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보수 재건의 고민…“기본소득에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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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텔링] 보수 재건의 고민…“기본소득에서 찾아야”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5.10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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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주류에서 밀려난 이유 ‘왜’
보편적 복지 시대 흐름에서 ‘주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유권자의 표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총선을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뉴시스
유권자의 표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총선을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뉴시스

 

정치에 대한 이썰 저썰에 대한 이야기
이번 편은 유권자 표심 변화에서 보는
보수 패배 요인과 보편적 복지에 관심

보수는 스스로 주류가 아님을 인정할까요. 인정한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유권자 표심에서 그 길을 물어봅니다.

 

유권자는 변했다 


정지 지형상 유권자가 재편됐다고들 합니다.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4·15총선은 이를 거듭 확인해준 선거라고 지목했습니다. 정 전 대표는 지난달 말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보통 보수 대 진보가 52% vs 48%, 많이 보면 6대 4였지만 확 뒤집어졌다. 현재는 범진보가 월등히 늘어난 구조”라고 진단했습니다. “20~40대는 마음이 떠났고, 50대는 정치적으로 진보성향에 가깝다”고 한 것입니다.

전국정당 득표율에서도 유권자 변화는 확연히 포착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매일경제>칼럼을 통해 “대한민국의 이념 지형이 바뀌고 있다”며 정당 득표율의 변화를 예로 들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비롯해 국민의당의 득표율을 합한 범보수 성향은 40.5%를 얻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정의당, 민생당을 합한 범진보 성향의 정당득표율은 51%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양 진영 격차가 10%이상 벌어질 만큼 이념 성향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변화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주요하게는 급격히 악화된 국가 환경의 문제가 배경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신 교수는 정부 지원에 기대는 국민 심리가 커지면서 유권자 표심이 정부여당으로 지지가 모아지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 더해 정부 지원 정책 등에 쏠리는 일련의 유권자 표심은 총선 전후 만난 유권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주부(60대)는 “문재인 정부에서 돈을 주기 때문에 걱정이 덜 든다”며 총선에서 여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톤을 높였습니다. 청장년층의 한 택시운전기사는 “투표 전 날 저녁 재난기본소득을 받아가라는 문자를 받았다. 나뿐 아니라 다른 동네에서도 받았다고 하더라”며 “이런 것들도 정부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습니다. 또 다른 택시운전기사는 “안철수를 지지한 적도 있었지만 이번엔 여당에 표를 던졌다. 내게 더 이득이 오기 때문”이라며 “다음 대선에서는 담뱃값을 내려준다고 한 홍준표를 찍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찌감치 미래통합당 선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수도권의 한 후보자는 “문 정부의 최저임금인상과 주52시간 등의 정책이 직장인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며 이런 표심으로 인해 여당이 유리하다고 예견한 바 있습니다.

 

보수가 변해야 할 때


“포퓰리즘이 맞아떨어졌다”는 일각의 시각도 있지만 소득양극화 구조가 심해지면서 보수가 추구해온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론으로는 더이상 유권자 표심을 얻을 수 없다는 보다 근본적 조언도 전해집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지난 6일 국회에서 ‘4·15총선 평가와 야권의 향후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 세미나 발제를 통해 보수 정치가 간과해온 것들을 꼬집으며 “사회적 약자의 아픔과 고통을 끌어안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정치적 문제는 아닙니다. 극심한 양극화 현상에 대한 여론의 반발은 신자유주의 노래를 부르던 미국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으며 흥행한 것을 통해서도 가늠되고 있습니다.

한미 전문가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미국인들이 영화 <기생충>에 열광한 데에는 “오늘날 미국의 불평등 구조를 가장 절묘한 방식으로 표출해냈기 때문”이라며 “이 영화는 우리 사회와 세계가 불평등 확산을 막지 못할 경우 어떤 파국적 종말을 맞게 될 것인가를 너무도 선명히 보여주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고 한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우리나라 보수당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과 무관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부자당, 기득권당 등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된 데 반해 양극화 해소에 필요한 적절한 대안 제시를 하지 못하면서 통치 불능의 정당으로 부각되며 유권자 마음을 떠나게 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보수에게 남은 것은 탐욕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작심 비판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관련해 장 이사장은 지난 9일 페 이스북에서 다음과 같이 쓴소리를 던진 바 있습니다.

