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뉴스/대통령 신년사 키워드③] ‘현실문제’ 직시했던 盧… ‘정치개혁’ 이상에서 ‘부동산’ 현실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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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뉴스/대통령 신년사 키워드③] ‘현실문제’ 직시했던 盧… ‘정치개혁’ 이상에서 ‘부동산’ 현실로 선회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01.14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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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초, ‘정치개혁’에 몰두… 권위주의·지역주의 타파 이상 꿈꿔
임기 종반, ‘갈등’과 ‘어려움’ 호소… 양극화·부동산 현실적 문제 직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2020년 국정운영 방향을 담은 신년사를 발표했다. 이날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와 경제위기, 땅값 폭등 등 정부 출범 후 부정적 평가가 높았던 세 분야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통령의 언어는 그 시대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시사오늘〉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부터 역대 대통령들의 신년사 전문을 비교분석해,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대통령이 추구하던 시대적 가치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③ 盧의 핵심 키워드, ‘정치’와 ‘갈등’… ‘권위주의 타파’ 이상에서 ‘부동산’ 현실까지

노무현 대통령은 정의롭고 효율적인 사회를 위한 ‘합리적인 개혁 정부’, 국가적 갈등 구조를 해결하는 ‘국민통합 정부’, 국민과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열린 정부’, 국민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희망의 정부’를 지향했던 대통령이다. 그는 정부의 정식 명칭을 ‘참여정부’로 정하고 “우리 민주주의를 국민의 참여가 일상화되는 참여 민주주의의 단계로 발전시켜 진정한 국민주권, 시민주권의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노 대통령의 신년사는 대체로 1000자, 약 원고지 6장 안팎의 길지 않은 분량이 특징이다. 

2003년 2월 25일 제16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한 노무현은 당선 이듬해인 2004년 첫 신년사에서 ‘정치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가장 자주 등장한 키워드 역시 ‘정치(8회)’였으며, 그 뒤를 ‘경제(5회)’가 이었다. ‘지역주의(1회)’, ‘지역균형발전(1회)’, ‘지역구도(1회)’ 등 ‘지역(3회)’과 관련된 키워드도 높은 순위로 집계됐다. ⓒ워드클라우드
2003년 2월 25일 제16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한 노무현은 당선 이듬해인 2004년 첫 신년사에서 ‘정치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가장 자주 등장한 키워드 역시 ‘정치(8회)’였으며, 그 뒤를 ‘경제(5회)’가 이었다. ‘지역주의(1회)’, ‘지역균형발전(1회)’, ‘지역구도(1회)’ 등 ‘지역(3회)’과 관련된 키워드도 높은 순위로 집계됐다. ⓒ워드클라우드

2003년 2월 25일 제16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한 노무현은 취임 이듬해인 2004년 첫 신년사에서 ‘정치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가장 자주 등장한 키워드 역시 ‘정치(8회)’였으며, 그 뒤를 ‘경제(5회)’가 이었다. 또한 ‘지역주의(1회)’, ‘지역균형발전(1회)’, ‘지역구도(1회)’ 등 ‘지역(3회)’과 관련된 키워드도 높은 순위로 집계됐다.

정치에 대한 개혁과 변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노 대통령의 정신이 신년사 어휘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는 노 대통령 취임 직후 국정 운영 방향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취임 직후 삼일절 기념사부터 ‘권위주의 청산’을 강조했는데, 이로 인해 임기 초반부터 검찰과 국회와의 충돌이 잦았다. 

2003년 3월엔 평검사 70여 명이 강금실 법무부장관의 인사정책에 반발하며 집단으로 반대건의서를 올렸고, 이를 달래기 위해 ‘평검사와의 대화’를 기획했지만 큰 성과는 얻지 못한 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이어 4월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단순 개념에만 머물렀던 ‘지방분권’을 실현시키려 노력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그해 9월 ‘당의 쇄신’을 요구하면서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주류, 동교동계(DJ계)와 충돌 끝에 탈당을 발표하고 후에 신당인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다. 이로 인해 그의 지지 기반이었던 진보 세력 일부와 척을 지게 되면서, 2004년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정치에 대한 여러분의 절망감과 호된 질책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겪고 있는 이 진통은 새로운 정치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올해 실시되는 17대 총선은 그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지역구도 완화와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는 일대 전기가 될 수 있도록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겠습니다. 그래서 올해를 지역주의 정치, 부패 정치를 청산하는 정치개혁의 원년으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정부는 공정하고 엄격한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004년 대통령 신년사 中

