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총선 정국 파행, 국력(國力) 추락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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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총선 정국 파행, 국력(國力) 추락 부른다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3.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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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 정치' 국가경제 역행
경제난국 날림·땜질 지원책
헛구호로 끝나는 ‘세대 교체’ 공천
박근혜 현실정치 개입 부적절
비례전문당, 정당정치 퇴행
추경 논의, 총선用 포퓰리즘
재난기본소득, 신종 퍼주기 논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4·15 총선이 임박했다. 그러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로 국민은 커다란 무력감과 상실감에 빠져 있다.

이번 선거는 이전 선거와 판이한 상황에서 치러진다. 전염병이 진행 중인 한복판에서 치러야 하는 선거여서 효율적인 대책이 주목된다. 

하지만, 총선 분위기는 파행이다. 표를 구하는 정당에는 진정성과 차별성이 생명이지만, 범여권 비례정당 창당 논의가 급부상하는 등 총선 구도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범여권의 개헌안 발의 저의도 의심스럽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정치권의 요동을 가중시켰다.

지리멸렬한 보수야권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는 통합과 혁신이다. 말로는 이를 외친다고 해도 낡은 패러다임에 젖어 있다면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국정은 난맥에 난맥을 거듭했다. 북핵 문제는 그대로이고, 경제는 침몰했으며, 우한 코로나 국내 감염 확산으로 국격까지 땅에 떨어졌다.  당장 비상한 경제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처방은 정확해야 한다. 총선 정국에서 집권 여당의 화두가 된 현금복지 문제는 재원과 실효성이다. 여기저기 세금을 뿌려 경기를 살리는 게 진정한 부양책인지 짚어봐야 한다. 당장 실효성 있는 일은 제쳐두고, 대중의 포퓰리즘 심리만 살피는 것은 사태 극복에 도움이 안 된다. 

4•15 총선이 임박했다. 그러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로 국민은 커다란 무력감과 상실감에 빠져 있다.ⓒ뉴시스
4•15 총선이 임박했다. 그러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로 국민은 커다란 무력감과 상실감에 빠져 있다.ⓒ뉴시스

퍼주기 포퓰리즘

핵심인 경제대책은 계속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가려 한다. 

한국경제는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올해 ‘제로 성장’,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까지 점쳐지는 마당이다. 그럼에도 한국정치는 퍼주기 포퓰리즘에는 초록이 동색이다. 

여당 입맛대로 추경을 마구 늘리고 지출하려는 의도가 뚜렷해 더욱 심각하다.

여권은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현금 지원을 대폭 늘리고 추경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추경에서 힘들면 2차 추경도 할 태세다. 

책상물림 관료들이 무작정 예산만 늘리면 ‘총선용’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먼저 꺼내고 이낙연 전 총리까지 가세한 재난기본소득 방침도 문제다. 

‘코로나 위로금’ 명목으로 성인·어린이 구분조차 없이 51조 원을 나눠 주자는 발상이다. 국민 한 사람에게 10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나눠주자는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현금을 살포해 표를 얻겠다는 포퓰리즘 선동으로 비치는 게 당연하다.

코로나19 사태로 불황이 깊어지는데 어떻게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은 일률적인 현금 살포보다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 자영업자,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 등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할 때다.

2016년 스위스가 성인에게 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 원)을 지급하자는 안건을 국민투표를 통해 압도적 반대(77%)로 부결시킨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공천, 국민 염원 외면

한편, 총선 정국에서 지금까지의 초라한 여야 인재영입 성적표는 변화를 희구하는 국민적 염원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번에도 2030 청년세대 신인 정치인 다수가 국회에 입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30대 국회의원 비율은 현재 스웨덴 34%, 독일 18%, 일본 8%, 미국 6.7%인 데 비해 한국은 0.7%에 불과하다. 국회에서 세대별 대표성을 개선하는 것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겉으로는 ‘청년정치’와 ‘세대교체’를 주창하면서도 공천 과정에서는 본선경쟁력을 앞세운 ‘기득권 카르텔’이 여전히 작동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이 정도 공천을 염두에 두고 ‘뼈를 깎는 인적쇄신’이니 ‘공천 혁명’이니 하면서 과장광고를 해온 셈이다. 그 결과 우리 국회는 앞으로도 청년·여성 인구의 비중을 의석에 반영하지 못한,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성이 왜곡된 국회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다. 

