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미래여행자 안철수, 돌아온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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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미래여행자 안철수, 돌아온 진짜 이유는?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1.04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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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스티브 잡스처럼 당 재건할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독일에 걸쳐 미국으로 건너 간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뉴시스
독일에 걸쳐 미국으로 건너 간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일 정치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뉴시스

 

미래여행자의 귀환일까. 2020년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온다. 4월 총선을 몇 개 월 앞두고 서다. 포인트는 스스로 돌아온다는 거다. 8년 전 주체 못할 만큼 지지율이 치솟던 때는 국민이 소환했고, 그 부름을 받은 것에 의의를 보이던 그다.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줬다.”, “그 열망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려 한다.”, “제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 한다” 등 선택받은 자의 몫으로 새 정치를 하겠다며 정계 입문을 알린 바 있다.

8년 전이 그랬다면 8년 후인 지금은 오직 자신의 자유 의지로 결단한 모습이다.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는 말로 지난 2일 SNS를 통해 정계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근데 왜 온 걸까. 입장글로 미뤄 보면 우리나라에 ‘미래’를 들여놓기 위한 것으로 짐작되고는 있다. 정치를 시작할 때도 안 전 대표는 마치 미래여행자가 된 듯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한 소설가의 명언을 전하며 미래라는 의미에 시사점을 더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미래란 단어를 9번이나 반복해 써가며 누차 강조하고 있다.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초심은 잊지 않았다”  “세계는 미래를 향해 빛의 속도로 바뀌는데 우리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우리 정치가 8년 전보다 더 악화되는 동안 미래 세대들은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다” “미래를 내다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 등으로 자신의 복귀 이유를 ‘미래’에 빗대 강조한 것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청년 멘토라 불리던 시절 청년들의 고민을 듣다보니 결국 ‘문제는 정치야’임을 알았다고 한 때가 연상되기도 한다. 정치를 바꾸지 않고선 청년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없어 정치의 길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던 것처럼 밀레니멀 등 미래 세대에 대한 그의 사명감은 여전함을 이번 역시 피력한 것으로도 비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평생의 소신이 될 순 있어도 이 시점에 돌아온 진짜 이유를 설명할만한 실체는 되지 못한다. “선거법에 따라 행보가 결정될 것”이라고 얼마 전 귀띔했던 한 전략통의 말마따나 선거법이 통과되고 나니 복귀 입장을 밝힌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다당제 국면 속 안 전 대표가 돌아온 배경은 현시점이 그로선 권력 의지를 성공시킬 적기로 봤기 때문이 아니냐는 전망이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지난 3일 대화에서 안 전 대표가 이 타이밍에 온 이유에 대해 “대권 의지에서다”라며 “총선 후보다 총선 전에 오는 게 대권 행보에 더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인 듯하다”고 봤다. 이어 “복귀 후 정계개편 로드맵에 따라 여러 정거장을 거치겠지만 머지않아 큰 승부수를 띄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발(發)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이에 비춰 유추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나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과의 투톱 체제 가능성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한국당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같은 날 통화에서 “안 전 대표의 행보를 보면 그동안 일관되게 자신의 말을 지켜온 정치인이다. 한국당을 줄곧 비판해왔던 그가 스스로의 말을 뒤집고 통합 논의부터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헤쳐 모여 방식으로 빅 텐트를 치지 않는 이상 한국당 속에 들어갈 리는 없다는 얘기였다.

마찬가지로 유승민 새보수당과의 통합 역시 가능성은 유효할 수 있지만 앞서 김도식 전 비서실장의 입을 빌어 선을 그은 것처럼 우선적 통합대상으로는 고려되지 않을 것으로 가늠되고 있다. 발언한 시점이 선거법 개정 전이기는 하나 여의도의 한 전략통은  “그렇기 때문에 김무성 전 대표 같은 통합 가교를 자처할 이가 필요하다”며 향후 그와 안 전 대표의 교감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당장의 정거장이 되기에는 현실적으로 만무한 상황이다.

때문에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 창업주인 안 전 대표에 있어 가능성 높은 정거장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모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창업주였으나 애플사에서 밀려났다가,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복귀한 잡스처럼 당 복귀를 우선 고려에 두고 있다는 얘기들이 적지 않게 들려오는 이유에서다. 유승민 전 대표가 보수의 재건을 선언했듯 중도파 안 전 대표는 3지대 재건부터 초점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다.

문제는 이를 위해서는 당 내 권력 지형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안철수계 소식통은 “손학규 대표가 상왕 자리에서 물러나야 안 전 대표의 설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말로 바람을 대신했다. 호남계 당권파도 이 점을 의식한 듯 그동안 손을 잡고 있던 손 대표보다 컴백할 안 전 대표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모양새다. 한 인사는  “손학규 대표 체제로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본다”며 “안 전 대표가 우리 쪽으로 직접 자신의 로드맵을 밝혀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힌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라는 회의적 시각도 전해지고 있다. 전직 당직자는 “손 대표가 물러날 리 없다”며 “안 전 대표의 복귀는 타이밍상 자충수”라고 평했다. 손 대표 또한 안 전 대표의 복귀를 도울 것이라면서도 대표직 퇴진은 일축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당의 앞날을 놓고 봉합은 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절충안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며 원만한 타협 지점이 도출될 것으로 전했다.

당내 입지를 확보하는 게 여의치 않다면 독자노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병호 전 의원은 이날(3일)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신중히 결정해갈 것으로 보인다”며 “유력한 로드맵은 설 명절 지나고서야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 전 대표 측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일련의 궁금증에 대해 4일 서면 답변을 보내와 다음과 같이 추가한다.

- 돌아온 이유는.

“안 전 대표가 어떤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들어오기로 했다면 사전에 여러 정치 세력과의 모색을 통해 정치경로를 만들어 왔을 것이지만, 그런 사전 논의는 전혀 없다. 편히 안착할 공간도 없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초심으로 돌아와, 본인이 외국 현장에서 경험해 얻었던 성과물을 말씀드리고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분들과 함께 해법을 상의하시지 않을까 생각된다.”

- 손 대표가 물러난다면 당 합류 가능성이 커지나.

“현재의 바른미래당은 1년 3개월 동안 외국 현장 경험을 통해 얻었던 성과를 쏟아 부을 만한 최소한의 혁신기반과 정당의 기본 기능을 상실한 상태이다. 당권파도 '나 아니면 안된다'라는 서로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바른미래당이 다시 국민들에게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 무엇인지 처절하게 고민해야 한다. 세계는 미래로 나아가며 경쟁하는데 과거의 리더십으로 당을 재건할 수는 없다. 낡은 정치와 기득권, 지역주의에 편승하려는 세력은 다시 국민들에게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 바른미래당 합류가 안 된다면 독자노선하게 되나.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미래준비,  미래로 가야하는 길이 독자노선일 순 없다. 각계각층의 국민들과 함께 상의 드릴 예정이다.”

- 황교안-안철수 투톱체제 등 헤쳐 모여 가능성은.

“곤궁한 처지에 빠질 때마다 뽑아드는 임기응변식의 대응방식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근본적인 자기 성찰과 기존의 수구, 기득권 이미지를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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