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인터뷰] 용혜인 “기본소득, 낸 것보다 더 받는다…상위 30%만 증세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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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인터뷰] 용혜인 “기본소득, 낸 것보다 더 받는다…상위 30%만 증세 부담”
  • 정진호 기자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07.09 06: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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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기본소득, 토지세로 재원 마련…조세저항 있지만 증세는 상위30%뿐”
“노동유연화 필수 아냐…韓기업, 주커버그처럼 ‘수요 유지’ 중시해야”
“朴정부 임금피크제 논란에 출마 결심…세대교체 꿈꿔 민주당 나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한설희 기자]

거침없이 기본소득 구상을 얘기하는 원내 유일 기본소득당 소속, 용혜인 의원을 〈시사오늘〉이 지난 2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시사오늘 권희정
거침없이 기본소득 구상을 얘기하는 원내 유일 기본소득당 소속, 용혜인 의원을 〈시사오늘〉이 지난 2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시사오늘 권희정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41호에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걸려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찬가지로 무지개가 그려진 팔찌와 손톱을 하고 있는 용혜인 의원과 그의 ‘팀원’(용 의원의 표현)들이 쏟아지는 항의 전화에 응대하고 있다. 그가 최근 성별, 인종, 장애, 출신국,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한다는 내용의 차별금지법 발의안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밥 먹고 온 40분 사이에 부재중 전화가 쌓여 있더라고요. 전화를 받으면, 수화기 너머에서 다른 분들이 똑같은 내용으로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요. 추측컨대 종교 모임에서 집단적으로 전화를 돌리는 거죠. ‘거, 의원님 인성이 그거밖에 안돼요?’하고 무작정 화부터 내요. ‘제가 누군지 아세요?’ 물어보면 ‘거기 어디요?’ 이런 답변이 와요. 차별금지법 발의한 의원 10명에게 그냥 무작위로 전화하는 거예요.”

용혜인 의원의 재킷엔 기본소득당과 세월호 참사를 의미하는 노란 리본 뱃지가 달려 있었다. ‘뱃지 언박싱(개봉)’ 논란을 일으켰던 국회의원 뱃지는 왜 달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유세 부리는 것 같고 민망해서 마음이 가지 않는다”라는 답변이 왔다.

“사실 언박싱이 논란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우리 기본소득당은 당원 2만 명 중 10대, 20대가 80%인 정당이에요. 우리에겐 새로운 제품이 생기면 ‘언박싱 해야지’하는 사고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던 거죠. 그 논란으로 신(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국회 정치’의 영역에선, 제 표현을 투박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를 느꼈어요.”

그의 둥지인 기본소득당은 지난해 만들어진 신생 군소 정당이다. 오직 기본소득이라는 한 가지 이슈를 관철시키기 위해 결성됐다. 용 의원은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 실현 논의가 너무 필요한데 잘 안 되고 있고, 기성정당의 틀 속에서는 그 논의가 어렵겠다 싶어 고민 끝에 작년 여름 3~4개월 만에 창당했다”고 했다. 

그에게 최근 뜻하지 않은 곳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영남꼰대당’ 이미지 탈피를 위해 기본소득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날만 기다렸다”며 거침없이 기본소득 구상을 얘기하는 원내 유일 기본소득당 소속, 용혜인 의원을 〈시사오늘〉이 지난 2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기본소득, 토지세로 재원 마련…조세저항 있지만 순 증세 상위30%뿐”


용 의원은 이날 “한편에선 월 60만 원이 많아서 노동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선 부족해서 노동과 병행해야 하니 적다고 한다”면서 “기본소득 논의에선 몇 가지 문제점을 같이 봐야한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용 의원은 이날 “한편에선 월 60만 원이 많아서 노동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선 부족해서 노동과 병행해야 하니 적다고 한다”면서 “기본소득 논의에선 몇 가지 문제점을 같이 봐야한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기본소득 화두가 통합당이라는 보수정당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이러니하다. 

“통합당 덕분에 기본소득이 정치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 다만 이젠 실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다. 통합당은 기본소득을 어느 정도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얘기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당 차원 입장이 아예 정리되지 않았다. 이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실체화에 들어설 타이밍이다. 언제 도입할 것인지, 얼마에서 시작할 것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건지 등을 공론화해야 한다.”

