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韓‧美 동맹 적신호와 北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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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韓‧美 동맹 적신호와 北韓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7.2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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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감축론 재점화 비상
방위비 증액 압박 수단 안 돼야
미군 재배치 검토 일방추진 중단을
원자력 등 한국 '안보 족쇄' 풀어야
전시대비태세 우려…강화책 화급
전작권 전환 차질 없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한미동맹의 균열 적신호가 심상치 않다. 그 핵심인 주한미군 감축론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미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주한미군 감축' 논란이 재점화됐다. 미 국방부가 이미 올 3월 아프가니스탄, 독일 외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보고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을 겨냥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 온 것과 궤를 같이한다. 북한 비핵화와 대북정책을 두고 엇박자가 심해지면서 한미동맹의 견고함이 흔들리는 게 현실이다.

남북, 북·미 관계가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비핵화 협상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주한미군 감축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비상한 상황이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며, 북한의 군사 도발을 억지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상황은 그동안 미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연계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해오던 것과는 기류가 달라진 것으로, 주한미국 감축설이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만에 하나 주한미군 규모가 조정될 경우 다가오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지휘 체계 변화와 맞물려 적지 않은 충격도 예상된다.

한미동맹의 균열 적신호가 심상치 않다. 사진은 1일 개최된 제6회 한미동맹포럼 모습이다.ⓒ뉴시스
한미동맹의 균열 적신호가 심상치 않다. 사진은 1일 개최된 제6회 한미동맹포럼 모습이다.ⓒ뉴시스

대처 능력 의구심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만약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안보 분야는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안보가 흔들리면 외국자본 등이 빠져나가는 등 우리 경제까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려되는 건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엇박자를 부추기는 새 외교안보라인의 행태다. 시나리오별로 장·단기에 걸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와 외교안보 당국이 이에 대처할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손발을 맞추려는 고민은 찾아볼 수 없고 북한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한미 동맹은 괜찮다"는 식이고, 미국을 설득할 외교역량도 보이지 않는다.

'돈'으로 평가…동맹의 본질 기만

주한미군은 한반도 내의 전쟁억지력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어느 일방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둘러 결정될 성격의 존재가 아니다.

주한미군을 감축하면 북한의 오판을 불러일으켜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전쟁억제력 강화'를 강조하고,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이 여전한 마당에, 주한미군 감축은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미국에 맞서는 중국 위협까지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움직임에서 동맹을 돈으로 평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방위비 증액 압박의 수단으로 사용하며 협상 카드로 사용한다는 것은 미국의 대외 안보전략에 협조하고 있는 한미동맹의 본질을 기만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13% 인상안을 거부한 뒤 현재 한미 간 협상은 답보 상태다. 대선까지 협상 지연이 장기화될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구조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2018년 한반도 평화 무드 이후 연이어 축소, 연기돼 온 한미군사 훈련도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복병까지 만난 상태다.

모든 일이 화급해졌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자신의 막중한 책무를 이행해야할 때다. 이를 통해 한미동맹을 튼튼한 반석 위에 다시 올려놓아야 한다.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마냥 기다려선 한미동맹 균열만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한·미동맹을 관리해야 한다.

회고록 내용과 일맥상통

이번 사태의 실질적 발단은 보수 성향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였다. 보도의 요지는 미 국방부가 지난 3월 백악관에 여러 개의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로 한미 간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WSJ 보도는 나왔다. 이 보도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앞세워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 징수를 압박하라 했다”는 회고록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감축론의 배경으로 한국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이 비중 있게 꼽히는 점은 유의할 대목이다. 한마디로 미 대선을 3개월 앞두고 한국 정부에 대한 방위비 인상 압박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부자나라로 지칭하며 그런 국가에 주둔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왜 미국이 부담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언제든 실행 가능, 균열 막아야

미국이 지난달 독일 주둔 미군 9000여 명을 폴란드 등에 배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군 재배치는 언제든 실행될 수 있는 정책이다.

여기에다, 한미연합사령부가 지난 3월 실시 예정이던 상반기 한미지휘소 연습을 코로나를 이유로 연기한 것을 감안하면 미군 증원 축소나 연기가 불가피하다.

고민스러운 것은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할 경우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운용능력 평가가 어려워져 2022년까지 전작권 환수라는 우리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미 본토의 증원전력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핵심 연합방위 및 대비태세를 점검해보지 못할 정도로 규모가 과하게 축소돼선 안 될 것이다.

북한 반발 때문에 통상적으로 해오던 훈련을 연기할 경우 북측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 될 것은 물론, 앞으로 반발할 때마다 훈련 연기론이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외교안보라인에는 북한통은 넘쳐나지만 한미동맹의 미래를 긴밀하게 협의하고 조율할 미국 전문가는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의 관심은 오로지 남북관계에만 쏠려 있는 양상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2012년 전환에 합의됐던 전작권은 이후 정권이 바뀐데다 북한의 핵실험과 천안함, 연평도 도발 등이 잇따르면서 연거푸 미뤄졌지만 우리 군의 역량이나 군사적 주권 행사라는 대의명분으로 볼 때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런 때일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방위비 협상을 타결짓고, 한·미동맹의 균열을 막아야 한다.

미 정부는 강경…국내 여론은 부정적

미 정부 입장은 강경해 보인다. 미 국방부는 WSJ 보도에 대해 "우리는 전세계 군사태세를 일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에 관해선 명확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즉답은 피한 채 방위비분담금 증액 필요성만 재강조했다.

