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고, ‘퀴즈’ 풀고…시멘트·레미콘업계, 기업문화 개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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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입고, ‘퀴즈’ 풀고…시멘트·레미콘업계, 기업문화 개선 집중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7.20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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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그룹, '자율복장제' 전면 도입
유진그룹, '유진에버TV' 소통 활성화
"코로나19 위기, 신사업 기회 삼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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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레미콘업계가 최근 보수적 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삼아 경직된 조직체계를 유연하게 만들고, 나아가 원활한 신사업 추진을 위한 창의적 기업문화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이달부터 서울 종로구 본사를 비롯해 전국 사업장의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복장 자율화를 전면 도입했다. 기존 정장 차림 근무 복장 규정을 티셔츠, 청바지, 운동화 등이 허용될 정도로 완화한 것이다. 과도한 복장 규정이 조직 분위기를 경직되게 만들고, 창의적 사고를 방해하고 있다는 판단에 변화를 결정하게 됐다는 게 삼표그룹의 설명이다.

삼표그룹 측은 "경직된 사고와 획일적인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복장 자율화를 도입했다"며 "임직원들은 본인이 원하는 복장을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직원들의 사고의 유연성과 근무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진그룹은 올해 초 온라인 사보 유진에버의 유튜브 채널 '유진에버TV'를 개설하고 사내 소통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주요 콘텐츠는 '전국유진자랑', '기업문화 레벨UP', '팀장의 도전' 등으로, 전국 사업장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교류 문화 구축에 목표를 두고 있다.

특히 팀장의 도전의 경우 4050세대 임원·팀장급 인사들이 출연해 신조어, 상식, OX 등 퀴즈를 풀거나 '주어진 시간 내 애국가 워드 작성' 등 이색 미션을 수행, 성공 시 팀원들에게 간식을 선물하는 콘텐츠로, 수직적 조직문화를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효율적 기업문화를 소개하는 기업문화레벨UP도 눈에 띈다.

시멘트·레미콘업체들의 이 같은 행보는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핵심 키워드가 된 '언택트'(비대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된 견해다. 삼표그룹의 경우 최근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로 대면 업무가 줄어든 측면을 고려해 자율복장제 전면 시행을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접촉이 최소화된 새로운 근무환경에 맞춰 언택트 소통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 중 하나로 유진에버TV를 택했다는 전언이다.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오히려 보수적 기업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내 반응도 호평 일색인 눈치다.

삼표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제 자율복장제가 시행된지 1달 정도 지났는데 불편한 정장과 구두 대신 운동화와 청바지를 입는 것만으로 출근길이 편해졌고, 사무실 분위기도 밝아졌다"며 "다양한 개성과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모인 만큼, 이를 발산할 수 있는 자유로운 복장이 허용돼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진그룹의 한 관계자도 "시멘트·레미콘업은 아무래도 건설업과 연계된 업종이고, 현장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군대식 기업문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다양한 분야의 계열사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사내 소통 활성화 필요성도 있었다"며 "유진에버TV 개설 이후 영상 콘텐츠들이 임직원들의 대화 주제가 돼 소통이 활발해지고, 경직됐던 사내 문화가 자연스럽게 완화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직원들에게 활력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멘트·레미콘업체들의 기업문화 개선 노력이 신사업 추진의 포석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보수적인 기업문화는 신사업 진행에 있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창의적·혁신적 아이디어 발굴을 저해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표그룹은 2018년 프랑스 파렉스사(社)와 손잡고 특수 몰타르·접착제 브랜드 '블루탈'을 선보이며 인테리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지난해 2월에는 삼표기초소재·네비엔·경한 합병을 통해 철스크랩 가공, 철강 부산물 재활용, 건설 폐기물 처리 등 환경자원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에는 삼표피앤씨가 PC(Precast Concrete)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Thinks School'이라는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진그룹 역시 2013년 건자재 유통사업에 진출하며 일찍부터 수익 다각화 작업에 나섰으며, 최근에는 홈인테리어 전문매장인 홈데이와 건축자재 공구 원스톱 쇼핑센터인 에이스 하드웨어를 운영하며 종합 건자재 유통회사로의 성장을 위한 포석을 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에이스 하드웨어의 경우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채용을 실시하며 인재 발굴을 기반으로 한 영업망과 영업 노하우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건설업황이 부진에 빠지면서 시멘트·레미콘업종도 성장 정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신사업의 필요성이 여느 때보다 부각되는 시점"이라며 "이 같은 가운데 기존 보수적 기업문화를 타파하고 혁신적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데에 집중하는 건 조만간 신사업에 더욱 집중 투자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좀 더 나아가면 아마 승계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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