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전 국민 고용보험, 뭐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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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뉴스] 전 국민 고용보험, 뭐가 문제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5.11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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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망 확충 위해 필요하지만…재원 마련·국민적 반발 부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을 공식화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을 공식화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을 맞아 한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지금의 코로나 위기는 여전히 취약한 우리의 고용 안전망을 더욱 튼튼히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추진을 공식화한 겁니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는 오래 전부터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온 사안이었습니다. 현행 고용보험제도는 근로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사업체에 고용돼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관련기사 -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102) 등은 실업급여를 비롯해 출산 전후 휴가 급여, 직업 훈련 시 지원되는 교육비 등 고용보험 혜택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이처럼 현행 고용보험제도로는 취업자의 절반가량(2020년 3월 기준 전체 취업자 2661만여 명 중 고용보험 가입자 1376만여 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없다 보니, 고용보험 대상을 모든 취업자에게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왔습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업 문제가 대두되자,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른 거죠.

그런데 필요성과는 별개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정부여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옵니다. 당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부터가 지난 6일 일자리위원회 타운홀 미팅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에 대해 “가야 할 길이긴 하지만, 일시에 도입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라며 “단계적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준비를 갖추면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여당 내에서도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에 대한 이견이 표출되는 이유는 뭘까요. 핵심은 ‘돈’입니다. 2019년 기준, 정부가 걷은 보험료는 11조8508억 원이었습니다. 반면 실업급여 등에 쓰인 돈은 13조9515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고용보험은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데도 2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고용보험기금은 머지않아 고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입 대상을 확대하면, 적자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비해 특수고용형태 종사자와 예술인,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적자 폭이 확대되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고용보험료를 올리거나, 부족분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거죠. 어떤 방법이든, 국민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입 대상이 되는 자영업자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도 자영업자가 원할 경우 고용보험 가입(임의가입)이 가능하지만, 2019년 말 기준 임의가입이 가능한 자영업자(405만여 명) 가운데 고용보험에 가입한 인원은 1만5549명에 그쳤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쁜’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고용보험료는 ‘또 다른 세금’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이 큰 정책인 셈이죠.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은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의 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 자영업자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정치적으로는 유리할 것이 없는 정책입니다. 집권 4년 차에도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문재인 정부와 ‘슈퍼 여당’ 민주당은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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