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보수는 왜 안철수에게 러브콜을 보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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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보수는 왜 안철수에게 러브콜을 보내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1.16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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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 세력의 결합, 큰 시너지 효과 불러…보수통합신당 이미지 개선 효과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보수통합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보수통합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보수통합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안 전 대표 합류에 대해 “그것이야말로 통합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한 데 이어, 14일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나서 “(안 전 대표가) 오셔서 자유우파의 대통합에 역할을 해주셨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사실 안 전 대표는 보수 진영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입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변호사를 유력 후보로 밀어 올렸던 사람이 안 전 대표고,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사실상의 단일화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2014년에는 민주당과 손을 잡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 공동대표를 지냈죠. 그가 창당했던 국민의당 역시 중도를 표방하긴 했으나,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보수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당보다는 민주당 쪽과 가까운 포지션을 취해왔던 안 전 대표에게 보수 진영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는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이질적 세력의 결합이야말로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는 결정을 내립니다. 자신이 평생을 걸고 싸워 왔던 군부 세력과 한 배를 타기로 결심한 겁니다. 이 선택에 대한 가치판단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정치적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PK(부산·경남)를 기반으로 하던 YS는 3당 합당을 계기로 TK(대구·경북)와 충청권의 지지까지 확보하면서 거대 세력을 형성할 수 있었고, 2년 뒤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되죠.

1997년 대선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YS와 마찬가지로 평생을 군부 독재에 항거했던 DJ가 ‘박정희 정권의 2인자’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힘을 합친 겁니다. 여기에 DJ는 민정계 출신인 박태준까지 끌어들여 YS의 3당 합당과 비슷한 ‘민주화세력과 민정계, 공화계의 결합체’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이로써 DJ는 충청 지역의 지지를 얻음과 동시에 ‘빨갱이’ 이미지까지 누그러뜨리면서 대권을 잡게 됩니다.

2002년 대선 때도 같은 일이 반복됐습니다. ‘서민의 대통령’을 자처하던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재벌 출신인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와 단일화를 하면서 외연을 확대, ‘대세론’을 형성하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권좌에 오른 거죠. 비록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가 지지를 철회하는 사건이 있긴 했지만, 두 사람의 단일화 이벤트가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을 극대화시켰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역사를 돌아보면, 보수 진영이 왜 안 전 대표에게 손짓을 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우리공화당은 새누리당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정당들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의견 대립으로 갈라섰으나, 불과 3년 전만 해도 이들은 한 가족이었습니다. 때문에 한국당과 새보수당, 우리공화당이 다시 합친다고 해도, ‘재결합’ 이상의 의미는 갖기 어렵죠.

반면 안 전 대표가 합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안 전 대표는 한때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를 지냈고,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 돌풍을 만들었던 사람입니다. 중도라고는 해도, 중도보수보다는 중도진보 쪽에 가까운 정치인이죠. 즉, 안 전 대표는 신당이 ‘새누리당 시즌2’에 그치지 않고, 중도까지 포괄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물인 셈입니다.

또한 안 전 대표는 한국당이 갖고 있는 극우(極右)적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는 최적의 카드기도 합니다. DJ가 ‘DJPT 연합’으로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했듯이, 보수통합신당도 안 전 대표를 영입함으로써 ‘극우가 아님’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안 전 대표가 보수 신당에 참여할 경우 대권 레이스의 ‘흥행성’도 높이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황교안, 안철수, 유승민, 원희룡, 홍준표, 오세훈, 나경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대선 경선에는 국민적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안 전 대표는 14일 김도식 전 비서실장을 통해 “정치공학적인 통합 논의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안 전 대표에 대한 보수 진영의 러브콜은 한동안 계속되지 않을까 싶네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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