우리정치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정치를 작동케 하는 주체인 정치인들에게 있다. 

선거 때마다 청년과 여성, 정치 신인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퇴행적 정치지형은 늘 그대로였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기존 정치인들의 이기주의와 쇄신보다 당선 가능성을 앞세운 당 지도부의 계산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청년 정치인들을 위해 수도권 8곳을 퓨처메이커 방식의 ‘청년 벨트’로 지정했지만 반발에 부딪혔다. 

여기에다, 미래통합당에선 목불인견의 ‘물갈이 코스프레’도 펼쳐지고 있다. 불출마 선언을 했거나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험지 출마’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른 지역구에서 속속 생환 중이다. 이들 대부분이 영남권이어서 무소속 출마 강행 시 ‘물갈이론’이 무색해질 전망이다.  

새 변수 비례정당

21대 총선에 새로운 변수가 될, 민주당과 통합당, 양대 정당의 기반 비례정당이 정도(正道)가 아님도 분명하다.

이는 다당제와 소수세력의 원내진출이라는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거대정당에 의한 독점 정당구도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어려울수록 원칙과 명분을 지켜 민심을 얻는 게 정치의 기본이다.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일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당 안팎의 큰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례 정당에 매달리는 건 미래한국당을 원내 제1당이 되기 위한 편법으로 규정하고 같은 편법을 동원해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명분보다는 비례대표 몇 석 더 챙기는 실리를 택하자는 것이다. 

제1당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앞선다 해도 이런 꼼수 정치는 정도가 아니다.

민주당은 당원투표 실시 자체만으로도 ‘4+1’ 협상으로 밀어붙인 선거법은 누더기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표 방지와 소수당 존중을 위한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한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판이다.

이 모든 비극은 애초 개정 선거법이 가진 허점이 잉태하고 있었다. 독일을 모델로 삼은 연동형 선거제를 도입하려면 비례의석과 의원정수를 전향적으로 늘리고 초과의석, 보정의석, 최소보장의석 같은 제도를 둠으로써 아무리 작은 정당이라도 자기 간판을 내걸고 선택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어야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제도는 총선 이후 연동형 비례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대폭 수정되거나 아예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옥중편지 파장

총선 정국을 흔들고 있는, 때아닌 전직 대통령의 옥중 편지도 실로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개입 옥중 편지가 4ㆍ15 총선 판도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통합의 중심으로 지목된 미래통합당은 힘을 받은 모양새이지만, 친박 계열 정당들은 새로운 입장 정리가 필요하게 됐다.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국민과 국가의 자존심을 훼절한 과오를 뉘우치고 또 뉘우쳐도 모자라건만, 정치색 짙은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올바른 처신으로 보기 힘들다.

헌법재판소에서 8대0으로 탄핵된 전직 대통령이 총선을 겨냥한 옥중정치를 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3년 전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사과하며 환골탈태하겠다던 제1야당이 지금 무슨 명분으로 다시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옥중 서신 변수가 돌출하는 바람에 진영 갈등이 더 격화하고 대결정치가 더 첨예하게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통합당 내부에서조차 옥중 편지를 두고 “이제는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옥중 편지는 양날의 칼임을 알아야 한다. 

불행한 탄핵의 역사를 극복하지 못한 채 과거를 다시 끄집어내는 시대착오적 정치는 우리 사회를 다시 촛불세력과 태극기세력 간 대립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구도가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에서인지 옥중 편지를 계기로 ‘탄핵 잔당세력’ 운운하며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옥중 정치를 계속 시도하고 태극기 세력이 공천 지분을 요구하는 구태를 보인다면, 이들은 물론 그나마 돌아온 중도 보수도 등을 돌리게 돼 있다. 통합당이 갈 길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 공천과 탄핵을 불러온 낡은 보수 이념에 대한 반성과 혁신밖에 없다.