-기본소득당은 전 국민에게 월 60만 원의 현금을 △시민재분배 기여금 △토지보유세 △탄소세라는 목적세를 통해 나눠주자고 주장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시민재분배 기여금이란 통합소득의 15%를 (기본소득) 기여금으로 걷자는 거다. 토지보유세는 아주 보수적인 나라에서도 도입하고 있는 세금이다. 실제로 미국은 주별로 다르지만 약 1~4%, 일본은 1.7% 가량 걷는다. 그에 비해 한국은 재산세 실효세율이 거의 0.1%대인 나라다. 한국의 자산불평등 문제, 그 중에서도 부동산 불평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이 토지보유세가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탄소세는 세금도 세금이지만 탄소배출량 감소가 목표다.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탄소배출량을 감축하지 않은 기후악당국가다.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토지보유세는 현행 종합부동산세(토지+주택)와 병행하면 이중과세 아닌가.

“그런 문제 때문에 우리 당은 재산세와 토지세까지 전체를 통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세율은 약 1.5~2% 사이를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은 재산세 실효세율이 0.1%밖에 안 되는 나라다. 보유세가 1.5%로 올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부동산 가격 잡는 효과도 있지 않겠나.”

-탄소세가 신설되면 일반 가계의 난방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역진성(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 부담을 지는 것) 때문에 국민들이 반발할 수도 있겠다. 

“맞다. 특히 냉난방 문제는 여름과 겨울철 노약자의 생존과 관련이 있다. 탄소세가 도입된다면 노약자가 있는 저소득층 가계는 특히 부담스럽겠지. 그래서 스위스에서 사용하는 탄소세 배당 형식을 차용하자는 거다. ‘탄소세를 거둔 다음 국민께 n분의 1로 똑같이 배당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된다.”

-정치권을 떠나, 기본소득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보나. 많은 사람들이 증세에 더 초점을 맞출 지도 모른다.

“앞서 목적세를 걷겠다고 못 박은 이유다. 일반조세로 증세한다고 하면 한국은 국가재정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아서 증세에 대한 저항에 분명 부딪힌다. 반면 목적세로 기본소득을 시행하면 세금을 걷자마자 바로 현금으로 나눠주는 거니까,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돈을 더 내야 되는지가 분명해진다.

‘걷는 것’만 생각하고 ‘받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행위, 일명 ‘조세환상’으로 기본소득제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당 추산으로는 국민의 70%는 세금을 내는 것보다 현금으로 받는 게 많다. 연봉 1억의 고소득자 정도가 내는 돈과 받는 돈이 비슷하게 설계된다. 결국 실제로 증세를 부담하는 사람들은 상위 30%의 사람들로, 이들이 약 108조 원을 부담하게 되는 거다.”

용 의원은
용 의원은 "기본소득이 정치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이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언제부터, 얼마를, 어떻게 시작할 건지 등을 실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요약하자면 ‘부자증세’네.

“이미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이지 않은가. 한국은 2018년 국세청 자료 기준으로 상위 99.9%에 있는 사람과 상위 100%에 있는 사람 사이에 거의 10억 원정도의 소득이 차이 나는 국가다.”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면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지 않겠나. 그러면 상위 30%의 부자뿐만 아니라 서민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수반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걱정은 너무 앞서 나간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없던 통화를 찍어내서 시중에 유통시키자는 게 아니라, 상위 1%부터 하위 100%까지 사람들이 수중에 갖고 있던 돈을 재분배하자는 거다. 오히려 시중에서 안 풀리던 돈이 사용되는 거라 내수진작과 경제성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노동유연화 필수 아냐…韓기업, 주커버그처럼 ‘수요 유지’ 중시해야”


용 의원은
용 의원은 이날 "노동유연화와 기본소득은 꼭 같이 가야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고용안전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논의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기본소득제에는 두 가지 비판이 따르기 때문이다. 앞서 ‘기본소득은 조세 부담이 커진다’는 보수의 입장을 다뤘다. 이번엔 ‘기본소득이 기존의 모든 복지를 대체하기엔 부족하다’는 진보적 비판에서 접근했다. 이에 대해 용 의원은 “한편에선 월 60만 원이 많아서 노동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선 부족해서 노동과 병행해야 하니 적다고 한다”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같이 봐야한다”고 입을 열었다. 

-기본소득당은 월 60만 원을 지급하는 대신, 대부분의 현행 현금성 복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부 다는 아니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지원되는 생계급여와 연령별로 지급되는 현금수당, 기초노령연금·아동수당·청년기본소득 같은 것들은 통합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렇다면 월 60만 원은 너무 부족하지 않은가. 

“2020년 기준으로 1인 가구의 생계급여가 52만8000원 정도다. 물론 완전히 충분하지 않은 수준인 건 맞다.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이러한 수준에서부터 차츰 올려가자는 말이다. 그리고 60만 원은 1인 가구 기준으로, 4인 가구면 한 달에 240만 원이다. 그렇게 계산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지. 이건 한국에서 논의됐던 기본소득 모델 중에 가장 금액이 높은 모델이기도 하다.”

