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예고된 파국…홍준표는 왜 컷오프될 수밖에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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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예고된 파국…홍준표는 왜 컷오프될 수밖에 없었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3.06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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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출신 대권후보는 황교안에 부담…홍준표 어떤 승부수 띄울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됐다. ⓒ뉴시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됐다. ⓒ뉴시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됐습니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경남 양산을을 경선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나동연 전 양산시장과 박인 전 경상남도의회 의원, 이장권 전 경상남도의회 의원을 경선 후보자로 발표했습니다.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던 홍 전 대표는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당연히 홍 전 대표는 반발했습니다. “2004년 총선 당시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부산 영도구에서 컷오프 위기에 몰렸을 때 내가 공심위원을 하면서 경선을 강력하게 주장해 살려준 일이 있었다”며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말도 나옵니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홍 전 대표가 자신의 컷오프를 예견 못했을 리 없다.’

근거는 단순합니다. 홍 전 대표가 황교안 대표의 강력한 대권 경쟁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알려진 대로, 통합당의 핵심 지지 기반은 ‘영남’입니다. 인구의 1/4이 사는 영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수도권과 충청에서 반반 싸움을 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 보수 정당의 오랜 ‘필승 공식’이었죠.

그런데 현재 범(凡) 보수 진영에서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황 대표와 홍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가운데 영남 출신은 홍 전 대표와 안 대표, 유 의원밖에 없습니다. 이 가운데 안 대표는 아직 중도 진영에 머물러 있는 상태고, 유 의원은 좀처럼 ‘배신자’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죠.

이렇게 봤을 때, 서울 출신인 황 대표에게 가장 큰 경쟁자는 홍 전 대표라는 논리입니다. 홍 전 대표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와 전부 인연이 있죠. 실제로 홍 전 대표는 두 차례 경남도지사를 지냈지만, 2018년에는 대구 북구을에서 당협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런 홍 전 대표가 경북 인접지역인 경남 양산에서, 그것도 경남도지사를 지낸 여권 거물급 정치인 김두관 의원과 ‘빅매치’를 치르는 것을 황 대표가 곱게 바라볼 리 없습니다. 선거 과정에서는 모든 시선이 두 사람의 ‘양산 대전’으로 쏠릴 테고, 홍 전 대표가 승리라도 하는 날에는 일약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반면 홍 전 대표를 컷오프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홍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당선되려면 험지 양산보다는 고향인 밀양·의령·함안·창녕을 택할 공산이 크고, 이 경우 승리를 거두더라도 지금의 대권 구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오히려 당의 뜻에 반발해 탈당을 선택했다는 ‘꼬리표’만 달게 되죠.

홍 전 대표는 컷오프 소식이 전해진 뒤 “황교안 대표 측의 견제와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사악한 속임수에 속아 낙천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로 미뤄보면, 본인도 황 대표가 자신의 ‘양산 출마’를 탐탁찮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권을 노리는 홍 전 대표 입장에서도, 당선되기 쉬운 지역구에서 금배지를 한 번 더 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승부사’ 홍 전 대표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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