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제주를 가다] ‘청정 제주’ 만든 방역성공 , 선제대응·총력전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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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 제주를 가다] ‘청정 제주’ 만든 방역성공 , 선제대응·총력전의 결과
  • 제주=김병묵 기자,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5.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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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보다 더 빠르게…강도 높은 선제 대응
교육청과도 TF 꾸려…‘위기마다 한 몸처럼’
정인보 “한발 빠른 계획·맞춤형 전략 성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제주=김병묵 기자 정진호 기자]

ⓒ시사오늘 그래픽=이근
제주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에서 가장 완벽한 방역을 이뤄낸 사례로 손꼽히며 청정지역을 지켜냈다. ⓒ시사오늘 그래픽=이근

제주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로 지목됐다. 연간 약 1500만 명이 드나들고,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관광지라서다.

그러나 우려를 비웃듯 제주는 가장 완벽한 방역을 이뤄낸 사례로 손꼽히며 청정지역을 지켜냈다. 제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국 17개 광역단체에서 가장 적은 14명에 불과하다. 10만 명 당 발생률은 2.09명으로, 가장 심각했던 대구(282.37명)와 비교하면 선방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5월 28일 기준, 격리 중인 확진자는 단 한 사람, 5월 1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태원 클럽’ 관련자다.

전국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도의 방역성공. 그 내막을 <시사오늘>이 5월 25~26일 직접 찾아가 들여다봤다.

정부보다 더 빠르게…강도 높은 선제 대응

“제주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1월 말에 이미 자체 비상대책본부가 출범했고, 5월초 골든 위크의 위기 대비도 이미 4월 초순부터 계획했습니다.”

제주 방역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제주도청 보건위생과 정인보 과장의 설명이다.

제주도는 스스로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국제관광도시인 점을 고려해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제주가 방역에 성공하게 된 첫 번째 터닝 포인트였다.

제주식 선제대응의 핵심은 ‘한 발 먼저’를 표방한 속도, 그리고 ‘한 단계 더 조심하는’ 고(高)강도 조치였다. 지난 1월 27일에 제주에선 이미 원희룡 도지사가 지휘하는 비상대책본부(비대본)가 출범, ‘심각’ 단계 수준의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정부가 아직 ‘경계’ 단계에 머물렀던 시점이다.

얼마 뒤인 2월 1일. 제주 여행 후 귀국한 중국인 관광객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달됐다. 이에 제주 비대본은 이튿날인 2일 무비자 입국자를 막는다. 약 18년 동안 중지된 적 없는 무사증 제도(비자 없이 한 달간 체류 가능한 제도)를 일시 정지시키는 강수다. 같은 시각 중앙정부에선 쇄도하는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에 ‘협의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은 상태였다.

동시에 제주에선 자체적으로 역학조사에 착수, 확진자의 동선 파악과 후속 조치에 나섰다. 이 역시 정부지침이 내려오기 전에 이뤄진 자체적 행동으로, 잠복기 전파를 염두에 둔 국내 최초의 사례였다. 오히려 제주에선 정부에 확진자 동선 공개 권한 위임, 동선 파악을 위한 민간 빅데이터 활용방안 등을 역으로 제안했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피해자가 나왔던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 취약집단에 대해서도 면회를 자제시키는 등 중앙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오기 전에 적극적 선제대응을 펼쳤다. 아직까지 제주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없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진 ‘황금연휴’ 기간 폭증한 제주 관광객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해뒀다. 정 과장에 따르면 이미 4월 초, 최대 20만 명 내외의 방문객을 상정해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한국공항공사와 항공사의 협조 하에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든 입도(入島)객을 특별입도절차로 관리했다. 검사량의 폭증과 무증상자 입도에 대비, 워크스루(Walk Through) 선별진료소에 양압 검체 채취 부스를 추가 설치했고, 발열감지 기준도 낮췄다. 그 결과 황금연휴 기간 제주를 찾은 약 19만 6000명의 방문객 중 확진자 수는 최종적으로 ‘0명’이다.

속도 다음엔 강도다. 제주는 코로나19 방역 강도도 최대치로 잡았다. 3월 27일엔 신규 입도객을 대상으로 공항에 워크스루 시스템을 도입한 뒤, 북미·유럽발 입도객의 경우엔 음성 판정이 나오더라도 14일 간 자가격리를 시켰다. 3월 30일엔 미국 유학생 확진자 모녀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일종의 강력한 경고 조치였다. 원 지사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료진의 사투와 방역담당자들의 노력을 무시하고 수많은 국민들을 위협하는 행동에 대해 이번 소송으로 강력한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직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5월 2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해당 조치가 법적으로 1차적인 소익을 거뒀다기보다는 위기상황을 환기했다”고 평가했다.

