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김종인의 ‘40대 기수론’…타깃은 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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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김종인의 ‘40대 기수론’…타깃은 이낙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5.10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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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경제통’ 발언, 세대교체 프레임 노린 포석…YS ‘깜짝 놀랄 만한 후보’ 연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꺼내든 ‘40대 기수론’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시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꺼내든 ‘40대 기수론’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시스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던진 한마디 탓이다. 김 전 위원장은 4월 24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가 통합당의 유력한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의 발언에 정치권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이 제한’에 걸린 대권주자들은 잇따라 ‘김종인 때리기’에 나섰고,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마음에 둔 ‘40대 경제통’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김세연 의원과 홍정욱 전 의원 관련주가 상한가를 치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통합당 대권주자들도, 언론들도 김 전 위원장 발언의 ‘진의(眞意)’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김 전 위원장이 내놓은 ‘40대 기수론’은 통합당 대권주자를 겨냥한 것도, 김세연·홍정욱 의원을 지목한 것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종인발(發) ‘40대 기수론’의 타깃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오마이뉴스>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수행해 28일 공개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전 총리는 40.2%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2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14.4%)에 두 배 이상 앞서고, 야권에서 1위를 기록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7.6%)보다는 32.6%포인트 높은 수치다.

차기 대선은 채 2년도 남지 않았고, 대선 전까지는 전국단위 선거도 없다. 이미 ‘대세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 전 총리에게 맞설 만한 ‘유력 대권주자’를 띄우기에는 시간도 기회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프레임 전환’이다.

지금 같은 이념 구도에서는 ‘이낙연 대세론’을 깰 방법이 마땅치 않다. <알앤서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5월 4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45.0%는 자신을 범(凡)진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보수는 40.7%였다. 인물도 마땅치 않고 구도도 불리하다면, 판을 바꿔야 한다.

이런 판단 아래 나온 것이 ‘40대 기수론’이라는 관측이다. 1952년생인 이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1953년생)보다도 한 살이 많다. 차기 대선이 열리는 2022년이면 만으로 69세다. 김 전 위원장이 띄운 ‘40대 기수론’이 ‘세대교체론’으로 연결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후보는 이 전 총리가 될 공산이 크다.

과거 문민정부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1995년 10월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놀랄 정도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며 “활기차고 젊은 사람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러자 당시 언론에서는 이인제 경기도지사, 강삼재·김덕룡·강재섭 의원 등을 ‘깜짝 놀랄 후보’로 지목했다.

그러나 YS는 2011년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깜짝 놀랄 만한 후보 발언은) 딱히 누구를 지칭한 게 아니었다. 단지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민주자유당에서 축출된 JP(김종필 전 국무총리),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복귀한 DJ(김대중 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1995년 YS의 ‘깜짝 놀랄 만한 후보’ 발언은 1997년 대선에서 DJ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DJ와 손을 잡은 JP 역시 국무총리 자리에 올랐다. 과연 김 전 위원장의 ‘40대 기수론’ 발언은 이 전 총리의 ‘대세론’을 멈춰 세울 수 있을까.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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