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비판에도 원내투쟁 고수하는 통합당…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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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비판에도 원내투쟁 고수하는 통합당…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8.03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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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장외투쟁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장외투쟁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전·월세 계약기간 4년(2+2년) 보장 등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4일에는 부동산법·공수처법 후속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여권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3대 권력기관 전면 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90석에 달하는 범여(汎與) 의석을 바탕으로 국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수술’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야권 일각 “무기력 야당 더 이상 안 돼”


이러자 야권에서는 미래통합당이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해야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내투쟁만으로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할 방법이 없는 만큼, 장외로 나가 국민에게 호소하는 등의 강경투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장외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문표 의원은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 “상임위원회, 인사청문회가 무슨 필요가 있나. 야당으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면서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현수막이라도 걸든가, 그걸로 안 된다면 지역별로 소규모 집회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YS(김영삼 전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지금보다 더한 소수의 국회의원을 갖고도 거대 여당의 폭주를 막아 냈다”며 “야당은 투사가 필요하지, 온화한 패셔니스트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지도부의 온건한 대응을 비판하면서 강경투쟁을 주문한 것이다.

통합당 게시판에도 ‘여당이 망국(亡國)의 길을 가고 있는데 야당은 보고만 있느냐’, ‘야당이 있으나마나 한 것 같다’, ‘광화문으로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광화문에 모인 국민들이다’ 등과 같이 지도부의 적극적 행동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통합당 지도부 “장외투쟁, 실익 없어”


그러나 통합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원내투쟁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황교안 대표-나경원 원내대표 체제에서 수차례 장외투쟁을 벌였지만, 실익(實益) 없이 ‘정부여당 발목만 잡는다’는 프레임에 휘말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히려 통합당 지도부는 의석수가 부족한 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에게 ‘견제 세력의 필요성’을 어필하는 모양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의회가 국민의 뜻과 정반대되는 행태를 보이면 자연적으로 외부에 반대 세력이 형성된다”며 “우리 국민이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희숙 의원의 ‘임대차 3법 반대 연설’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도 원내투쟁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전문성에 기반한 논리적이고 호소력 있는 발언으로 정부여당의 실정(失政)을 꼬집은 윤 의원이 국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자, ‘돌파구’를 발견한 통합당이 원내투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전언(傳言)이다.

통합당 관계자도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지난주 의총 때만 해도 장외투쟁을 해서라도 우리 당의 뜻을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윤희숙 의원 연설 후로는 (그런 의견이) 사그라졌다”면서 “논리적으로 잘 설득만 하면 일당백(一當百)이 가능하다는 것을 윤희숙 의원이 가르쳐 준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서 그는 “다른 초선 의원실에서도 윤희숙 의원처럼 설득력 있게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장외투쟁보다는 원내에서 논리로 싸워보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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