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2019년 정치권은 진보의 부패, 보수의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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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2019년 정치권은 진보의 부패, 보수의 분열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12.30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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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붕괴 범진보 진영, 조국 사태로 내리막 …‘내로남불 프레임’과 싸워야
사분오열 상태로 해 넘긴 보수…한국당 극우화·영남패권론이 통합 걸림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2019년은 정치권 시련의 한 해였다. 극한 대립을 벌였지만 뚜렷한 승자는 없었다. 그 중에서도 진보진영의 도덕적 몰락과 보수진영의 사분오열이 눈에 띄었다.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 격언과 정 반대인 모양새다. <시사오늘>이 지난 한 해 정치권의 핵심 이슈를 살펴봤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 11월 기자와 만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로 인해 그나마 가지고 있었던 진보진영에 대한 도덕적인 기대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봐야한다”면서 “이제는 ‘내로남불’이라는 새로운 프레임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도덕붕괴 범진보 진영, 조국 사태로 내리막 …‘내로남불 프레임’과 싸워야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2017년, 2018년에 만큼 높지 않았고, 안희정·이재명·김경수 등 대권주자들이 이탈하거나 상처입었지만 그래도 범진보 진영은 여전히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대항마라고 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이 우리공화당을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극우화 행보를 보이는 등, 야권의 여전한 악재 속에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40%선을 굳게 유지하고 있었다.

이 흐름을 뒤흔드는 강한 충격은 올해 하반기가 시작하자마자 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이 문제였다.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부터 인사문제 등으로 공격받던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 9일 개각에서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그러나 이후 조 전 장관은 본인 및 가족들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결국 지난 10월 14일 임명 35일만에 사퇴했다.

그 과정에서의 후폭풍은 컸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찬반여론이 나뉘며 대규모 시위대가 참가한 집회가 각각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열렸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중도층이 범여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준을 연일 경신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범진보 진영 전체의 도덕성 추락이었다. 2012년 총선 통합진보당 공천사태 등, 진보의 도덕적 우위가 흔들리는 사건은 여러 번 있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실 당직자가 지난 달 말 기자와 만나 토로했던 내용이다.

"조 전 장관 사태로 인해 그나마 가지고 있었던 진보진영에 대한 도덕적인 기대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봐야죠. 문재인 정부 전까지 우리가 싸워야 할 프레임은 '무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내로남불'이라는 새로운 프레임과 싸워야 합니다.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은 민주당 정치인들이 훨씬 많지만, 의심의 시선이 많아진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봅니다."

조 전 장관 사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조 전 장관 구속 등을 두고 청와대와 검찰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이 때문에 문 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견해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9일 칼럼에서 "정부·여당에 우호적이었던 언론들이 돌아서고, 공직사회가 돌아서고, 검찰이 돌아서면 대통령 레임덕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2019년 보수통합 실패에 대해 보수진영 일각선 ‘한국당의 우경화’와 ‘영남패권론’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뉴시스

사분오열 상태로 해 넘긴 보수…한국당 극우화·영남패권론이 통합 걸림돌

"야당 관계자 입장에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문 대통령도 여당도 '야당복(福)'이 있습니다"

한국당의 한 핵심관계자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앞서 언급한 '조국 사태'를 겪고도 아직 민주당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오히려 조국 사태 직후 30%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한 상황이다. 그 배경엔 2019년 보수야권의 분열과 혼란이 자리한다.

한국당은 '황교안 체제'로 돌입한 이후에도 여전히 보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 실패했다. 분리돼 나간 우리공화당은 여전히 자신들의 길을 가고 있으며,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미래당의 비당권파는 '새로운 보수당'을 창당했다. 연말 범여권이 선거법 등을 고리로 '4+1 공조'를 이어가는 동안, 여전히 범야권의 보수 진영은 파편화된 상태인 것이다.

올해도 보수 진영이 뭉칠 수 있는 기회는 수 차례 있었다. 분열로 힘을 쓰지 못하는 보수진영을 보다못해 몇몇 핵심 당직자, 원외 인사들 등이 수 차례에 걸쳐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중 한 핵심관계자는 '한국당의 우경화'와 '영남패권론'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들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에는 내년에도 보수의 분열은 이어질것이라는 주장이다.

"바른미래당을 안으려면 극우 성향을 포기하면 되는건데 (황 대표가)그걸 못 합니다. 그리고 영남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하는데 그것도 안 됩니다.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오히려 비난을 받았어요. 2019년의 (보수) 통합 실패 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2020년에도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홈페이지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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