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규제 완화에…사모펀드·리츠發 부동산 시한폭탄 ‘째깍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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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규제 완화에…사모펀드·리츠發 부동산 시한폭탄 ‘째깍째깍’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7.23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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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투자 활성화 필요한 상황, 보완책 신중히 마련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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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가 서울 강남 아파트를 통째로 매입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에 따른 사모펀드발(發) 부동산 시한폭탄이 터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이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불안감이 고조되는 눈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 사모펀드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삼성월드타워'의 한 동을 400억 원을 투입해 사들였다. 해당 아파트는 지상 11층, 46가구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이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해 임대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현재 임대주택을 기반으로 하는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부동산간접투자상품)사인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상장을 추진 중이다. 또한 강남권에 위치한 '똘똘한 한 채'인 만큼, 향후 매각을 시도해 시세차익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이 연일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임에도 사모펀드가 강남 아파트를 통째로 매입할 수 있게 된 이유로는 우선 정부와 국회의 늦장 대응이 꼽힌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해당 사모펀드는 강남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새마을금고 7곳에서 총 270억 원을 대출받았다. 일반적인 금융권 대출이라면 12·16 부동산대책에 따른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적용되기에 절대 대출이 나올 수 없는 규모다. 그럼에도 대출 실행이 가능했던 건 새마을금고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 대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를 담당하는 금융위, 금감원의 감시망을 피하고자 이지스자산운용이 의도적으로 새마을금고를 택했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행안부와 새마을금고는 해당 대출이 관련 규제를 어겼다고 판단하고 즉각 대출 회수에 나섰다. 하지만 이전부터 전문성이 떨어지는 행안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새마을금고 곳곳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던 만큼, 정부와 국회가 한발 앞서 법 개정을 통해 새마을금고 소관 부처를 옮겼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사안의 본질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모펀드가 부동산 투기에 악용될 수 있도록 정부가 판을 깔아줬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민간투자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의 골자는 △공모 리츠 현물출자 과세특례 적용 기한 3년 연장 △부동산·특별자산 재간접펀드 사모리츠 투자 한도 50% 확대 △공공사업 민간사업자 선정 시 공모사업자 우대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에 따른 세제 혜택 등으로 일반 개인 투자자를 리츠 시장으로 유인하는 데에 있다. 상호투자 제한 문턱을 사실상 없애고, 세 부담까지 덜어준 것이다. 특히 리츠의 사모펀드 투자 한도를 기존 10%에서 50% 수준으로 늘리는 부분은 사모펀드 우회상장의 길도 열어줬다는 평가다. 이번 사례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이 리츠 상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연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같은 규제 완화 영향으로 상장 리츠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총 7개, 올해 들어 상장했거나 연내 상장 예정인 리츠 수는 앞선 이지스자산운용의 리츠를 비롯해 미래에셋맵스제1호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신한서부티엔디리츠, 이에스알켄달스퀘어리츠 등 최대 9개다. 1년 만에 상장 리츠 수가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물론, 이들 중 대부분은 빌딩, 상가, 오피스, 쇼핑몰, 호텔, 물류센터 등 비(非)주택 부동산에 대한 간접투자 상품을 다루는 리츠다. 하지만 이번 사례로 사모펀드를 낀 리츠가 언제든 주택시장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더욱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 사모펀드 규모는 약 103조 원으로, 현 정권이 출범한 2017년 5월 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만약 이 자금이 리츠 등을 통해 합법적 투기 목적으로 악용된다면 대규모 부동산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임 사태나 최근 옵티머스 사태의 공통점은 투자자금 상당분이 리츠나 부동산 사업으로 흘러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라며 "제2, 제3의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만약 주택시장에서 일어난다면 큰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전체 가계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우리나라 실정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참사다. 부동산 시한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은 코로나19 경제 후폭풍을 극복하기 위한 투자 활성화 정책을 펼쳐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규제를 다시 강화했다가는 한국판 뉴딜 등을 통한 투자 활성화 효과가 반감될 여지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보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동성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번 사례만 놓고 규제를 성급하게 강화하면 자칫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투자 활성화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당장 규제를 전면 강화하는 것보다 핀셋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 예를 들어 아파트는 리츠의 기초자산이 될 수 없도록 한다든지, 여러 단서와 조건을 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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