-기업이나 보수 경제학자 쪽에서는 충분한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조건으로 ‘노동유연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렇게 되면 월 60만 원 얻겠다고 당장 국민들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는 것 아닌가. 

“그들이 주장하는 노동유연화와 기본소득의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못하겠다. 우선 노동유연화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당장 국민들의 삶이 무너진다. 60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으로는 택도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이 상충되는 것처럼 얘기되고 있는데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용안전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최소한의 삶을 국가가 보장하는 기본소득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고용불안정은 기본소득 논의와는 상관없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자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다. 1960년대 당시 제조업 대기업인 GM은 약 60만 명 정도를 고용했다. 그런데 지금 시가총액 최상위권인 구글과 아마존 등은 그의 5분의 1밖에 안 된다. 같은 부가가치를 생산한다고 했을 때, 고용하는 사람의 숫자가 현저히 적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로 ‘언택트 산업’이 범람하면서 많은 부분이 사람에서 기계로 대체될 것이다. 노동유연화와 상관없이 우리는 벌써 일자리가 줄어드는 사회로 가고 있다.”

-말 그대로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걸 고려하면, 60만 원은 너무 적다는 의견이 있다. 

“60만 원을 받으면 노동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런데 한국은 택배기사나 쿠팡 노동자들처럼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들과, 그 일자리조차도 없다고 아우성인 사람들로 나뉜다. 한쪽은 과로로 사람들이 쓰러져나가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선 일할 곳이 없어서 생계가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동시다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고용안전망을 확충하자는 말이다.”

-기본소득 액수를 점차 확대하면서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기업 생산성도 증가시켜야 한다. 생산성 높이는 단계 없이 바로 증세부터 요구한다면, 기업들은 크게 반발할 수도 있겠다. 

“기업들이 기본소득을 ‘수요 유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실리콘밸리 대표주자인 주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도 기본소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제에서 수요를 유지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언제나 기업들에게 금융지원을 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이번에서야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에게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바꿔본 거다. 수요 관리에 대해 우리 정부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차기 대선주자가 기본소득 논제를 어떻게 다루길 바라나.

“국회의원 총선거와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이 강하다. 대선은 향후 5년 동안의 국정운영 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유일한 선거다. 대선주자들이 기본소득을 그냥 ‘아이템’으로 써먹고 마는 거 아니냐는 비판에도 일리가 있지만, 그래도 대선에서 기본소득이 충분히 얘기돼야 한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문제가 아니다. 기존의 생계급여는 어떻게 할 건지, 고용보험은 어떻게 할 건지 등 전반적인 복지 틀에 대한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노동과 젠더 불평등, 기후 위기 등 지금 사회의 전반적 문제들을 다시 구조화하는 큰 담론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朴정부 임금피크제 논란으로 출마 결심…세대교체 꿈꿔 민주당 나와”


용 의원은
용 의원은 "기업들이 기본소득을 수요 유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들에게 금융지원을 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던 것에서 벗어나 직접적으로 수요 관리하는 것을 고려할 때"라고 지적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회의원 용혜인의 ‘1호 법안’은 ‘청년국회 4법’이다.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피선거권(현행 25세)을 18세로 하향하고, 34세 이하 청년 후보들의 출마 기탁금 1500만 원을 30%, 즉 450만 원으로 줄이자는 법안이다. 또한 동수득표자 발생 시 ‘연장자 우선 선출’이라는 법 조항을 없애고 추첨을 통해 당선인을 결정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한 마디로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적극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요즘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으로 청년 문제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분노하는 청년들의 마음도 이해한다. 동시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특히 보안 관련 업무자의 정규직화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기성 정치권이 이 문제를 잘못 접근하고 있는 거지. 분노하는 청년들을 향해 단순히 ‘너희가 가진 고학력 기득권을 버려라’라고 매도해버렸으니까. 

일자리는 계속 사라지고, 청년들은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있다.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돼버리는 한국 사회에서, 단 한 번의 실패도 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절박함을 이해해주면서 구조를 같이 바꿔나가자고 설득해야지 무작정 비난부터 하면 되나. 덕분에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해져 버렸다. 서로를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는 이런 방식으로는 갈등만 반복될 뿐이다.”

-정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음, 2013년엔 알바하면서 알바노조 조합원에 가입했었고…. 진보신당(노동당의 전신) 당적은 갖고 있었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럭저럭 활동하다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보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세월호 사건을 보고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지. 그래서 공무원시험 때려 치고 ‘가만히 있으라’ 시위에 나섰다. 그러면서 정당 활동이라는 걸 하게 됐고, 2016년에 출마한 이후로는 정치인의 삶을 살고 있다.”

-딱히 현실정치와는 연이 없는데도 1500만 원의 기탁금을 지불하면서 2016년에 바로 출마한 건가. 

