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수저야,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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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수저야, 정말 미안해”
  • 그래픽= 김유종/글=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2.2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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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이미지출처= Getty Image Bank)

부모가 가진 부와 권력에 따라 자녀의 계급이 분류되는 수저계급론.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세습 논란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어느새 '금수저와 흙수저'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암울한 시대정신이 돼 버렸습니다.

최순실 사태와 조국 사태는 수저계급 시대에 살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소외감을 느끼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당시 "흙수저라서 미안하다"는 한 아버지의 말은 아직도 마음에 남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과 불공정의 상징으로 전락해버린 수저, 최근에는 몇몇 재벌 오너일가와 정치인들의 특권 의식을 둘러싼 사회적 이슈들이 많이 발생하면서 이를 비판할 때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바로 '숟가락을 얹는다'는 표현입니다.

얼마 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중국 우한행 전세기에 탑승해 큰 논란이 됐지요. 우한 현지 영사가 '조 회장이 밥 숟가락을 얹었다'고 발언했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위협에서 우리 교민들을 구하기 위해 솔선수범한 조 회장에게 가혹한 비판이라는 누리꾼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영사가 공개 사과를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는데요.

그러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고자 무리한 결정을 한 건 사실로 보입니다. 조 회장은 지난해 연말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을 찾아가 난동을 피운 데다, 과거 학력 논란, 뺑소니, 폭행 사건까지 거론되면서 '악동' 이미지를 갖게 됐으니까요. 영사의 발언은 분명 경솔했지만 조 회장이 숟가락을 얹은 건 맞지 않나 싶습니다.

숟가락은 인류가 발명한 식기 중 최고의 도구로 꼽힙니다. 음식물을 집는 도구로는 동양은 젓가락, 서양은 포크를 각각 쓰지만 숟가락은 만국 공통이지요. 계급이라는 개념이 발생하기 전 인류는 누구나 조개껍데기를 수저 삼아 음식물을 섭취했을 겁니다. 어쩌면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를 상징해야 할 소중한 도구인데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21대 총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치인들의 숟가락 얹기 작태도 슬슬 시작될 것 같습니다. 수저가 불평등과 불공정에 이어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뜻하는 '불의'의 아이콘까지 되는 모양새입니다. "수저야, 정말 미안해!"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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