이번 미 국방부의 답변은 주한미군 감축 옵션까지 방위비 분담금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음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의회의 흐름과는 다르다. 미 의회가 2020 회계연도에 이어 내년도 국방수권법(NDAA)에도 2만8천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의 현행 유지를 명문화하려는 움직임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하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막바지 초고강도 압박이 아니냐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이와 관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내부 회의에서 한국에서 분담금 50억달러를 받지 못하면 미군을 철수하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때, 한미방위비협상단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보다 13% 인상하고 유효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늘리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고 지난해 분담액(1조389억원)에서 50%가량 증액된 13억달러(1조5,600억원)를 분담할 것을 한국에 요구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언급이 협상용 엄포로 끝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미군의 해외 주둔에 따른 전략적 가치보다 비용 낭비라는 생각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동맹을 돈과 비용으로만 본다는 평가대로 트럼프는 주독 미군 감축 발표 때 독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약속한 방위비 분담 목표액을 낼 때까지 "우리 병력을 감축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한 바 있다. "독일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다.

허지만, 한반도의 경우 독일과 달리 북한이나 중국의 안보 위협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방위비 압박을 위해 미군 재배치 카드를 쓰는 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공화, 민주를 가리지 않고 주한미군 감축에 반대하는 등 미국 내 여론이 부정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인도태평양사령부' 검토 시작

미 행정부의 최근 움직임은 일차적으로는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와 연관이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미국은 2018년 초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초점을 맞춘 국가국방전략(NDS) 보고서를 마련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을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해 재배치 계획을 검토해 왔기 때문이다.

에스퍼 국방장관도 '국가국방전략(NDS)' 과제 중 하나로 미군 재배치를 '백지상태'에서 살펴보고 있으며 몇 달 내 주한미군이 포함된 인도태평양사령부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 트럼프 미국 정부가 해외 미군 감축ㆍ철수를 언급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시리아 철군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감축을 공화당 반대에도 밀어붙였고 지난달에는 독일 주둔 미군을 30% 가까이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최근 발표된 ‘국가국방전략(NDS) 이행, 1년의 성취’라는 자료에서 인도태평양사령부 등 몇몇 전투사령부의 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해 수개월 안에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감축도 협상용 압박으로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감축 및 재배치 입장 밝혀야

미국에서 의회를 중심으로 감축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는 건 다행이지만, 재선에 경고등이 켜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돌발적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동맹국을 홀대하면 미국의 국제사회 영향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꼭 추진해야 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먼저 미 의회를 설득해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며, 그런 연후에 한국과도 충분한 의견교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무형의 전략적 가치' 중시를

주한 미군의 주둔의미는 실로 크다.

미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주한미군의 존재 의미를 북한의 전쟁 도발 억지력에서 찾았다. 주한미군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상징되는 '돈 문제' 이상으로 무형의 전략적 가치, 특히 미국의 이익으로 수렴되는 가치가 크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

미국 내부에서도 주한미군 감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민주당,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주한미군 배치가 미국의 이해관계의 중심에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한 미국내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3%가 반대 의견을 밝혀 27%에 그친 찬성 의견을 훌쩍 뛰어넘었다.

주한미군 감축 논란은 미국의 글로벌 운영전략 뿐만 아니라 한반도 내의 전쟁억지력과도 맞닿아 있는 사안이다. 어느 일방이 서둘러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전작권 평가 조건 충족 합의점을

이와 관련, 한·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연합훈련 실시 및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의 증원전력이 얼마나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에 대한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란 소식이다. 훈련 축소는 기정사실화된 듯하다.

한·미가 결론을 내지 못하는 건, 기본적으로 연합훈련 성격에 대한 이견 탓이다. 한국은 연합훈련이 전작권 전환 검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유사시 연합대비태세 점검을 중시한다.

사실, 당초 실시하기로 합의했던 전작권 전환 대비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이 훈련 규모 축소로 차질이 빚어져서도 안 된다. 예정대로 하반기에 FOC 검증을 끝내야 내년에 최종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거쳐 현 정부 공약대로 2022년 상반기 내에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표에 맞춰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구멍을 내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한미 당국은 원활한 소통으로 전작권 평가가 가능한 조건을 충족하는 방법은 없는지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안보 족쇄’ 푸는 방안도

어떤 경우가 됐든 미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규모를 변경하려 한다면 동맹인 한국과 충분한 협의와 교감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의 분담금을 좀 더 높이는 대신 협상 단위기간을 늘리고 이번 기회에 우리의 ‘안보 족쇄’를 최대한 푸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압도적 군사력만이 우리 생명을 지켜줄 수 있다.

최대 800㎞로 묶인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풀고 탄두 중량도 늘려야 한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이 가능하도록 원자력의 군사적 목적 사용 근거를 확보하고 현재 20% 미만인 우라늄 농축률도 높일 수 있도록 한미원자력협정도 개정해야 한다.

북한 도발에 대비하고 김정은 정권을 다시 비핵화의 길로 이끌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그러려면 한·미동맹 이완이나 연합방위태세 약화의 신호로 여겨질 만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양국 공조에 빈틈이 없게 해야 한다.

비상 대응 만반의 준비를

우리의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한반도 안보의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알리고 최악의 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금은 모두가 지혜를 모아 비상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어떤 상황에서도 안보 태세에 흔들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상과 희망만으론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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