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많은 산업은행, 이동걸 연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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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많은 산업은행, 이동걸 연임할까
  • 김병묵 기자
  • 승인 2020.06.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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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산은 역할론 확대 … ‘최초 연임’ 가능성↑
아시아나·KDB생명 매각 진통…‘쌍용차 딜레마’도 진행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간산업안정기금 출범식에서 축사하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뉴시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간산업안정기금 출범식에서 축사하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뉴시스

이동걸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금융권의 관심사다. 이 회장 체제에서 진행 중인 기업 매각 작업 등 산적한 현안과 관련한 업무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맞물려서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산은의 역할이 대폭 늘어나면서, '안정성' 차원에서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취임한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9월까지다. 3년여 임기 동안 이 회장은 구조조정·혁신성장·변화와 혁신으로 요약되는 세 가지 중점 추진계획을 내놨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평가다. 무난한 호평 속에서 임기를 마칠 것으로 전망됐고, 실제 이 회장도 지난해 말 "사회를 바꾸는 일을 하겠다"며 다음 행선지를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그 동안 산은 회장의 연임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 19사태가 터지면서 산은을 둘러싼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금융 지원 대책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국책은행인 산은이 서게 된 것이다.

특히 산은은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자금을 투입하거나 저금리 대출을 진행 중이다. 산은이 운영 중인 기간산업 안정기금은 약 40조 원 규모다.

지난 5월 두산중공업 채권단인 산은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무려 약 2조 4000억 원의 자금을 두산중공업에 지원키로 했다. 대한항공에도 1조 2000억 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지난달 26일 의결됐다.

산은은 전날인 15일에도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와 협의, '중·저신용 등급 부품 협력업체를 위한 우대금리 대출 프로그램' 마련에 합의했다.

이처럼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 예상이 불거지면서 대폭 늘어난 산은의 현안들을 즉각 챙기기 위해선 수장인 이 회장의 연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16일 기자와 만나 "그 어느 때보다 국책은행인 산은과 기업은행(기은) 등의 역할과 업무가 중요한 시기"라며 "산은과 기은은 보통 내부인사보다 외부에서 임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업무 숙지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얼마 전 (수장이)교체된 기업은행은 그렇다 하더라도, 산은은 연임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KDB생명 등 현재 진행 중인 굵직한 매각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도 이 회장 연임설에 힘을 싣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0일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협상하자고 요구하면서, 계약을 연장할 경우 협상 파트너는 금호산업이 아닌 산업은행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DB생명 매각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이 회장이 설립한 KDB인베스트먼트도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쌍용차 딜레마'도 진행 중이다. 쌍용자동차는 산은에 오는 7월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 900억 원을 포함해 총 1900억 원을 빌렸다. 그러나 최근 이 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물론, 기간산업 안정기금에서 돈을 더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인도의 마힌드라가 쌍용차에서 손을 뗄 것을 비치면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5일 쌍용차 지원 여부와 관련, "여기서 '된다', '안 된다' 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을 만큼 복잡한 사안이다. 이 사안도 결국 산은에서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선 굵직한 매각 건 등과 관련해 이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연임 불가설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 금융권 상황이 전례없는 '비상사태'니 만큼 이 회장이 연임을 통해 안정감을 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아시아나 매각 건 등을 마무리까지 하는 게 정말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전례는 전례일 뿐이다. (이 회장이)연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의 정치적 상황도 이 회장 유임설에 힘을 싣는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산은은 최근 금융감독원과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지난 12일 산은 등 6개 은행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상품의 불완전판매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산은은 이 분쟁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 참여정부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친문(親文)계로 분류되는 이 회장의 존재만으로도 산은이 금감원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여의도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와 만나 "산은으로서는 현 정권과 공감대가 있는 이 회장이 있는데, 굳이 또 다른 친문(親文)인사를 찾아서 교체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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