미래 세대에 빚

경제는 역시 최대 현안이다. 표 계산에 눈 먼 '근시안 정치'는 경제 망칠 수 밖에 없다.

발등에 떨어진 방역 노력보다는 선심성 포퓰리즘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제시하는 긴급생활비 지원 액수도 1인당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껑충 뛰었다.

가구당 얼마씩 현금 살포를 해선 경기 부양 효과가 없다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이다. 그런데도 그런 지출을 더 늘리자는 것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 아니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얼마나 터무니없는 발상인지 보자. 전 국민 5100만 명에게 현금 100만원을 지급하면 51조원이 필요하다.

결국 재정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이 항공·호텔·여행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맞춤형’ 기업 살리기 정책 마련 및 실행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궤를 달리한다.

미국은 코로나 피해 업종 기업과 샐러리맨의 세금 감면을, 독일·이탈리아 등은 대규모 공공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일본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긴급생활비 지원은 재정 부담이 큰 반면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문제다. 100만원을 쓰면 8조~9조원의 조세수입 효과가 생긴다고 하지만 풀린 돈이 소비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찬성론자들은 내수시장을 과감하게 키울 특단의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기본소득 실험은 잇따라 실패했다. 스위스에서는 '월 300만원' 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고, 핀란드에서는 시행 1년 만에 폐기됐다. 

그럼에도, 한국 국회는 계속 파행이다. 국회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도 기습 부결시켰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당장 생색내기 힘든 국가경제와 소비자 후생은 안중에도 없이 ‘표 계산’에 눈이 먼 것이다.

개헌안 저의(底意) 의심

총선 정국 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범여권의 헌법 개정안 기습 발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148명이 서명한 헌법 개정안이 기습적으로 발의됐다. 개헌안 발의를 주도한 범여권 인사들은 “3월 이내에 개헌안 국회 의결을 마무리하면 총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할 수 있다”면서 총선과 연계된 개헌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여권이 개헌을 밀어붙이는 정치적 저의가 의심된다”는 지적들이 높아지고 있다.

개헌안 내용은 ‘개헌 국민발안제’를 도입하자는 단 한 가지다.

개헌 발의 의원들은 제안 이유를 통해 “이른바 ‘광장 민주주의’를 ‘투표 민주주의’로 전환하자”고 그럴듯한 명분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 정치학자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대체로 정부 여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정권 중간평가를 희석하는 현상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또 국민 100만명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면 민주노총 또는 친문 세력만으로 개헌안 제출이 가능해진다. 

경제도 ‘표 계산’ 골몰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어떻게 하면 4·15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 ‘표 계산’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잘못된 정책의 시정이 없는 현금 지출은 일시적 환각제와 같다. 그런데 청와대와 민주당은 그렇게 하려고 한다. 

재난기본소득은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어려운 국민에게 지급해달라'는 제안을 올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금 살포는 재정승수(乘數)가 작아 국가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국민에게 공짜·의존심을 키움으로써 국가경제를 재기 불능으로 만들 초강력 마약일 뿐이다.

내수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 5100만명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면 51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이던 201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5.9%였던 재정적자 규모는 이번 추경만으로 41.2%를 넘어선다.  

51조원을 조달할 방법 자체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이미 올해 세수 부족으로 추경까지 합쳐 정부가 빚을 내기로 한 돈은 70조원에 달한다. 51조원을 더하면 액수는 120조원이 넘어간다. 이렇게 큰 빚을 국채로 조달하면 금융시장에도 파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치밀한 예산편성 관건 

긴급 구호가 필요하면 기초생활보장·근로장려금(EITC) 제도를 통해 얼마든지 걸러지게 돼 있다. 최장 9개월 실업급여를 받는 장치도 있다.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실업급여는 8000억원에 육박했다.