“보수 세력은 더 부패하고, 더 무능하고, 더 썩었고, 더 (시대 변화를) 모르고, 더 답답하고, 더 융통성 없고, 더 한심하고, 더 대안 없고, 더 겁 많고, 더 룸펜 같고, 덜 절박하다. 더 (정신적으로) 타락했고, 더 과거적이고, 더 권위적이며, 더 명분 없고, 더 자기중심적이고, 더 이기적이다. 철저히 강자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덜 약자 배려 적이며, 더 분열적이고, 더 지역적이고, 더 이념적(냉전적)이다. 더 폐쇄적이며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며, 무감각적이다.

보수의 전통적 가치였던 공동체에 대한 우선적 배려심과 배양심은 사라졌고, 나만주의(天上天下唯我獨尊)에 입각한 독선(獨善), 독단(獨斷), 독주(獨走)적 사심정치만 횡행한다. 미래의 공동체를 생각하는 무욕의 정치인은 안 보이고 탐욕만 가득하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가치와 논리가 없고, 원칙이 없으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민이 공감을 보내지 않는 정당을 왜 지지하겠는가? 지지율이 오를 수 없는 근본 이유이다.”

- 장성민 이사장, 9일 페이스북 글 중-

 

보편적 복지로의 길로?


이상으로 총선을 통한 유권자의 변화부터 그 저변의 배경과 앞으로 고민해볼 화두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결국 민주주의 발전 면에서 필요한 건전한 야당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이런 흐름을 기준으로 보수 패배의 원인에 대해 살펴보고 국민의 공감을 얻을 새 어젠다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최근 대화에서 “변화된 유권자 눈높이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존 보수의 어젠다였던 선별적 복지식 레퍼토리만을 반복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즉 “상대 진영의 강점이었던 보편적 복지에서부터 그 답을 찾아야 한다”며 “노동유연성이라는 대안적 조건을 전제로 전 국민에게 일정 금액의 소득을 지급하는 전향적인 기본소득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포퓰리즘이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국가 위기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방안 제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래전부터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창했던 재야인사 출신의 원로 정치인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도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는 장기표 국민의소리 공동대표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는 “산업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대량실업과 소득양극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스위스뿐 아닌 전 세계가 서유럽처럼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개념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라고 제언했습니다.

관건은 재정적 문제인 가운데, 그러나 보편적 복지가 선별적 복지보다 예산 쓰임 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게 장 공동대표의 설명입니다.

“3~4년 전부터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적으로 정책을 남발하다 보니까 어떤 경우는 복지가 중복돼 예산을 낭비하고 어떤 때는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엄청난 비효율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유럽처럼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 지금 노인기초연금을 소득과 재산이 적은 70%에 준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의 소득이라는 게 수시로 바뀌는데 그것을 어떻게 정확히 계산하나? 전문가 천명이 붙어도 정확히 계산해낼 수 없다. 그러다보니 70%에 들어가기 위해 옳지 못한 방법을 쓰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선별적 복지가 보편적 복지보다 돈이 더 드는 것이다. 그리고 보편적 복지를 하면 수급 과정에서의 부정을 예방할 수 있다.”

- 장기표 공동대표, 2016년 <시사오늘> 통화 발언 중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867

한편 기본소득이 아닌 안심 소득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도 있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18년 국민대 북악포럼 특강에서 “스위스가 1인당 300만 원씩 나눠준다고 국민투표한 적이 있다. 대다수 찬성할 것 같은데 결과는 반대가 77%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진국일수록 기본소득을 하려는 경향이 적어진다”며 “핀란드에서도 결국 2년 하다가 중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오 전 시장은 그 대안으로 “안심 소득은 우파 버전의 기본소득 시스템”이라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더라도 소득이 적은 이들에게 더 많이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정의 실현 아니겠느냐. 앞으로 복지체계 대변혁에 대한 담론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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