ⓒ시사오늘
제주공항 입국장에선 몇몇 승객들을 선별해 귀를 통한 접촉식 체온계로 세밀한 검사를 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된다. ⓒ시사오늘

황금연휴를 앞두고선 제주공항에서의 발열감지 기준을 37.5도에서 37.3도로 낮췄다. 만에 하나 미열이 나기 시작하는 경우도 잡아내기 위해서다. 지금도 제주공항에 막 도착한 뒤 입국장에선 몇몇 승객들을 선별해 귀를 통한 접촉식 체온계로 세밀한 검사를 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된다.

또 렌터카 업체들과 협력해 이용객들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정부가 ‘생활 방역’을 선언한 지난 5월 6일에도 제주는 홀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간 연장하면서 한 단계 높은 방역체계를 유지했다.

교육청과도 TF 꾸려…‘위기마다 한 몸처럼’

빠르고 강도 높은 방역이 가능했던 건 제주가 보여준 단단한 팀워크였다. 도지사부터 현장의 공무원들, 그리고 시민들의 협조까지 더해져 방역이 소위 ‘시너지’를 냈다. 제주는 2월 2일 국제선에서만 운영되던 발열 감시 카메라를 국내선에도 설치했다. 그 과정에서 법령 간 충돌을 특례로 빠르게 해결하며 공항의 방역을 강화했다. 원 지사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 코로나19 종합 점검 영상회의에 참석, 국내선 발열감시 카메라 설치건과 2차 감염 발생 우려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공식 건의했다.

도청은 전 부서의 동원 가능한 인력을 끌어 모아 방역에 총력전을 펼쳤다. 제주도청 소속 박세홍 사무관은 5월 2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원래 다른 부서지만 비상사태로 보건위생과에 몇 달째 파견 나와 있다”며 “그야말로 총력전”이라고 전했다.

도청 밖 유관기관들과의 협조도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제주도청과 교육청은 지난 5월 9일 함께 ‘학교 코로나19 실무대응 TF팀’을 구성했다. 학교 교감을 안전책임자로 지정하고, 관용차량 등 도청 지원을 통해 개학 뒤의 돌발 상황을 대비한다는 취지다. 도청·교육청·제주시청·서귀포시청이 차량을 끌어 모아 학교에서 환자 발생 등 유사시에 이송과 격리치료 등을 위한 시스템을 정비했다. 이송을 위한 관용차량의 운전기사들도 선별된 전문가로 구성하고 연락처를 공유할 만큼 공을 들였다. 제주도청의 한 핵심관계자는 5월 26일 “도지사부터 앞장서 있으니 도내 어떤 기관이든 협력이 안 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제주도민들의 능동적인 협조도 한몫했다. 제주의 주 산업 관광업계도 이미 코로나19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였지만 ‘빨리 사태가 끝나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방역에 협조했다. 도청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5월 25일 기자에게 “우선은 방역이 1순위”라면서 “(관광업계는) 관광진흥기금 5000억 원으로 급한 상황을 대비하고 향후 계획은 추이를 봐가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는 한국의 축소판…앞으로도 주목해야

제주의 방역이 성공한 데엔 섬이라는 특수성이 있었음을 부인키 어렵다. 공항과 항만을 집중 관리함으로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공항공사 김수봉 제주지역 본부장은 5월 24일 〈제주신보〉기고에서 “(제주는) 전국 최초로 공항에 최우선적으로 최신 장비와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가장 모범적으로 고강도 방역 활동을 시행했다”고 평했다. 항만도 마찬가지다.

분단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해외통로가 사실상 섬나라와 다름없음을 감안하면 제주는 우리나라의 축소판이다. 5월 25일 도청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원 지사는 “제주가 하나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방역에 임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제주의 성공적 방역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한편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앞으로의 갈 길도 만만치 않다. 제주아라요양병원 이유근 원장은 5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 지사가 나름 방역을 잘 했다”면서도 “하지만 해야할 일은 계속 생긴다. 중앙에서 내려오는 지침이 내용은 좋지만 현장과는 ‘디테일’에서 거리가 있는 것이 있다. 제주에 맞게, 요양병원에 맞게 수정·적용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주의 방역은 진행 중이다. 취재 말미, 정 과장은 책상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방역 관련 자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까진 한 발 빠른 계획과 맞춤형 전략이 성과를 내 왔습니다. 힘들지만 저희들이 마지막 방패라고 생각하면서 버텨왔습니다. 하지만 끝나는 순간까지 집중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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