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신도시 ‘황금입지’에 자리한 테라스 하우스, 돌연 시공사 변경…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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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신도시 ‘황금입지’에 자리한 테라스 하우스, 돌연 시공사 변경…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7.30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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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테크건설 '테라스 더리브'→HDC아이앤콘스 '아이파크 더 테라스'
"코로나19 사태發 사업주체 경영악화 등 영향으로 사업권 넘어간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1·2지구 B3블럭 일대에 조성 중인 공동주택이 이테크건설의 '운정호수공원 테라스 더리브'(왼쪽)에서 HDC아이앤콘스의 '운정IPARK 더 테라스'(운정아이파크 더 테라스)로 변경됐다 ⓒ 각 사(社) 홈페이지 캡처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1·2지구 B3블럭 일대에 조성 중인 공동주택이 이테크건설의 '운정호수공원 테라스 더리브'(왼쪽)에서 HDC아이앤콘스의 '운정IPARK 더 테라스'(운정아이파크 더 테라스)로 변경됐다 ⓒ 각 사(社) 홈페이지 캡처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 조성 중인 한 공동주택의 시공사가 돌연 바뀐 배경을 두고 지역민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시행사 A업체가 경기 파주 와동동 1411번지에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했던 '파주 운정1·2지구 B3블럭 공동주택 신축공사' 사업권이 최근 HDC그룹 계열사인 HDC아이앤콘스로 넘어갔다. 이 사업은 운정호수공원 앞 부지에 연면적 4만2406㎡ 규모 지하 1층~지상 4층, 공동주택 184세대와 근린생활시설, 지하주차장, 주민공동시설과 부대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부지는 2014년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3.3㎡당 366만9000원(총 287억2236만 원)에 공급한 연립주택용지로 2015년 1월 A업체가 매입했다. 이후 A업체는 ㈜하나자신신탁을 신탁사로 삼아 2019년 2월 파주시로부터 이 부지에 대한 사업계획승인을 받았고, 이어 지난해 11월 이테크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오는 2021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분양사업을 본격화했다. 단지명은 '운정호수공원 테라스 더리브'였다. 분양홍보관과 견본주택도 부지 근처에 곧바로 들어섰다.

운정호수공원 테라스 더리브는 운정신도시에서 보기 드문 고급 공동주택인 데다, 운정호수공원 조망권이 확보됐고, 전(全)세대 테라스 제공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상품이어서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초 올해 1~2월 예정이었던 분양일정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차일피일 미뤄졌고, 공사도 지난 3월 기준 진행률 0.14%(이테크건설 분기보고서상) 수준에서 정체됐다. 그리고 시공사가 변경됐다는 소문이 이달 들어 지역 부동산시장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시공권뿐만 아니라 전체 사업권이 다른 업체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지에 대한 부동산 등기사항을 살펴보면 시행사인 A업체와 HDC아이앤콘스는 지난 6월 30일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10일자로 토지 소유권도 HDC아이앤콘스로 이전됐다. 매매대금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A업체의 장부가액(319억3800만 원)을 훌쩍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본지가 현장에 가보니 이미 기존 분양홍보관·견본주택에서 철거 또는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공사현장 앞 '발주자 A업체, 시공자 이테크건설'이라고 적힌 표지판은 아직 교체되지 않은 상태다.

현장 분양홍보관·견본주택 출입구 앞에 철거 또는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부들이 앉아있다 ⓒ 시사오늘
현장 분양홍보관·견본주택 출입구 앞에 철거 또는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부들이 앉아 있다 ⓒ 시사오늘

이를 놓고 지역 내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 돌고 있는 실정이다. 운정신도시는 문재인 정부의 6·17 부동산대책 이후 비규제지역으로 확실하게 각인돼 최근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부지는 상품성과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만큼, 성급히 사업권을 매각할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장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그 땅에 뭔가 문제가 있거나, 사업에 차질이 생겨서 건설사가 바뀐 거라는 얘길 들었다. 요즘 운정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땅장사하는 사람들이 이 시기를 놓치고 되레 팔 생각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또 다른 주민도 "원래 시공사인 이테크건설의 올해 실적이 안 좋아서 시공권을 넘겼다고 하더라. 어느 건설사가 그걸 샀는지는 못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현장 주변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자들도 구체적인 매각 배경에 대해서는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나 복수의 해당 사업 관계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이 같은 풍문은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분양일정이 연기되자 시행사 A업체가 자금난에 빠져 사업권을 팔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사현장에는 아직 '시공자 이테크건설'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붙어 있다 ⓒ 시사오늘
공사현장에는 아직 '시공자 이테크건설'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붙어 있다 ⓒ 시사오늘

기존 시공사였던 이테크건설의 한 관계자는 "사업권 매각에 대한 논의는 올해 초부터 계속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업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빠른 이익 회수를 위해서 시행사가 사업권을 통으로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테크건설이 매각을 주도한 것이라는 소문도 돈다'는 질문에 그는 "우린 공사를 수주한 것이지 사업주체가 아니지 않느냐. 전혀 사실무근이다. 이번 사업권 매각으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도 거의 없다"고 답했다. 이테크건설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해당 공사에 대한 미청구공사금액은 지난 3월 기준 8906만 원에 그쳤다.

새롭게 사업주체가 된 HDC아이앤콘스와 같은 모그룹 계열인 HDC현대산업개발의 한 관계자도 "사업권이 넘어간 민감한 사안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순 없다"면서도 "당초 기존 시행사에서 올해 상반기 중 분양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돼 공급일정이 지연되는 와중에, HDC아이앤콘스에서 사업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해 사업권을 매입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A업체와는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번 사안 담당자와 끝내 닿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A업체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답변을 피했다. 다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A업체 영업손실은 3억3198만 원으로 전년 대비 70% 가량 적자폭이 확대됐고, 유동성장기부채도 대폭 늘었다. 자금난을 겪었을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HDC아이앤콘스는 파주 운정1·2지구 B3블럭 공동주택 신축공사 프로젝트를 시행부터 시공까지 일괄 자체 사업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년 간 축적된 개발 노하우와 기술력을 이번 사업에 투입해 리딩 디벨로퍼로서의 역량을 입증하겠다는 심산이다. 새로운 단지명은 '운정IPARK 더 테라스'(운정아이파크 더 테라스)다.

사업 규모는 이전과 동일하나 한 차례 사업권이 손바뀜된 만큼, 분양가는 당초 예상보다 높게 책정될 전망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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