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김남국과 금태섭 공천, 민주당의 일거양실(一擧兩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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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김남국과 금태섭 공천, 민주당의 일거양실(一擧兩失)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03.02 00: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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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없는 '청년 전략공천'…민주당, 진영논리로 선거 치르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조국 백서’ 필진으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남국 변호사의 지역구 전략공천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김 변호사는 당초 금태섭의 의원 지역구(강서갑)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은 그를 다른 전략지역구에 ‘청년인재’ 명목으로 우선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조국 수호’ 대 ‘조국 비판’ 대표주자 두 사람이 경선에서 충돌하는 ‘조국 내전’을 진화(鎭火)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낸 패(牌)를 보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김 변호사가 과연 민주당이 원하던 ‘청년인재’ 상이 맞는가다. 

김 변호사는 오영환·이소영·원종건·조동인 씨처럼 당이 ‘청년인재’라며 공식 선언한 인물도 아니었다. 특별히 청년 권리와 관련된 활동을 한 이력도 없는, 1982년생(만 38세)의 정당인이자 변호사다. 청년층이 특히 ‘조국 사태’에 분노해 대학가에서 시위를 벌였다는 것을 따져보면 더욱 황당한 결정이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럽게 ‘청년’이라는 감투를 선사했다는 것, 그것도 부전승(不戰勝)에 가까운 전략공천을 주겠다는 판단엔 ‘명분 부족’이라는 비판이 따라오기 쉽다.

미봉책(彌縫策)이지만, 민주당의 이러한 선택에는 결국 총선을 앞두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욕심이 깔려 있다. 김남국과 금태섭 모두 이번 총선에 출마시켜 “조국 수호”를 외치며 서초동 거리에 나섰던 민주당 골수 지지자들(정확히는 문재인 대통령 팬덤)과 ‘조국 사태’에 대한 실망으로 고개를 돌린 중도층을 모두 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극좌와 중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한국 속담엔 ‘가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 놓친다’는 말이 있다. 일거양득(一擧兩得)하려다 일거양실(一擧兩失)하기 딱 좋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금태섭 의원을 경선까지 ‘허락’했다는 데서 자당(自黨)이 최대한의 ‘기계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태섭 저격수’로 나섰던, ‘청년을 대변하지 않는 청년’ 김남국 변호사를 전략공천한다면, 이를 중립이라고 할 수 있을까. ⓒ뉴시스
민주당은 금태섭 의원을 경선까지 ‘허락’했다는 데서 자당(自黨)이 최대한의 ‘기계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태섭 저격수’로 나섰던, ‘청년을 대변하지 않는 청년’ 김남국 변호사를 전략공천한다면, 이를 중립이라고 할 수 있을까. ⓒ뉴시스

 

김남국 전략공천은 결국 진영논리로 선거 치르겠다는 메시지

김 변호사를 포함한 민주당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의 위선과 허물을 비판하는 것을 ‘자유한국당 지지자의 논리’로 등식화하고 있다. 조 전 장관보다 더한 결점을 가진 야당 측 인사들은 아무것도 비난할 수 없다는 식의 진영논리다. 물론 본인들도 알겠지만, 이 태도론 어떠한 논의의 진전도, 진보도 없다. 

검찰과 한국당은 적폐이자 청산의 대상이요, 이에 태클을 거는 자는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빨간 점퍼 입은 민주당 의원’이 된다.

검찰개혁과 조 전 장관 임명 과정에서 소신을 드러냈던 진중권 전 교수와 특히 금태섭 의원은 진영논리로 집단 공격을 받았다.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는 금 의원을 향한 낙선 운동도 펼쳐지는 상황이다. 정당한 비판을 제기한 사람들을 야당 지지자로 매도하거나 악마화하며 상대를 ‘청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이젠 진영논리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금 의원을 경선까지 ‘허락’했다는 데서 자당(自黨)이 최대한의 ‘기계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몇 달간 한국 사회를 점령한 사건에 대해 ‘청년을 대변하지 않는 청년’이었던 김 변호사를 ‘청년공천’한다면, 이를 중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청년’은 ‘금태섭 저격수’로 나선 인물이다. 자격도, 논리도 없이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면 한 자리 주느냐는 ‘홍위병 공천’ 등의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조 전 장관의 결점과 그를 억지스럽게 감싸는 민주당의 태도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중도층은 이미 갈 곳을 잃었다. ‘조국 수호’와 ‘조국 사퇴’의 극단적인 대결구도로 인해 ‘조국 사퇴’에 동의하면서도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다수의 중도층이 소외됐다.

결국 명분 없는 김 변호사의 전략공천은 그의 당선과 상관없이, 또 금 의원의 낙선과 상관없이 당이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된다. 선거를 앞두고 진영논리를 선택했다거나, 또는 선택 과정도 없이 이미 스스로 진영논리에 매도됐다거나. 그 어느 쪽이라도 중도층은 설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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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성애 2020-03-02 21:51:44
기사에 공감하는 일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