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조원태 vs. 반도 권홍사, 치열한 ‘진실공방’…공은 금감원·주주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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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조원태 vs. 반도 권홍사, 치열한 ‘진실공방’…공은 금감원·주주에게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3.17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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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터진 변수…한진칼 주주 선택은?
지분 싸움→감정 싸움 '변질'…분쟁 장기화될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참전 중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간 진실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한진칼 주주 등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趙 "권 회장 요청으로 만나 한진 명예회장 등 요구…애초에 경영참가 목적"
權 "조 회장 요청으로 만나 부친 타계後 격려 자리…일부 내용 악의적 발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간 만남의 진실을 둘러싼 신경전이 격렬하다 ⓒ 양사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간 만남의 진실을 둘러싼 신경전이 격렬하다 ⓒ 양사(社) 제공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 16일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에 KCGI(강성부펀드)·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으로 이뤄진 3자 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

조 회장 측은 권 회장이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하기 전인 2019년 8월과 12월 한진그룹 대주주들을 만나 △한진그룹 명예회장 선임 △한진칼 임원 선임 권한 △부동산 개발권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반도건설의 한진칼 주식 매집 목적이 단순투자가 아닌 경영참가였다는 방증이라는 게 조 회장 측 설명이다.

한진칼 측은 "반도건설과 KCGI의 이 같은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는 자본시장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훼손시켜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며 "기업 운영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일반 주주들의 손해를 유발시키는 3자 주주연합의 위법 행위을 묵과할 수 없어 금감원에 엄중한 조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반도건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3.28%에 대한 '주식처분명령'도 요청했다.

그러자 반도건설은 같은 날 '일부 언론의 반도건설 회장 관련 기사에 대한 반론'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한진칼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이날 반도건설에 따르면 권 회장이 지난해 만난 한진그룹 대주주는 다름 아닌 조 회장이다. 반도건설 측은 "권 회장은 지난해 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조 회장이 도움을 요청하는 만남을 먼저 요구해 몇 차례 만난 바 있다. 이 만남은 시름에 빠진 조 회장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권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도와달라는 여러 가지 제안을 먼저 했는데, 이에 대한 권 회장의 대답을 몰래 녹음하고 악의적으로 편집해 언론 기사에 악용한 것"이라며 "조 회장 측은 전체적인 (대화의) 내용과 취지를 왜곡하고 있으며, 전체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일부 내용만을 악의적으로 발췌해 언론에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이번 소식을 접한 권 회장은 큰 배신감을 느끼며 "도와달라고 만남을 요청해 놓고,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과연 대기업 총수가 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반도건설 측은 "지난해 이뤄진 한진칼 투자는 반도건설 등 각 회사별로 단순투자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며, (권 회장이) 조 회장을 만난 시기의 지분율은 2~3%에 불과했기 때문에 명예회장 요청 등 경영 참여 요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알린다"고 덧붙였다.

趙 "지난해 12월 만남 당시 반도건설 지분 6.28%…지분 보유 목적 허위공시" 
權 "지난해 7월경에도 2~3차례 만나, 당시 반도건설 지분 0~3%…사실 왜곡해"

양측의 진실공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반도건설의 반론이 나오자 한진그룹은 이날 저녁 또다시 '반도건설 측 반론은 명백한 허위사실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자료를 내고 "조 회장은 권 회장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10일과 16일 모 호텔에서 만났다. (조 회장이) 도와달라고 만남을 요청했다는 주장 자체가 거짓"이라며 "그 자리에서 권 회장은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추천해달라, 한진칼 임원·감사 선임 권한을 달라, 부동산 개발권 등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해달라' 등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두 사람이 만난 지난해 12월 당시)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은 6.28%임에도 뻔한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한진칼의 2019년 12월 6일자 공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권 회장의 제안은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제안이 아닌 협박에 가까웠다"며 "한진그룹의 성장·발전에 일조한 바 없으며 오히려 불법적으로 지분 보유 목적을 허위 공시한 당사자가 명예회장을 운운한 것 자체가 비상식적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건설이 경영참가 목적을 숨기고 단순투자로 허위 공시한 것은 자본시장법에서 엄격히 규율하고 있는 시장질서를 교란해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반도건설도 즉각 두 번째 반론 자료를 공개했다. 반도건설 측은 "조 회장 측은 양자의 만남이 지난해 12월 처음 이뤄진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양자는 조 회장의 요청에 의해 지난해 7월경에도 2~3차례 만남을 가졌다. 당시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은 0~3%였다"며 "이처럼 조 회장 측은 불리한 정황은 감추면서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서 허위 판단시 양측 지분차 0%대에서 3%대로…소액주주 표심 중요성↑
"진실공방 변수로 경영권 분쟁에서 감정싸움으로 변질, 분쟁 장기화 가능성 높아져"

한진그룹 CI(위), 반도건설 CI ⓒ 양사(社) 제공
한진그룹 CI(위), 반도건설 CI ⓒ 양사(社) 제공

조 회장과 한진그룹, 권 회장과 반도건설 간 설전의 진실을 밝히는 역할은 금감원과 한진칼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현재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조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델타항공 등을 합쳐 약 32.5%로 추정된다. 이에 맞서는 3자 주주연합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지난해 기준, 의결권 있는 지분)은 32.06%, 이중 반도건설 몫은 8.28%다. 만약 금감원이 조 회장 측의 의견을 수렴해 반도건설의 지분 보유 목적 공시를 허위로 판단할 경우 이 가운데 3.28%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 양측 지분 격차가 0%대에서 3%대로 벌어지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민간 기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진실공방 사태가 이들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의 지분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상황에서 진실공방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각 주주들의 판단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다만, 이번 진실공방 사태로 인해 양측의 분쟁이 단순 경영권이 아닌 감정싸움 식으로 확대된 만큼, 주총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쟁이 장기화될 공산이 더욱 커졌다"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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