“2016년 그때, 제가 특히 하고 싶었던 얘기들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정부에서 청년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거든. 당시 박 대통령이 ‘임금피크제’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과 함께 ‘청년 일자리 빼앗는 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프레임을 만드는 거다. 세대갈등이 불거지는 것을 지켜보니, 문제의 핵심은 한국사회의 구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대갈등은 단순히 젊은 사람들에게 돈 얼마나 더 주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 당선을 바라보고 출마했다기보다,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 나갔다. 물론 그때 ‘언젠가는 의원이 돼서 하고 싶은 일을 해내야지’라는 꿈도 꿔봤다.”

-그 꿈이 이번에 현실이 되니까 어떤가.

“막상 당선되고 나니 마음이 무겁더라. 얼마 전 실감했는데, 행동양식도 조금은 변한 것 같다. 예전엔 뭐가 더 좋은 일이고 나쁜 일인지를 먼저 따졌거든. 이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법을 설계할 것인지, 누구의 동의를 받아서 법안 발의를 할 것인지, 국민적 동의는 어떻게 만들 것인지 등을 더 고려하게 된다. 국회의원이 되면서 역할이 바뀌게 된 거다.”

-하고 싶은 것을 이루려면 민주당에 남아 있는 것이 낫지 않았나.

“그런 말 많이 듣는다. 민주당과는 필요할 때 협력할 수 있는 관계다. 그냥 저는 제가 하고자 하는 정치를 할 뿐이다.”

-하고 싶은 정치가 뭔가.

“기성 정치세력이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성하는 것. 선택지가 없었다. 제가 꿈꾸는 건 저 하나 국회의원 되는 게 아니니까. 기본소득당에는 제 또래의 ‘팀’이 있었고, 제가 국회의원이라는 역할을 할 때 우리 팀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본인의 역할을 펼치길 바랐다. 제겐 저와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것이야말로 정치적 세대교체를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용 의원은
용 의원은 "기성 정치세력이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성하는 것이 저의 꿈"이라면서 "(자발적 제명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제가 꿈꾸는 건 저 하나 국회의원 되는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기본소득 말고도 정치인의 세대교체를 핵심 과제로 생각하는 건가. 

“맞다. 모두가 세대교체를 얘기하지만 적극적이지는 못하다. 국회의 평균나이는 계속 높아진다. 정치를 하던 사람이 계속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건 새로운 세대가 구성되고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것뿐이다.

하지만 세대는 무작정 나이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기본소득당은 ‘청년정당’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당신이 누구든 매월 60만 원의 기본소득을 원한다면 가입할 수 있다. 그저 기본소득을 원하는 대다수 사람들이 10대와 20대 청년들이었던 거지. 기본소득이 현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제대로 찌르는 기획이었던 셈이다.”

-청년 정치인들이 원내에 대거 진입하기 위해선 결국 선거법부터 다시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지난번 선거법 개정이 원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였던 ‘다양성 확보’를 살릴 수 없는 개혁안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정당득표율 3%’ 봉쇄조항이다. 봉쇄조항이 있는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할아버지가 와도 원래 취지 못 살린다. 21대 총선에서 3%가 안 되는 정당에 투표한 국민이 무려 420만 명이다. 420만 표가 사표가 된 거다. 게다가 비례 의석을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조건이 ‘지역구 의석 5석’인데, 지역구 5개면 약 35만~40만 표다. 반면 정당득표 3%는 약 100만 표다. 두 조건간의 형평성조차 맞지 않다.”

-봉쇄조항을 없앤다면 일각에서는 기독자유당 등 극우보수 정당의 국회 입성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한다.

“극우가 오는 만큼 진보도 오지 않을까? 지금처럼 단일 정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국회 안에서 합의 정치가 꽃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런 문화가 정착되면 협상할 줄 모르는 극우정당은 오히려 설 자리가 없어질 걸. 그리고 그들이 국회에 들어온다 해도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될까? 그들이 그들 목소리만큼 대변할 수 있는 정치라면, 그것 또한 문제없는 정치겠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달라.

“기본소득에는 좌우가 없다. 기본소득은 그냥 기본소득이다. 어떤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의 성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부를 대다수 국민들이 함께 누리도록 하는 제도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었다면, 이젠 일을 하지 않아도 사회의 부는 계속 쌓여 간다. 이 쌓여있는 부를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기본소득을 통해 모두가 풍요를 누리는 ‘유토피아적 사회’를 만들 것인지를 논의할 때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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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07-10 08:34:15
열심히 살아서 돈 많이버는것도 죄니?

ㅇㅇ 2020-07-09 21:07:00
60으로 누구 코에 붙이고 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