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필패론①>朴의 지난 한달 정치…'막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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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필패론①>朴의 지난 한달 정치…'막막해'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1.11.28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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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최강자 자리는 어느덧 옛말 ˝대통령 감이 아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 사진=포털사이트 화면 캡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4년여 만에 '특강정치'를 재개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그다지 달아오르는 것 같지 않다. 인터넷이 냉담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3일 오전 대전 한남대를 찾아 총학생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뒤 오후에는 대전대로 이동해 학생 7백여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실력과 능력을 바탕으로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진 사회가 돼야 불균형이 해소된다"고 말했다. 또 "실력이 있음에도 학벌 때문에 (기회에서) 배제된다는 건 너무 가슴 아프고 억울한 일"이라면서 "어떤 실력을 갖추면 성공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핵심능력인증제'를 공공 부문부터 도입해 공공 부문부터 학벌을 파괴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의 목표가 입시 쪽으로 가지 말고 자아실현으로 바꿔야 한다"고도 강조한 그는 '최종 꿈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정치를 마치는 날까지 국민 한 분, 한 분이 희망을 갖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게 제 꿈이고 열망"이라고 답했다.

박 전 대표의 이 발언을 담은 기사가 24일 한 포털 사이트에 올랐다. 나름 인기 기사로 분류됐다. 댓글도 오전 9시 50분 현재 177개나 달렸다. 이 댓글들 맨 위에는 대표 댓글 두개가 배치되어 네티즌들의 찬반을 묻고 있었다. '당신은 아무리 봐도 대통령 감은 아닌 듯'이라는 댓글에 대한 찬성수는 '373'이었고 반대수는 '214'였다. '박근혜는 구시대 망령들의 아바타'라는 댓글에 대한 의견(찬성 350 대 반대 196)도 비슷했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이 벌어진 것이다.

그 동안 박 전 대표는 정치인으로서는 인터넷 최강자였다. 그의 미니홈피 방문자 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박 전 대표 관련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뜨면 지지 댓글이 셀 수 없이 붙었다. 혹여 박 전 대표에 적대적인 기사가 오르면 이 기사를 규탄하는 댓글이 '가미가재'식으로 반격전을 펼쳤다.

하지만 불과 한 두달 사이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 사이에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등장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지원에 힘입어 상승세를 탄 박원순 시장을 저지하기 위해 박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운다. 당은 박 전 대표가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같은 당 잠룡인 이재오·정몽준 의원이 나 후보를 돕고 있는 사실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특히, 한나라당과 나 후보는 박 전 대표에게 '올인'하는 바람에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할 수 없었다. 서울시민 다수가 지난 정권에서 탄생한 세종시에 반대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세종시를 찬성하는 박 전 대표 입장을 거스를 수 없어 이 문제를 선거에서 끄집어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박근혜 체제'로 전환했지만 선거 결과는 패배였다. 결국, 박 전 대표가 내년 대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수도권에서 야당 후보에게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터져나왔다.

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에서는 이재오·정몽준 의원 및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을 띄워 차기 대권을 놓고 박 전 대표와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울러,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렇게라도 국민적 관심을 끌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 등 당권파와 친박계가 이에 반대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더 이상 먹혀들지 않았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뉴시스

그 사이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얘기가 여기 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만약 안철수 원장이나 박세일 이사장의 신당이 정말로 만들어진다면 한나라당을 일탈, 신당으로 말을 바꿔 탈 인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따라붙었다. 이 경우 한나라당에 남는 세력은 친박계로, 한나라당이 '박근혜 정당'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가칭) 대표는 최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결국 한나라당은 '친박계'와 소장파가 이런저런 명분을 붙여 '친이계' 인사들과 중진의원들을 축출함으로써 '박근혜 당'으로 되는 선에서 '쇄신작업'을 마무리할 텐데, 이것은 지금보다 더 수구적인 보수정당이 되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며 "박근혜 전대표의 정치적 기반이 기득권층에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세일 신당'은 점점 힘을 받기 시작했다.  향후 '박근혜 체제'로 급속히 개편될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이 '박세일 신당'의 가열찬 추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30년 이상 정치에 몸 담은 한 인사는 "지금 돌아가는 모습이 박세일은 쫓고 박근혜는 쫒기는 모습"이라면서 "정치에선 다급한 사람이 불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얼마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정치권에서 돌고 있는 '신당설'에 대해 "이게 참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면서 "12월 달에 만든다고 해도 내년 2월 공천까지 한 달 반에서 두 달밖에 안 남는데, 한 달 반에서 두 달 만에 태어난 정당, 그리고 거기서 만들어낸 인물들이 제대로 된 인물들이겠는가"하고 폄하했다.

이 의원은 특히 '박세일 신당이 박근혜 전 대표를 흔들려는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과 관련해선 "그 동안 어디 총장 지내신 분 뭐뭐 해서 세종시 갖고 흔들어보기도 하고 또 개헌 가지고도 흔들어보기도 했는데, 박 전 대표를 흔들다가 밤송이에 맞아서 머리통 터진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로써 박근혜-박세일 관계는 끝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 보다 앞서 대표적 친박 인사인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탈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문산에서 열린 자신의 산악회 '청산회' 산행대회에 참석,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운동가가 나온지 50일만에 시장에 당선된 것은 20·30·40대의 반란 때문"이라면서 "이 지경까지 온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소통을 안 하고 일자리도 안 만들었는 데 누가 이 정권을 지지하겠는가"하고 반문하면서 "시간을 갖고 해도 되는 4대강 사업에 예산을 쏟아붓고 실업과 전세란을 (해소 못하고), 임대 아파트를 제대로 못 지어서 한나라당이 응징을 받은 것"이라고 소리쳤다.

서 전 대표는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국민과 한나라당에 사과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한나라당을 망가뜨려서는 안된다. 스스로 입장을 정리할 때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2012년 대선이 지난 1997년 대선과 비슷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안철수=DJ, 박근혜=이회창, MB=YS'라는 시나리오가 정치권 일각에서 그려진 것이다.

1997년 대선에서 당시 여당 후보였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회창 대표는 당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 특히, 선거를 얼마 앞두고 YS가 DJ의 불법정치자금 의혹 수사를 못하도록 검찰에 지시하자 이회창 전 대표측은 YS 인형을 불태우는 행사를 가져 YS와 상도동계를 분노케 했다. 선거 결과는 DJ의 승리였다.

그 당시 상황에 대해 YS는 지난해 "현직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는 어려우나 대통령이 안 되게는 할 수 있다"며 세종시를 놓고 이 대통령과 대립했던 박 전 대표에게 충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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