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 따져보기③] 자칫하면 ‘분쟁’되는 ‘계약 전 알릴 의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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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품 따져보기③] 자칫하면 ‘분쟁’되는 ‘계약 전 알릴 의무’란?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4.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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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에 위반 관련 내용 명문화… “보험금 청구 문제 겪을 수 있어”
고지의무 단순상품 속속 등장…미니보험·간편심사 트렌드 부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최근 몇년간 보험업계에서는 '계약 전 알릴 의무(이하 고지의무)'를 둘러싼 분쟁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고지의무'란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리거나, 이에 대해 충실히 고지해야한다는 의무를 뜻한다.

고객의 '고지의무' 및 보험사의 '설명의무' ©그래픽=정우교 기자
고객의 '고지의무' 및 보험사의 '설명의무' 관련 법률 조항 ©그래픽=정우교 기자

상법에 '고지의무' 명시…"위반 시 보험금 청구 문제 겪을 수 있어"

상법 제651조에는 고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보험자(보험회사)는 해당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 한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보험자가 계약당시에 그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알지 못한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적혀 있다. 

보험사들은 약관에 이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는데, 반드시 청약서의 질문사항에 사실대로 기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전화를 이용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보통 음성녹음으로 대체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법적으로 명문화돼 있기 때문에 고객들은 보험을 가입할 때 과거 병력 및 사고 이력 등을 충실히 알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면으로 계약이 오갔지만, 보험 계약자 스스로 증상이 경미하다고 판단되는 질병을 알리지 않으면 이후 보험금 청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각 보험사들은 자사의 약관에 '알릴 의무 위반 효과'와 관련 "약관에 정한 방법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을 명시해놓은 상황이다. 

또한 청약서를 잘못 기재한 것이 재판의 결과를 바꾸기도 했는데, 지난 2017년 판례를 살펴보면 재판부는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부당편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보험계약자)가 보험가입 청약서의 '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에 거짓 기재를 한 것으로 판단,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형을 판결한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 얼마 전 '계약 전 알릴 의무'에 대한 일을 겪었다는 보험계약자 A씨는 최근 통화에서 "과거 해외에서 진단받았던 내용을 보험을 계약할 때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면서 "다른 치료를 받으면서 이 사실을 털어놨는데, 그대로 의무기록 상에 남으면서 결과적으로 보험금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A씨의 사례가 비일비재한 경우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업계 종사자는 2일 전화통화에서 "과거 병력을 의사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작성된 의무기록 때문에 환자와 보험사와의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를 수차례 목격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삼성생명

고지의무 단순화 상품 속속 등장…미니보험·간편심사 트렌드에 부합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고지의무'를 단순화한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니보험의 추세에 맞게 보험회사에 알려야 하는 내용들을 줄여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상품 가입과정을 단순화하고 간편심사를 도입해 상품을 설계하고 있는 경향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최근 보험료를 낮추면서 보장내용을 강화하는 미니보험이 늘어나면서 '고지의무'도 축약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1일 유병자 및 고연령자 간편심사를 통해 쉽게 가입할 수 있는 '무배당 간편한 달러평생보장보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3개월 내 입원·수술·추가 검사 필요 소견 여부 △2년 내 질병 또는 사고로 인한 입원·수술 여부 △5년 내 암 진단·입원·수술 여부를 확인하는 '3·2·5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간편심사로 가입할 수 있다.

이는 삼성생명이 최근 출시한 '기업복지보장보험'과 '기업복지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이중 '기업복지건강보험'은 복리후생용을 목적으로 하는데, 질병을 주로 보상하는 상품이다. 단체보험 최초로 나이가 많거나 병력이 있어도 가입이 가능하도록 '간편고지형'을 추가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병력자나 고령자(최고 75세까지) 사업주도 앞서 언급한 조건만 고지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가입할 수 있다. 

한편, 보험계약 과정에서는 보험사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상법 638조의3에 따르면 "보험자(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을 교부하고 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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