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강태선 “노동자에겐 출근한 상태 그대로 집에 돌아갈 권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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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강태선 “노동자에겐 출근한 상태 그대로 집에 돌아갈 권리 있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08.12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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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온국민 공부방 제8강
오늘도 3명은 퇴근하지 못했다: OECD 산재사망 1위의 문제점과 대안
안철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 다루는 업무, 비정규직 금지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12일 오전 국민의당 ‘온(on)국민 공부방’ 세미나가 열렸다. 강태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여덟 번째 강연자로, ‘오늘도 3명은 퇴근하지 못했다: OECD 산재사망 1위의 문제점과 대안’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사망재해 문제의 규모

“사고사망만인율, OECD 국가 중 최악”


“보통 우리는 문제의 규모를 말할 때 통계를 언급합니다. 하지만 사망자에게 있어 숫자와 통계란 상당히 건조하고 비인간적이기까지 합니다.”

강태선 교수는 사망재해를 다루는 언론의 분기점을 2018년 김용균 사건으로 봤다. 강 교수는 “2~3년 전 언론을 보면 인부(人夫)란 외계인의 다른 이름 같았다”며 “24세 젊은 청년의 죽음이 우리 사회를 바꾼 것”이라 설명했다.

강 교수는 “그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아들의 이름을 밝혔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부가 아닌 한 인간이며, 그가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갈무리
2019년 사고사망자수는 855명으로, 전년도 대비 116명 감소했다.ⓒ고용노동부 갈무리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사고사망자수는 855명으로, 전년도 대비 116명 감소했다. 강 교수는 이를 “근로안전 전략을 바꾼 효과”라면서도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사고 사망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는 있지만, 평평한 이유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일터 사망재해 규모는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와 국제노동기구(ILO)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17년) 산업재해 사망십만인율(사고 및 질병)은 한국이 9.9로 1위다. 또 2019년 기준, 사고성 사망십만인율은 한국(5.3)이 일본(1.7)과 독일(1.5)의 3배에 달하며, 영국(0.4)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높다.

그는 “최근 10년 간 사망자가 감소했으나, 발전하고 있는지가 고민의 대상”이라며 “특히 단일 건에 많은 사람이 죽는 참사가 똑같은 이유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산재사망의 핵심”이라 말했다.

한편 그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수준이 높아질수록 산재는 감소하지만, 이 통계의 아웃라이어(outlier)는 오직 한국”이라 언급했다.

 

사망재해 문제의 원인

“코로나19, 메르스로 학습…산업재해는 왜 배우질 못하나”


“노동자의 과실은 사고의 원인이 아닌 결과입니다. 원인은 사업주입니다. 사업주는 근로자를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책임자기 때문입니다. 국가와 정부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킬 수 있도록 감독할 책임이 있습니다. 또 노동자는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할 대상이기 이전에, 일터에서 출근한 상태 그대로 집에 돌아갈 권리의 소유자입니다.”

강 교수는 사망재해 문제의 원인으로 △산업안전의 특성 △교훈의 부재 △책임소재의 불분명 △사업주 안전리더십 부재 △국가 정부의 실책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그는 사망재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균형이 경영에 가 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경영의 기본 속성은 비용을 아끼면서 빠르고, 편리하고 간단하게 하는 것이지만, 안전은 고비용이고 느려지며, 복잡하고 불편하다”고 전제한 뒤, “현장에서 둘의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한국은 균형이 깨져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강태선 교수는 “냉동창고 신축현장 대형 중대재해(화재)의 반복되고 있다”며 교훈의 부재를 강조했다.ⓒ뉴시스
특히 강태선 교수는 “냉동창고 신축현장 대형 중대재해(화재)의 반복되고 있다”며 교훈의 부재를 강조했다.ⓒ뉴시스

특히 그는 “냉동창고 신축현장 대형 중대재해(화재)의 반복되고 있다”며 교훈의 부재를 강조했다. “코로나는 메르스의 교훈을 학습해 대비했지만, 산업재해는 참사 급 재해에서 교훈을 찾지 않는다”며, △중대재해 수사 및 판례의 비공개로 인한 정보부재 △수사당국(고용노동부, 경찰 등)의 전문성 부족 △교훈을 목적으로 한 정부의 사고조사의 부재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법 위반을 보는 것으로, 사고 원인과는 다르다”며 “정부가 교훈을 목적으로 한 사고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는 무기력할 것”이라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개인의 부주의가 사고를 일으킨다는 이념이 아직 남아 있다”며 “사고가 사고자의 과실로 일어났다는 것은, 추락이 중력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언뜻 보기에 근로자의 마지막 행동이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트리거(trigger)에 불과하다”며 “경영의 실패가 근본적으로 잠재해 있다가 발생하는 것”이라 말했다.

 

사망재해 문제의 대책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실효성 증대하자”


강 교수는 “교통안전, 재난안전, 환경안전, 제품안전 등 많은 안전 중 산업보건안전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라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경계가 모호한 안전의 공통점은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라며 “국민을 보호할 수많은 안전에 일종의 영양분을 보급하는 것이 산업안전”이라 강조했다.

그는 사전예방과 사후처벌 두 축을 기준으로 대책을 제안했다. 사전예방의 경우 행정규제 위주의 사전규제 1형과 현장점검‧감독 위주의 2형으로 구분했다. 그는 “사후처벌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며 “예방감독의 실효성을 제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후처벌의 경우 사고 이전 불안전조치 처벌에 해당하는 사후규제 1형과 인명 사고 이후 사고책임 처벌의 2형으로 구분했다. 그는 “책임소재 명확히 하는 산안법 법인처벌 중심으로 사후처벌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당대표는 “산업현장의 사고 소식을 접할 때면 저는 김훈 작가께서 기고하신 글이 생각난다”고 말했다.ⓒ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당대표는 “산업현장의 사고 소식을 접할 때면 저는 김훈 작가께서 기고하신 글이 생각난다”고 말했다.ⓒ뉴시스

“퍽, 퍽, 퍽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는 추락, 매몰, 압착, 붕괴, 충돌로 노동자의 몸이 터지고 부서지는 소리다. 가족들이 통곡하고, 다음날 또다시 퍽 퍽 퍽 소리 나는 그 자리로 밥벌이하러 나간다.

죽음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 숫자처럼 일상화되어서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하고, 죽음조차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나와 내 자식이 그 자리에서 죽지 않은 행운에 감사할 뿐, 인간은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감수성을 상실해간다.”

- 안 대표 인용문: 김훈 작가의 ‘죽음의 자리로 또 밥벌이 간다’ 특별 기고문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당대표는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사망사건 소식으로 많은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 때뿐이었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는 우리의 무관심한 일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원청, 하청 등 모든 과정과 주체들에게 책임 묻기 △산재보험의 입증책임과 청구절차 개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업무에는 비정규직 사용 금지 등을 제안하며, “기본적인 것들만 바뀌어도 매일 희생되는 소중한 목숨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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