우가 컨소시엄으로 함께 참여하는 점 등은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를 일부 불식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HDC그룹이 업황 부진에 따른 부담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일 무역분쟁 등으로 항공업계가 위기일로에 놓인 상황인 데다, HDC그룹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는 호텔·리조트, 면세점 등까지 업황이 신통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HDC현대산업개발이 '호텔·콘도 사업부문' 등 기타 사업부문을 통해 올린 매출은 681억4000만 원으로 전년(2018년 5~12월)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2018년 5~12월 12억3200만 원→2019년 상반기 74억2900만 원)은 6배 가량 증가했다. HDC신라면세점도 실적 부진과 면세품 밀반입 의혹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HDC리조트는 사정이 더 나쁘다. HDC리조트(구 한솔개발)는 지난달 오크밸리, 오크힐스 등 주요 골프장 그린피를 인상한 이후 회원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관련기사: 'HDC가 손대면 오른다?'…오크밸리 이어 아시아나항공 운임 인상 가능성↑,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103). 또한 HDC그룹이 골프장을 인수한 이후 부킹(예약) 서비스의 불투명성이 심화됐다는 지적도 들린다. 오크밸리CC 회원들은 현재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골프장이 재개장하는 시점에 맞춰 HDC리조트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크밸리CC 회원 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일방적인 그린피 인상에 이어서 내년부터는 주중 부킹을 주말 부킹처럼 추첨제로 운영한다고 하더라. 3류 골프장이나 주중 부킹을 추첨하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 적자경영의 책임을 왜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한 시점에서 그린피 폭탄 인상과 불투명한 부킹 시스템으로 회원들에게 전가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금호, 불투명한 신사업+朴오너일가 복귀 변수

원했던 원치 않았던 간에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막대한 자금을 수혈하게 됐다. 이 자금은 금호산업의 신성장동력 찾기에 쓰일 계획이다. 금호산업 측은 지난달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은 금호산업으로 유입되며 부채비율 하락으로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것이다. 특히 매각자금을 갖고 금호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사업 등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돈 먹는 하마'를 정리하게 되면서 실적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 금호산업은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671억 원을 얻으며 전년 대비 무려 728.4% 상승한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연결기준으로는 약 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금호산업이라는 회사 하나만 놓고 보면 호실적을 거뒀지만 연결회사 등의 실적을 합하면 전년보다 돈을 덜 벌었다는 의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금호산업의 2019년 3분기 누적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3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96.78% 감소한 9억 원으로 집계됐다. 금호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부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이유로 대체적인 전망은 밝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산업의 순이익에 영향을 미치던 아시아나항공의 제거로 내년도부터 두드러지는 순이익 성장성이 기대된다"며 "금호산업의 투자 포인트는 아시아나항공 리스크 요인 제거, 우량한 펀더멘탈로 두드러지는 성장성,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확대와 3기 신도시 공급에 따른 수주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주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지만, 추가적으로 지역 신공항 수주라는 알파 모멘텀 역시 보유하고 있다. 다시금 매수 적기가 도래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모든 일이 금호산업의 청사진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 불투명한 신사업이다.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환경 악화, 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와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먹거리가 줄어들자 너 나 가릴 것 없이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자본력을 내세운 대형 건설사들의 출사표가 눈에 띈다. 현대건설은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춰 'H 시리즈', '건설 로보틱스' 등에 중점적으로 투자 중이며, GS건설은 태양광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대우건설은 리츠 자산관리회사 설립으로 종합 디벨로퍼 회사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력을 가진 금호산업이 신사업을 통해 이들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지배적이다.

더욱이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금호산업이 기타사업 부문을 통해 올린 매출과 영업이익은 3억5800만 원, 1억7700만 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은 데다,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금호산업이 기타사업으로 얻은 매출은 2015년 7억3100만 원, 2016년 7억2700만 원, 2017년 5억5300만 원 등으로 매년 줄고 있다. 또한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했던 수질 관련 환경사업은 정권 교체 이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자금을 신사업뿐만 아니라,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에 활용해야 하는 점도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불리한 조건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을 거느리면서 오랜 기간 노하우와 역량을 키운 먹거리 공항 건설부문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대목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금호산업의 불투명성을 심화시키는 가장 큰 변수는 박삼구 전 회장 오너일가의 복귀 여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그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등도 통으로 사들인다. 이중 아시아나IDT는 박삼구 전 회장의 아들 박세창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업체고, 금호리조트는 박삼구 전 회장의 딸인 박세진 상무가 임원으로 있는 회사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금호그룹 오너일가의 금호산업, 또는 금호산업의 대주주인 금호고속으로의 대대적인 복귀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이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오너일가의 경영능력 부족으로 흔들린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세창 사장, 박세진 상무의 경영복귀는 필연적이다. 여기에 사태가 끝나고 잠잠해지면 박삼구 전 회장이 명예회복 차원에서 재기에 나설 공산도 있다. 과거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승자의 저주를 겪은 후에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한 전력도 있지 않느냐. 그리고 이번에도 금호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한 거지, 금호산업이나 금호고속에 대한 약속을 한 건 아니다. 말 장난 같지만 박삼구 전 회장이 욕심이 있다면 (경영복귀)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라며 "다만, 이게 금호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