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의 세상만사] ‘李·朴 사면론’, ‘국민 통합용’ 인가 ‘야권 통합용’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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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의 세상만사] ‘李·朴 사면론’, ‘국민 통합용’ 인가 ‘야권 통합용’ 인가
  •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승인 2020.05.28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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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법 감정과 거리 멀어…야권, 내부개혁과 정책경쟁 우선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속담이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뜬금없이 제기되면서 떠오르는 말이다.

그동안 사면론은 보수 야권,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과 태극기 부대를 중심으로 구속 때부터 ‘사모곡’처럼 제창돼왔다. ‘박근혜 무죄, 사면 석방’을 주구장창 외쳐오던 소리는 익히 아는 바라 낯설지는 않다. 열성 팬들의 일방적인 사모곡이니 그냥 그런가 보다 라고 지나쳐왔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이‧박 사면론’은 정치권 제1‧2당의 책임 있는 유력 정치인들의 입에서부터 나오고 있어 관심이 더 모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그 여세를 몰아 자신들의 맹주였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곤 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21代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 여당 측에서 야당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야당에서도 기다렸다는 듯이 사면을 얘기하고 있다.

총선 이후 ‘이‧박 사면론’의 물꼬를 튼 것은 문희상 국회의장이다. 문 의장은 지난 21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과감히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중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사면론을 꺼내면서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점”이라고까지 언급했다.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그렇지 않아도 울고 싶던 차에 뺨 맞은 격으로 사면론을 거론하고 있다. 결국 제1야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전날인 22일 “사법처리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임을 전제하면서 “두 분 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의 아픔을 놔둔 채 국민통합을 얘기할 수는 없다”고 사면론을 공식 제기했다. 오늘(28일) 청와대 여야 회동에서도 사면론을 제기할 전망이라고도 한다.

물론 집권 여당 내에선 여전히 턱없는 소리로 치부하고 있지만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사면론인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될 뿐이다. 문 의장의 사면론이야 퇴임하면서 국민 통합 차원에서 그야말로 정치적 복선 없이 ‘의례적인 좋은 말’ 정도로 받아들이지만, 지금 한창 재판 중인 사안이자 대법원의 최종 유죄판결도 안 난 피고인들에 대한 사면이 대체 법을 만드는 입법부와 책임 있는 정치인들에게서 나올 말인가 싶어서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의 법적 유무죄 다툼에서 지속적으로 정당성을 주장하고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전직 대통령답지 않은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비판 여론도 높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의 최종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최순실과 함께 죄는 무겁기만 하다. 심지어 이번 21代 총선을 앞두고는 이른바 ‘옥중서신’을 대리인이 들고 나와 흔들며 공공연히 태극기 부대와 친위세력들의 부활을 위한 ‘선거 지원 메시지’까지 만천하에 공개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 친위세력과 태극기 부대의 국회 진출을 원천 차단시킬 정도로 엄하게 심판해줬다. 재판에서의 유죄도 유죄지만, 아직도 ‘국민들의 법 감정과 정서’는 그들이 주장하는 무죄나 추종자들이 주장하는 사면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리 떨어져 있음을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제1 야당이 통합이라는 대의명분으로 ‘李. 朴 사면론’을 꺼내 든 것은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다는 의혹을 살만하다.

지리멸렬해진 제1야당은 지금 기사회생의 이슈나 쟁점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 극복 주도권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빈틈없이(?) 틀어쥐고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분열된 보수 야권을 결집시킬 명분은 ‘이‧박 사면론’을 비롯한 ‘국민 대통합 장사(?)’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 대통합 장사(?)’가 정치인들에게 그 무슨 욕먹을 대죄가 되겠는가마는, 코로나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통합에 어떤 도움이 될까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총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보수 야권 대통합의 마중물’로 제기된 듯한 ‘이․박 사면론’이 국민적 공감을 사기엔 아직은 크게 미흡해 보인다. 지금은 ‘이․박 사면론’ 보다 야권 내부 개혁을 비롯해 코로나 걱정이 태산인 국민들 곁에서 여당과 ‘부족한 것들을 챙기는 경쟁’에 우선 나서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자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정무수석실 행정관
◽전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전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전 국립중앙청소년 수련관 이사
◽전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전 민족화해렵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전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 연구원
◽현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현 정치 평론가
◽현 (사)희망래일 ‘70년의 침묵을 깨는 침목 동해북부선 연결추진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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