2005년 신년사에서도 ‘어려움(4회)’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집계된다. 노 대통령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등의 사과를 통해 혼란 속의 민심을 달래려는 노력을 보인다. ⓒ워드클라우드
2005년 신년사에서 ‘어려움(4회)’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집계된다. 노 대통령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등의 사과를 통해 혼란 속의 민심을 달래려는 노력을 보였다. ⓒ워드클라우드

다음해 2005년 두 번째 신년사는 다소 어두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대통령 탄핵 소추가 있었던 2004년이 노무현 정치 인생 중 가장 파란만장한 해였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가결됐고, 노 대통령 권한은 일시 정지됐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국회 탄핵소추안을 기각해 63일 만에 국정에 복귀하게 된다. 

논란을 거듭했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도 수도이전 문제가 국회동의와 국민투표라는 필수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근거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았으며, 법은 폐기되고 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전면 중단됐다. 법안 폐지에 대한 충청권의 반발도 끊이지 않았다. 

당시 신년사에선 ‘어려움(4회)’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집계된다. 노 대통령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등의 사과를 통해 혼란 속의 민심을 달래려는 노력을 보인다.

또한 ‘분배’·‘공동체’·‘공존’·‘번영’·‘협력’·‘더불어’·‘상생’·‘연대’·‘양보’·‘타협’ 등 유사한 표현들을 약 11회 정도 나열하면서, ‘대기업(3회)’과 ‘중소기업(3회)’, ‘정규직(2회)’과 ‘비정규직(2회)’ 등 강자와 약자의 ‘동반성장(1회)’이라는 메시지에 주력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주식 시장이 호황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등 서민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분명히 드러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지방, 그리고 상·하위 계층 간의 심화된 격차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여기에는 여와 야, 진보와 보수, 성장과 분배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중략) 바로 ‘동반성장’입니다.” -2005년 대통령 신년사 中

2006년 신년사에서 최다 빈도(頻度)를 기록한 단어는 ‘미래(6회)’였으며, ‘걱정(2회)’과 ‘갈등(1회)’, ‘혼란(1회)’, ‘불안(1회)’ 등의 부정적 어휘들이 뒤를 이었다. 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비관적인 현실을 극복하고 장밋빛 미래로 나아가자고 국민들을 격려한 것이다.ⓒ워드클라우드
2006년 신년사에서 최다 빈도(頻度)를 기록한 단어는 ‘미래(6회)’였으며, ‘걱정(2회)’과 ‘갈등(1회)’, ‘혼란(1회)’, ‘불안(1회)’ 등의 부정적 어휘들이 뒤를 이었다. 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비관적인 현실을 극복하고 장밋빛 미래로 나아가자고 국민들을 격려한 것이다.ⓒ워드클라우드

다음해 2006년 신년사에서는 상반된 분위기의 단어들이 대조됐다. 최다 빈도(頻度)를 기록한 단어는 ‘미래(6회)’였으며, ‘걱정(2회)’과 ‘갈등(1회)’, ‘혼란(1회)’, ‘불안(1회)’ 등의 부정적 어휘들이 뒤를 이었다. 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비관적인 현실을 극복하고 장밋빛 미래로 나아가자고 국민들을 격려한 것이다.

이는 사회적 갈등과 반목으로 황폐화된 2005년 말 분위기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5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연합정부’를 구성하자는 ‘대연정 제안’을 하게 된다. 현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대신, 국무총리 및 장관 임명권 등 내각 구성 권한을 한나라당에게 넘기겠다는 내용이었다. 호남에서는 민주당 계열만, 영남에서는 한나라당만 당선되는 지역주의 구도를 타파하자는 목적에서였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했다.

또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배양으로 국가 최고 과학자로 칭송받던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진위논란이 불거졌고, 재야 “6·25는 북한이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구속을 두고 검찰과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충돌하면서 온 국민이 좌우로 나뉘어 대립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도 ‘개똥녀 사건’, ‘연예인 X파일’, ‘트위스트김 사건’ 등 사이버폭력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네티즌들의 사이버폭력 문제도 부각된 바 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서로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자”며 포용과 관용, 책임성 있는 태도를 국민들에게도 요구한다.

