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상황 더 어려워진다…은행산업 전반 구조적 재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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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상황 더 어려워진다…은행산업 전반 구조적 재편 필요”
  • 박진영 기자
  • 승인 2020.04.28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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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 고속 성장 …기존 은행에 직접적 위협 요인 될 수 있어”
디지털화 부진·혁신유인 부족·이자이익 편중…국내은행 당면 과제
은행 산업 전반에 경쟁력·효율성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 추진 요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최근 국내외 경제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은행권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 아래에서 양호한 경영성과를 보여왔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디지털 경제, 저금리·저성장 기조 등이 가속화되면서 영업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미래와 시사점'을 통해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환경에서 국내은행의 대응여건과 향후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 발전의 제약요인으로 △효과적 디지털화 부진 △은행의 과점구조로 혁신 유인 부족 △이자이익에 지나치게 치우친 수익구조 등이 꼽혔다.

ⓒ한국은행
디지털화, 기술혁신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변하면서, 은행산업 생태계도 변하고 있다. 최근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이 금융부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빅테크·핀테크 기업 등, 새로운 경쟁 상대로 부각

디지털화, 기술혁신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변하면서 은행산업 구조도 변하고 있다. 금융부문에서는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 기술을 활용한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빅테크 기업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을 보유한 대형 IT기업이다. 이들은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기술, 고객 데이터, 자본 등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빅테크 기업은 지급결제를 시작으로, 대출, 자산관리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면서, 은행의 고유 서비스를 침범하고 있다.

우선 구글은 올해부터 은행계좌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구글은 '캐시'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계좌 개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씨티그룹, 스탠퍼드연방신용조합 등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구글은 조만간 결제기능이 있는 스마트 직불카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앞서 애플은 지난 2014년 독자적 결제시스템인 '애플페이'를 출시했으며, 지난해 '애플카드'를 매놓았다. 페이스북도 '페이스북 페이'를 선보였으며, 암호 화폐인 '리브라'를 구상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삼성이 '삼성페이', 네이버가 '네이버 페이' 등을 내놓으며 금융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보고서는 "빅테크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진출 영역에서 시장지배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는 핀테크 기업에 비해 기존 은행에 직접적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은행 제약 요인은…디지털화 부진·혁신유인 부족·이자이익 편중

국내의 경우, 세계 주요은행들과 비교해 원활한 디지털 전환이 미흡한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에는 전문인력과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국내은행들은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한국은행
국내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문인력과 충분한 예산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 속도가 더딘 편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 임직원 중 IT인력 비중은 2005년 5.7%에서 2010년 3.4%로 대폭 낮아졌고, 2018년 3.8%로 약간 증원됐다. IT 관련 예산 비중은 최근 소폭 상승(2019년 10.6%)했으나, 2005년 10.8%에 비해서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국내 은행산업의 과점구조도 문제다. 과점 구조는 국내은행의 자금운용 편중을 심화시키고, 은행들이 현재 상황에 머무르도록 한다. 이에 저위험·고수익을 추구하고, 담보대출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 편중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금융수요에 대응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등 금융혁신을 적극적으로 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은행
국내은행의 수익구조는 여전히 이자이익에 편중되어 있다. 주요 해외은행의 이자이익(50.1%~63.7%)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한국은행

아울러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은행의 수익구조가 여전히 이자이익에 편중되어 있고, 비이자이익 확대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총이익대비 이자이익 비중은 지난 2019년 86.2%로, 비이자이익 비중(13.8%)에 비해 훨씬 높은 상황이다. 이는 주요 해외은행의 이자이익(50.1%~63.7%)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국내은행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해 안정적 수익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시장변화에 민감한 투자수익보다 수수료·신탁 관련 이익이 확대돼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산업 구조 재편 필요…제도적 여건 조성 동반

이 가운데, 기존 은행들이 핀테크기업, 빅테크 기업(인터넷은행 등 포함)들과 협력·공존하면서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은행 산업 발전에 현실적인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선 기존 은행이 핀테크 기업과 협력할 경우, 은행은 디지털 전환 등에 소요되는 비용·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핀테크 기업은 은행의 풍부한 자본, 고도화된 리스크관리 노하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빅테크 기업은 기존 은행과 상호 경쟁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은행산업 전체의 금융서비스 질이 향상되고, 국내은행의 해외진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은행 발전을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여건 조성도 필수적이다. 최근 세계 주요국 규제당국은 은행산업 내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혁신을 가속화 하여, 은행 산업 전반에 경쟁력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은행 산업 경쟁 촉진을 위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인가했고, 지난해 12월 추가로 토스뱅크를 인가했다. 향후 금융업 인허가 단위를 세분화해 핀테크 기업 등에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고서는 "은행은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금융기관으로 신뢰도와 안정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은행 진입이 은행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점검하면서 규제 완화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은행·저축은행·카드사 출입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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