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갈 곳이 없다①> 오후 3시 퇴근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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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갈 곳이 없다①> 오후 3시 퇴근인생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11.16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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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인구 11.5% 고령화 사회
베이비부머 712만명 은퇴시즌 도래
퇴직 중고령자 생계형 하향 재취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국내 서점가의 주목을 받은 김난도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에는 ‘인생시계’를 계산하는 방법이 나온다. 평균수명 80세를 하루 24시간으로 계산해 연령별 인생의 시간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노동현장에서 퇴출되고 또 다른 시작으로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50세 이상의 중고령자는 어떨까. 50세, 오후 3시에 일자리를 벗어난 이들의 남은 시간은 사회가 감당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 2010년 말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총 인구의 11.3%로 5년 전보다 24.4% 급증했고, 특히 전국의 모든 시·도가 고령인구 비율 7%를 넘으면서 전국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 7%~14% 고령화사회, 14%~20% 고령사회, 20%이상 초고령사회)

고령화사회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단지 고령자의 양적 증가 때문만이 아니다. 평균수명 연장과 그에 개의치 않고 연령을 인사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고용관행, 그로인한 사회와 개인의 경제 문제 등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계도 피해갈 수 없어 9일 한나라당에서는 65세 이상 고령 의원들의 자진 출마 포기 내용 등을 담은 ‘공천물갈이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현재 한나라당 의원은 168명이고, 그 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27명(16%)이다.

또 현재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IMF 이후 종신고용제가 붕괴되면서부터 40대 중반부터 이미 ‘명예’ 또는 ‘희망’ 이라는 이름의 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로써 이들에게는 30년 혹은 40년 이상의 남은 여생에 먹고 살 걱정만 남겨진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공포

지난 2010년부터는 바야흐로 베이비부머의 은퇴시즌이 시작됐다. 6·25전쟁 이후 태어난 1955년~1963년생 베이비부머는 약 712만 명(인구의 14.6%)으로, 취업자 532만 명 중 급여소득자 320만 명이 지난해부터 은퇴를 시작했다. 오는 2018년까지는 매년 30만~40만 명이 더 은퇴할 것으로 전망되고 2020년에는 이들이 노인세대로 접어들면서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문제시 되고 있다.

특히 이들 베이비부머는 30% 가량이 고졸 이상의 학력자들로, 국회의원의 3분의 1, 고위공무원의 90%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고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사회 참여욕구 또한 높다. 그러나 기업의 여전한 조기퇴직 관행으로 주요 일자리의 퇴직은 평균 53세에 이뤄지고 있어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베이버부머의 퇴직 이후 노후 문제도 대책이 시급하다. 베이비붐 세대가 세대주인 가구는 전체의 약 24.4%로, 이들 가구의 평균 총 자산은 3억3000만 원이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은퇴 이후 최소생활비조차 벌지 못하는 이른바 ‘은퇴빈곤가구’가 전체 고령은퇴가구의 40%에 육박한다.

전체 고령은퇴가구 264만3000가구 중 은퇴빈곤가구는 38.4%인 101만5000가구로 추산됐다. 자산의 대부분이 거주주택이나 전월세 보증금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산은 부동산이 74.8%(2억4678만원), 금융자산이 22%(7319만원)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의 국민연금 가입율은 61.3%(452만명)에 불과하다. 보험료 납부자는 47.1%(347만명) 뿐이다. 이중에는 노후 생활비가 없어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조기노령연금은 조기퇴직자가 많아짐에 따라 국민연금을 지급 개시 연령인 60세에 앞서 55세부터 지급하는 제도로, 정상 연금의 30%까지 할인된 금액으로 지급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조기연금을 타는 퇴직자는 올해 23만4000명으로 2006년 10만1100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당장의 생활비 해결을 위해 연금 시기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금을 일찍 받게 되면 그만큼 연금 금액이 줄어 노후에 대한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또 고령자 증가에 따라 노인의료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향후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은 건강보험제도의 재정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건강보험에서 65세 이상 노인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19.3%에서 2008년 30.8%로 급증하고 있다.

▲ 지난 10월26일 광주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1 광주노인일자리경지대회'를 찾은 노인 구직자들이 구인 게시판 앞에 줄지어 있다. ⓒ뉴시스

“먹고 살아야 하니 아무 일이나 좀…”
 
실정이 이러하다보니 현재 노인세대를 비롯한 베이비부머들은 재취업으로 안정된 노후를 위한 자본 마련에 나선다. 2011년 5월 현재 55세~79세의 중·고령층 취업자 수는 505만2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7만 2천명 증가했다. 중고령층의 고용률은 50.8%로 작년 동월 대비 0.4%p 상승했고 특히 69세~79세의 고용률도 35.7%에 달한다.

중고령층의 고용률이 높은 것은 이들이 퇴직 후 노후 준비를 위해 재취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고령자들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떠난 연령은 평균 53세다. 실제 55세~79세 연령대의 현재 취업자 중 20.1%(101만4천명)가 지난 1년 사이 구직 경험이 있고, 미취업자의 11.1%(54만6천명)도 1년 내 일자리를 구하러 다닌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중고령자의 절반이 넘는 58.5%가 앞으로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취업희망 증가는 인력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없게 하는 하향취업 문제로 이어져 국가적 인력낭비를 초래한다. 또 근로의욕이 있는 노인들에게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고, 일자리 또한 임시·일용근로자 비중이 높아 임금수준도 저조하다. 고령층이 희망하는 임금 수준은 대개 월평균 50만 원~150만 원 사이다.

60세 이상 취업자 중 임시직은 20.7%, 일용직은 10.7%이고, 상용직은 12.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자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구조를 보면, 지난 2008년의 경우 농.어.축산업종사자가 51.2%, 단순노무직이 26.2%, 서비스 판매종사자가 8.8%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위임직원·관리자는 1.8%, 사무종사자는 0.7%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일자리에서도 50대 이상 연령층이 전체의 3분의1에 달한다. 60세 이상 비정규직은 15.6%, 50세 이상 59세 미만의 비정규직은 19.7%다. 게다가 50대 이상 비정규직은 다른 세대에 비해 크게 늘어나고 있어 2010년에 비해 올해 50대는 9만1000명, 60대이상의 경우 7만4000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 비정규직은 1만6000명, 30대는 5만3000명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또 비정규직은 평균 2년3개월을 한 직장에서 일하고, 134만8000원을 받고 있어 노후를 위한 적절한 대비책이 되기도 어렵다. 일자리를 원하는 고령층은 일자리 선택 기준으로 우선순위가 ‘임금수준(27.2%)’이고, 다음으로 ‘계속 근로 가능성(22.3%)’ 등을 꼽았다. 많은 고령층의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취업하길 원하고, 어렵게 일자리를 구해도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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