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평가 엇갈리는 김종인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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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평가 엇갈리는 김종인 비대위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6.11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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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선점해 당 이미지 바꿔 vs 정체성 포기한 민주당 2중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뉴시스

“확실히 다르다.”

지난 9일 <시사오늘>과 만난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해 한마디로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지만, 뚜렷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는 전언이었다.

“이렇게 우리 당이 이슈를 선점해서 정국을 주도해나가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항상 민주당에 끌려 다니다 보니까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야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우리가 이슈를 끌고 나가니까 오히려 민주당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것 같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기본소득’ 문제를 꺼내들면서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왔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의원, 이낙연 의원 등 진보진영 대권 주자들뿐만 아니라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보수진영 거물 인사들까지 차례로 ‘기본소득 논쟁’에 뛰어들면서 논의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에도 김 위원장은 ‘교육 불평등’을 공론화시키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앞선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대단한 점은 어떤 어젠다를 꺼내야 판을 흔들 수 있는가를 아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캐치(catch)하고 그에 맞는 어젠다를 내놓으니까 자연스럽게 당의 이미지도 바뀌고 있다”고 했다.

현역 의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하태경 의원은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종인 체제는 물질적인 자유, 청년기본소득 등 미래담론을 선점했다”며 “김종인 체제 이후 우리당은 참신한 대안야당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수 의원도 10일 국회에서 열린 “공개적으로 말씀드린다”며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 전일보육제 등 이슈를 선점해 제시하는 데 공감한다.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물론 호평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보수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우선 장제원 의원은 “정당은 지향점이 뚜렷해야 한다. 분명한 지향점 속에서 중심을 잡고, 넓은 스펙트럼을 포용하는 포괄적 이념정당이 되어 외연을 확장해 가야 한다. 유사 민주당, 심지어 유사 정의당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치 지향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연일 김 위원장에게 날을 세우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9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연에서 “진보의 아류가 되어선 영원한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 보수는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유전자”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졌고, 박진 의원도 10일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보수의 가치와 철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보수의 가치와 철학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11일 <시사오늘>과 만난 또 다른 통합당 관계자 역시 “이슈를 주도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민주당과 비슷한 정책을 내놓으면 우리 당이 존재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 당을 지지하는 분들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에 동의하기 때문에 지지하는 건데, 이분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리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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