중요한 것은 소기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치밀하게 예산을 짜는 일이다. 이번 추경안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등에 지급하는 지역사랑상품권 등 소비쿠폰 예산 2조원이 들어 있다. 

그런데 가장 피해가 큰 대구지역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지 않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를 추궁하자 정부는 “면밀히 살피지 못했다”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국민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마스크 확보 예산도 고작 70억원만 반영돼 있다. 경제 실상과 코로나19 피해 실태를 도외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국내 승차공유의 시금석과도 같은 ‘타다 금지법’에 대해선 택시업계의 집단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일사천리다. 정부·여당은 물론 시장경제를 지향한다는 제1야당(미래통합당)까지 “타다를 금지하는 법이 아니라 ‘플랫폼 운송업’이라는 업역(業域)을 신설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 법으로 인해 타다는 사업을 접기로 했다. 170만 명 수요자들의 선택권이 박탈되고, 1만2000명 타다 기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생겼다. 게다가 시행령에 명시할 플랫폼 사업자의 기여금(면허구입비)이 높게 매겨지면 신규 진입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타다 금지법이 겉포장은 플랫폼 운송업 허용이지만 실상은 문턱을 더 높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망국적 탁상공론을 멈추고 실질적 구제책에 나서야 한다. 지금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은행에 ‘코로나 대출’을 신청해도 심사에만 두 달이 걸린다. 추경 규모는 11조7000억원으로 커 보이지만, 대출에 필요한 신용보증기금에는 고작 3000억원이 배정됐기 때문이다. 국회 추경 심사에서는 소모성 소비쿠폰을 줄이고 이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 

비례대표제 재정비 돼야

총선 정국을 관통하는 비례대표제도도 재정비 돼야 한다. 선거 이후에는 제1당이 어느 정당이 되든 이 제도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당이기주의에 매몰된 정당들에 의해 형해화된다면 오히려 부작용과 정치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여당의 이번 결정은 철저히 실리만 따진 것으로 여겨진다. 비례대표 몇 석을 더 챙기는 실리를 위해 명분을 버렸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미래통합당을 편법이라고 비난하면서, 같은 편법으로 맞선 것이다.

지난해 정치권의 오랜 관행을 깨고 선거법을 일방 처리한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위성정당’ ‘가짜 정당’이라고 맹비난해왔다. 자신들은 절대로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례정당 없이는 원내 1당을 뺏길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자 말을 바꿨다. 

민주당이 그토록 힐난하며 불온하게 여기던 비례전문당 가세로 선회하고 있는 것은 소수당 몫이어야 할 연동형 비례의석(총의석수 30석) 상당수가 통합당의 비례전문인 미래한국당에 잠식당하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이 염치가 있다면 이제라도 '누더기 선거법' 통과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다. 여야 간 기형적 ‘위성정당’ 경쟁구도를 종식시키기 위해 총선 직후 선거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도 해야 한다.

시대적 과제...혜안은 유권자들 몫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에는 기업도 인재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세계 흐름에 담 쌓은 한국 정치는 구한말 쇄국정책과 다를 게 없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활력을 찾지 못했다. 온갖 규제와 기업 숨통 틀어막기식 정책으로 숨을 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건 현금복지가 아니라 '진정한 혁신'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정작 보여야 할 곳에서 집권당의 리더십이 전혀 안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여권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이념 대결로 표를 긁어모으겠다는 심보는 통합당이나 민주당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유권자들은 여야가 미래를 놓고 경쟁하는지, 과거를 놓고 경쟁하는지, 진실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평소에 청년이 정치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멍석’을 깔아 줘야 젊은 정치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 거대 양당의 정치권 세대교체 각성을 촉구한다.

특히, 야권은 과감히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향하는 건전한 보수우파 정당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것이 지금 야당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다.

본격적인 정당 쇄신에 나서야 한다. 진정한 보수우파 가치에 기반한 정책 대안을 발굴하고 제시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지속적으로 쌓여야 미래 수권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정치를 바꾸는 일을 기성정치에 맡길 수도 없다. 결국 ‘젊은 정치’를 골라내는 혜안은 유권자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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