“여러 가지 갈등으로 인한 혼란과 불안도 적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새해에는 좀 달라질 것입니다. (중략)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합시다. 열린 마음으로 대화합시다. 그리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책임을 함께 지는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우리 스스로 만든 규범을 존중하고, 약속은 협력하여 실천해 나갑시다. 그러면 우리들 사이에 믿음이 쌓일 것이고 마침내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밝은 미래도 보일 것입니다.” -2006년 대통령 신년사 中

이때 신년사에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도 3년 연속 부정적 어휘인 ‘문제(5회)’였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노 대통령이 처음으로 ‘부동산(3회)’, ‘교육(2회)’, ‘환율(2회)’ 등의 구체적 사안들을 지적하며 정책의 실패를 일부 인정했다는 것이다. ⓒ워드클라우드
이때 신년사에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도 3년 연속 부정적 어휘인 ‘문제(5회)’였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노 대통령이 처음으로 ‘부동산(3회)’, ‘교육(2회)’, ‘환율(2회)’ 등의 구체적 사안들을 지적하며 정책의 실패를 일부 인정했다는 것이다. ⓒ워드클라우드

2007년 네 번째 신년사에서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와 현상들을 적나라하게 나열하면서, 이를 정부 정책을 통해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다. 

당시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도 3년 연속 부정적 어휘인 ‘문제(5회)’였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노 대통령이 처음으로 ‘부동산(3회)’, ‘교육(2회)’, ‘환율(2회)’ 등의 구체적 사안들을 지적하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발언 배경이 된 2006년 시대상황을 살펴보자면, 그해 실행된 ‘8·31 종합 부동산 대책’ 중 하나인 종합부동산세로 인해 참여정부는 상당한 진통과 비판을 받게 됐다. 

갑작스러운 종부세는 그해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를 시작으로 비강남지역 아파트값을 급등하게 만들었고, 수도권 집값이 추석을 전후로 일주일에 수천만 원이 뛰는 등 각종 이상 현상이 빚어졌다. 집값 상승으로 인해 종부세 대상자가 2005년의 5배인 34만 명까지 늘어나면서, 일부 종부세 대상자들이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등 만만치 않은 조세저항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그해 5월 말 열린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에게 참패했다. 한나라당이 전국 16개 시·도지사 중 12곳에서 당선자를 내는 쾌거를 이룬 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전북지사 한 곳만 건진 것이다. 

결국 정부 정책의 시행착오와 지방선거 참패를 목격한 노 대통령은, 현실적 한계를 통감하고 나아가 다음해 있을 대통령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각종 책임을 안고 가려고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 문제는 아직도 힘들고 불안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빠르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정부의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다시 대책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거듭 다짐 드립니다. 반드시 잡겠습니다. 그리고 잡힐 것입니다. 환율 문제는 정부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부동산, 금융의 위기 요인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97년 외환위기나 2002년 신용불량자 문제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2007년 대통령 신년사 中

2008년 신년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짧은 인삿말을 통해 ‘태안(1회)’ 원유 유출 사고에 대해 언급한 후 임기 마무리를 잘 정비하겠다고 밝힌다. ⓒ워드클라우드
2008년 신년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짧은 인삿말을 통해 ‘태안(1회)’ 원유 유출 사고에 대해 언급한 후 임기 마무리를 잘 정비하겠다고 밝힌다. ⓒ워드클라우드

2008년 마지막 신년사에서, 노 대통령은 500자도 안 되는 원고지 2장 분량의 짧은 인사말만 간단히 전달한다. 2007년 12월 19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제17대 대선에서 당선되면서, 10년 만에 민주당계 진보 정당에서 보수 정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목전에 둔 날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이 ‘따뜻(2회)’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며, 지난해(2007년) 연말 발생한 ‘태안(1회)’ 원유 유출 사고에 대해 짧게 언급한 후 임기 마무리를 잘 정비하겠다고 밝힌다.

“지금도 태안에서는 수많은 국민들이 참여해서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세계의 칭찬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우리 국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저도 다음 정부가 보다 나은 여건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08년 대통령 신년사 中 

 

*언어 표본 추출 집합 코퍼스 프로그램 AntConc를 사용했으며, 조사 및 형태소를 제거해 유의미한 표본을 추출했으므로 이미지상 어색한 부분이 있음.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새해, ~되기를 바랍니다, 이루다 등 통상적 어휘 제외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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