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vs질병①] 판데믹 그 후, 경제는 어떻게 살아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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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vs질병①] 판데믹 그 후, 경제는 어떻게 살아났나
  • 김병묵 기자
  • 승인 2020.04.24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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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신종플루·메르스 모두 경제충격 ‘단발성’ 그쳐
“경제기초 흔들리지 않으면 감염병 종료즉시 살아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과거의 사례를 돌아보면, 큰 상처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늘 다시 살아났다. <시사오늘>은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1세기에 일어났던 감염병 이후의 경제 상황을 살펴봤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의 전쟁이다. 의학이 발달한 20세기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적 감염병 유행(판데믹 : pandemic)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감염병은 개인을 넘어 경제도 감염시킨다. 국제경제학자 리처드 볼드윈은 판데믹의 경제적 타격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질병에 걸린 환자가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지 못해서 오는 타격, 억제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 기대 심리에 미치는 타격이다.

올 초부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1일 공식적으로 판데믹을 선언한 코로나19는 아직까지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의 경제적 타격을 입히고 있다. 지난 2월 1일 워릭 매키빈 호주국립대 교수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 충격이 1600억 달러, 약 19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그나마도 추정치에 불과하며 코로나 19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를 돌아보면, 큰 상처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늘 다시 살아났다. 1918년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유행병이었던 일명 '스페인 독감'은 약 1억 명 가까운 인명을 앗아갔지만, 세계 경제를 붕괴시키진 못했다. 이름과 달리 스페인 독감은 사실 미국 중부에서 시작됐는데, 미국 증시 다우 존스 지수는 이 질병의 창궐에도 불구하고 1918년 3월 76.4에서 1919년 10월 118.9로 55.6% 포인트 상승했었다. 그 이후에도  20세기엔 1957년 백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판데믹 아시아 독감(H2N2), 홍콩주민 15%가 감염됐던 1968년 홍콩독감(H3N3)이 있었지만 세계 경제는 매번 다시 일어나 꾸준히 성장했다.

다만 경제적·사회적 환경이 지금과 너무 다른 20세기 판데믹들과 경제의 연관성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직접적으로 대입·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시사오늘>은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1세기에 일어났던 사례들인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 SARS), 2009년 일명 '신종플루'로 불린 인플루엔자 유행,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 MERS) 이후의 경제 상황을 살펴봤다.

ⓒ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21세기에 일어났던 감염병 사례인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 현황 비교. ⓒ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2003년 사스, 중국의 과열경제를 식히다

사스는 사실 코로나19 사태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 일으킨 판데믹이다. 2002년 11월 처음 발견돼 2003년 중국을 중심으로, 홍콩·대만·싱가폴·한국 등으로 퍼져나갔다. 2004년 7월 사스는 공식적으로 박멸됐지만, WHO에 따르면 사스 유행 기간 전 세계적으로 8096명이 감염됐고 774명이 사망했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와 워윅 맥키빈 호주국립대 교수가 2005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03년 사스로 인한 전 세계 경제 손실은 상반기에만 약 400억 달러에 달했다. 또한 국제항공협회(IATA)는 2006년 경제 브리핑에서 사스 때문에 전 세계 GDP가 0.1% 감소했다는 추정치를 내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경사무소의 2003년 보고서는 사스 발견 반년 만에 중국의 경제활동이 대폭 위축됐다고 기록했다. 여행업은 최대 -40%, 요식업은 -15.5%, 철도·도로·항공이 -41.5% 등 대부분의 서비스 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사스 감염에 대한 공포가 기대 심리에 타격을 준 상황이었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았던 홍콩과 싱가폴, 대만은 더 심각했다. 한창 급 성장 중이던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주춤했는데, 영향권에 있던 우리나라 경제도 잠시 그 여파를 맞았다. 코스닥 지수 역시 이기간 540에서 350까지 하락했었다.

하지만 침체기는 길지 않았다. 영국 시장정보 제공업체 IHS Markit의 자료에 따르면, 타격을 입었던 서비스 산업들은 사스의 종료와 함께 'V'자 곡선을 그리면서 다시 치솟았다. 오히려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홍콩은 사스 이전보다 약 20% 높은 생산성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사스가 한창이던 2003년 5월, 중국에선 투자 증가율이 34.5% 증가하는 등 이미 '사스 정국'을 벗어날 신호를 보였고 결국 반등했다. 우리도 약 3개월 만인 2003년 8월, 다시 500까지 코스닥 지수를 회복했다.

북경대학교 교수인 판 강 중국국민경제 연구소장은 이와 관련, 2003년 6월 한중경제포럼에서 "정부가 계획된 투자 프로젝트를 그대로 진행했고, 일부 지역에서 재정지출을 늘려 소비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의 경기과열을 자연스럽게 식히는 효과가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2009 신종플루, 공포에 비하면 약했던 충격

코로나19에 가장 근접했던 사례를 꼽으라면 2009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새로운 인플루엔자(N1H1)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지역에서 시작해 퍼져나갔는데, WHO가 코로나19 이전에 공식 판데믹 선언을 한 질병이다. 214개국 600만 명의 감염자, 최소 1만 8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76만 여명이 감염돼 270명이 사망했다.

2003년 사스와 비교할 때 2009 신종플루는 그 규모는 물론 인적 피해 측면에서 훨씬 컸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타격은 적었다. 이와 관련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온 바 있는데 크게 분류하면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이미 경제가 되살아나던 시기였다는 점,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존재했다는 점, 상대적으로 고령자보다 어린이들에게 더 위험한 질병이었다는 점 등이 제시됐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의 한 핵심 관계자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이미 경제가 바닥을 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충격을 받을만한 것이 없었다. 잠깐 주가가 흔들렸지만 돌아왔다"면서 "또한 소비력이 약한 계층인 아이들에게 더 위험한 전염병이었다. 주 소비층인 20~40대에겐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어서, 소비 타격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전부 치료되는 건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있어서 소비심리가 위축될만한 공포도 덜 했었다"라고 전했다.

2015 메르스 비극, 손실규모는 예상 이하

2015년 공포의 중심에 있었던 메르스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종류다. 중동 지역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됐는데 유독 한국에서 유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1367명이 발병했는데, 그중 528명이 사망해 무려 38.6%라는 높은 치사율을 보였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당시 세 가지의 경제 충격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메르스가 6월 말 종료(1개월 지속)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2개월 지속, 세 번째는 3개월 지속이었다. 최악의 경우 KERI는 GDP 1.31% 하락, 20조 원의 경제 손실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실은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7월 28일 메르스 사태 종식을 선언하며 끝났고, KERI의 전망에 따르면 GDP 0.61% 감소, 9조 30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됐었다.

실제 경제적 충격은 이보다 작았다. 한국은행이 지난 8일 발표한 WHO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는 한국 경제에 2조 3000억 원의 손실을 안긴 것으로 파악됐다. 주가는 메르스의 영향권인 5월 20일부터 8월 24일까지 코스피 기준 약 15% 하락했지만 금방 복구됐다. 이마저도 경제계 일각선 메르스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중국의 증시상황과 유로존 위기, 유가 하락 등이 추가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김진산 전 한국환경정책평가 연구원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메르스 당시에도 메르스 사태의 지분이 있긴 있지만, 그보다 다른 여러가지 이유가 겹쳐서 일어났던 것"이라면서 "'펀더멘탈(경제기초)'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회복이 가능하다. 감염병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통화량 등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는 있지만 종료되는 순간 빠르게 회복된다"라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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