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의 역설] 호남맹주, 出家 5년 만의 전멸…“전국적 인물 없으면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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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당의 역설] 호남맹주, 出家 5년 만의 전멸…“전국적 인물 없으면 몰락”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04.28 2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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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계에 등돌린 호남 민심…“대권후보 없는 정당은 버림받아”
호남 민심, ‘이낙연 대권론’에 몰표…“지역맹주보다 대권주자 우선”
‘손 안의 모래’ 지역기반…집착할수록 이탈하는 역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열린우리당 이후 한때 민주당 주류를 차지하면서 ‘호남계’라는 계파를 이끌었던 ‘호남 맹주’들이 21대 총선에서 대거 낙선해 정치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열린우리당 이후 한때 민주당 주류를 차지하면서 ‘호남계’라는 계파를 이끌었던 ‘호남 맹주’들이 21대 총선에서 대거 낙선해 정치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열린우리당 이후 한때 민주당 주류를 차지하면서 ‘호남계’라는 계파를 이끌었던 ‘호남 맹주’들이 21대 총선에서 대거 낙선해 정치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의 몰락은 정당이 지역기반에 집착할수록 도리어 지역 민심으로부터 버림받게 되는 ‘지역정당의 역설’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호남계에 등돌린 호남 민심…“대권후보 없는 정당은 버림받아”


천정배(6선)·정동영(4선)·박주선(4선)·박지원(4선)·유성엽(3선) 등 호남계는 지난 2015년 ‘친문 패권’에 반대하는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고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했다. 당시 국민의당은 창당 2개월 만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를 석권했고, 튼튼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정당 득표 2위를 기록하면서 원내 제3당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들은 민주당을 떠난 지 5년 만에 이번 총선에서 전멸하고 말았다. 이들의 새 간판인 민생당도 이번 총선에서 ‘충격의 0석’을 기록하면서 존립의 기로에 서게 됐다. 

민생당 소속의 호남계 의원들은 모두 지역구에서 패했고, 민생당 정당 득표율은 비례대표 봉쇄조항인 3%도 채우지 못했다. 정당 투표는 호남 대부분 지역에서 열린민주당에게조차 밀렸고, 특히 전북에선 보수정당인 미래한국당(5.7%)과 비슷한 수치(6.3%)를 기록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민생당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인물은 민주당, 정당은 민생당’이라는 교차투표조차 없이, 유일 지역 기반인 호남으로부터 완벽하게 버림받았다는 소리다. 

걸출한 호남계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호남정당’ 이미지를 구축한 민생당이 5년 전과 달리 지역 민심을 얻는 데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지난 2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민생당은 소위 ‘동교동계’라는 세(勢)의 결집만 있었을 뿐, 미래지향적 메시지와 전국구 인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정당득표율과 관련해서 “정당이 지지를 받으려면 인물, 즉 대권후보가 필요하다”면서 “민생당엔 강력한 대권후보가 없고, 전국적으로 대두되는 인물이 없어서 실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생당, 특히 호남계의 패인(敗因)은 ‘호남 홀대론’ 외엔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고, 나아가 정당과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전국적 인물’을 선보이지 못한 것에 있다는 분석이다.

 

호남 민심, ‘이낙연 대권론’에 몰표…“지역맹주보다 대권주자 우선”


호남 민심은 ‘호남 맹주’보단 ‘정권 창출 능력’을 높이 산다는 분석이다. 실제 호남은 항상 정권 창출 능력이 있는 정당과 인물에게 전략적 투표를 해 왔다. ⓒ시사오늘 권희정
호남 민심은 ‘호남 맹주’보단 ‘정권 창출 능력’을 높이 산다는 분석이다. 실제 호남은 항상 정권 창출 능력이 있는 정당과 인물에게 전략적 투표를 해 왔다. ⓒ시사오늘 권희정

국민의당을 탈당하고 호남계와 함께 민주평화당으로 이적했던 ‘동교동계 정치원로’ 정대철 상임고문은 총선 직전 돌연 민주당과 이낙연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27일 기자와 만나 “호남의 민주당 몰표 현상은 ‘이낙연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적잖은 사람들이 ‘다 좋은데 전라도인’이라고 말하면서 ‘이낙연 대권론’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정치인들도 공식석상이 아니면 호남 정치인에 대한 거부반응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다. 호남이 그걸 모르겠는가. 호남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문재인까지 다 영남 사람인 점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이낙연 대권론’이 가능성이 있어보이니까 호남이 민주당으로 똘똘 뭉친 거다.”

호남 민심은 ‘호남 맹주’보단 ‘정권 창출 능력’을 높이 산다는 뜻이다. 

실제 호남은 항상 정권 창출 능력이 있는 정당과 인물에게 전략적 투표를 해 왔다. 2004년 ‘노무현 탄핵정국’에 치러진 총선에선 동교동계의 새천년민주당이 아닌 집권당 열린우리당에, 2016년 총선에선 안철수라는 대권주자를 갖춘 국민의당에, 2017년 대선에선 지지율이 앞섰던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권을 행사했다.  

 

지역기반, ‘손 안의 모래’…집착할수록 이탈하는 역설


민생당의 실패는 역설적으로 호남에만 ‘올인’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 ‘지역정당’이기 때문에 정권 창출 능력을 잃었고 결국 해당 지역에게조차 버림받는 ‘역설’이 작용한 셈이다. ⓒ뉴시스
민생당의 실패는 역설적으로 호남에만 ‘올인’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 ‘지역정당’이기 때문에 정권 창출 능력을 잃었고 결국 해당 지역에게조차 버림받는 ‘역설’이 작용한 셈이다. ⓒ뉴시스

민생당의 실패는 역설적으로 호남에만 ‘올인’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 ‘지역정당’이기 때문에 정권 창출 능력을 잃었고 그것이 문제가 돼 해당 지역에게조차 버림받는 ‘역설’이 작용한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호남계의 이탈을 오히려 ‘호재(好材)’로 삼았다. ‘호남정당’이라는 정체성을 국민의당에게 넘겨주면서 지난 총선에선 대구 2석, 경남 1석, 부산 5석 등 ‘영남 10석’을 확보해 전국화를 이뤘다. 이번 총선에선 영남 의석을 일부 잃었지만 ‘정치1번가’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호남은 물론 수도권 표심과 중원인 충청까지 독차지해 180석의 ‘슈퍼여당’이 됐다. 지역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서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이처럼 지역기반은 정당에겐 ‘손 안의 모래’와 같다. 열린우리당과 바른미래당처럼 지역기반이 없는 정당도 위험하지만, 호남계처럼 지역기반에만 집착할 때 표심은 가차 없이 이탈하게 된다. 호남계가 애써 쥐려고 했던 호남 민심은 모래알처럼 이낙연의 민주당에게 향했다.

28명의 호남 지역 당선자 중 60% 이상은 민주당 초선이다. 호남 맹주들이 정치신인에게조차 맥없이 패한 것이다. 그렇게 ‘DJ의 영원한 비서실장’도, ‘전주불패신화’도 지역정당의 역설로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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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2020-04-30 10:11:33
기자님! 대권창출 능력에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고요. 호남인은 그냥 멍청하지 않고 진보적인 것 뿐이에요. 동학혁명, 광주 항쟁 등의 역사를 보세요. 토착화되어 부패한 지역 민주당을 개혁하려고 표를 준 건데 당선자들이 20대 국회에서 한 일을 보세요. 개인의 권력욕만 채우고 개혁을 발목잡는 거로 밖에 안 보인 겁니다. 그래서 그들이 심판해야할 세력이 된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