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아빠, 우리 아파트가 왜 DMC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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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아빠, 우리 아파트가 왜 DMC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8.12 18: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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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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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질문은 엉뚱하지만 때론 상상치도 못한 생각거리와 큰 깨달음을 줍니다. 오랜 사회생활을 하면서 본심을 숨기는 데에 익숙해져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답변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호기심과 궁금증 그 자체에 집중하기에 더욱 문제의 본질에 가까운 사고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죠. '왜 이걸 먹어야 돼?', '왜 공부를 해야 돼?'와 같은 고민을 했던 어린 시절을 우리들은 모두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얼마 전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과 만났습니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한 분이 자녀 얘기를 하더군요. 가족들과 산책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집 근처에 걸린 현수막을 가리키며 '아빠, 우리 아파트가 왜 DMC야? DMC가 도대체 뭐야?'라고 묻더랍니다. 아이의 손가락 끝에는 'DMC'(디지털미디어시티)라는 문구가 적힌 분양 홍보물이 있었습니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DMC와 관련된 호재들이 잇따르면서 최근 수년 동안 기존 단지명에 DMC를 넣어 새롭게 변경한 아파트들이 상당히 많았죠.

아이의 질문을 받은 아버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아파트 단지명을 바꾸려고 하는지, 왜 DMC와 멀리 떨어진 우리 집 이름에 DMC가 들어있는지, 아이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질문의 답은 명확합니다. 단지명 하나가 향후 수십년 간 집값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인 특정 동네, 지역, 역, 공원 등 이름을 단지명에 넣어, 개명을 통해 아파트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보편적인 전략입니다. 물론, DMC는 좀 유별난 구석이 있습니다. 개명한 아파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암동 주변, 서대문구 가재울, 행정구역이 전혀 다른 경기 고양 덕은지구, 향동지구에 위치한 단지까지 있는데요. 심지어 DMC에서 직선거리로 3~4km, 도보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아파트도 단지명에 DMC를 넣었습니다. 더욱 신기한 대목은 정작 상암월드컵파크 아파트를 비롯해 DMC와 진짜 인접한 단지들은 이름을 변경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걸까요? 그건 아버지가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이유와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서울 지하철 6호선 응암역·새절역 주변에 위치한 아파트인 소위 '백련산 그룹'이라 불리는 단지들과 경기 고양 덕은지구 내 일부 단지에서는 '우리도 단지명에 DMC를 넣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제를 놓고 입주예정자들끼리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전해집니다. 비록 공식적인 논의 자리는 아니었지만 두 곳 모두 개명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합니다. 'DMC'보다 '백련산', '덕은' 등 명칭이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데에 동조한 사람들이 많았던 겁니다. 좋게 말하면 '단물이 빠졌다', 나쁘게 말하면 '격이 떨어졌다'는 거죠. '어른들이 욕심이 많아서 그래'라는 대답도 못할 만큼 부끄러운 욕망의 상징으로 각인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DMC 인근 지역민들은 오는 15일 오후 상암동에 위치한 한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상암동 노른자위 랜드마크 부지를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서 모이는 자리인데요. 해당 집회에는 단지 이름을 개명한 서울 서북부권 주민과 경기 고양 덕은지구 주민들까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숙원사업이 지체되는 가운데 집값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임대주택마저 짓는다고 하니 반발하고 나선 겁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임대물량이 많지 않고,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며 한발 물러선 상황이지만, 집단반발 움직임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욕망은 왜 부끄러워야만 할까요? 우리나라처럼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당당한 욕망이란 찾기 어렵습니다. 있어도 없는 척하고, 하고 싶어도 싫은 척해야 하는 게 미덕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고 문화였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욕망을 밝히고 발현하는 일이 이제 점차 부끄러운 것이 아니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것은 부동산에 대한 욕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청와대 수석이라는 명예 대신 강남 집 2채에 대한 욕망을 당당하게 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았습니까.

몇몇 위정자들이 보기엔 '초라하고 천박한' 부끄러운 욕망이지만, 당초 그런 욕망조차 품을 수 없었던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당당해야만 하는' 욕망인지도 모릅니다. 부동산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사회에서 부동산에 대한 욕망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혹자들은 부동산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고, 부끄러워 해야 한다 말하기도 하고요. 이러니 저러니 부동산은 우리 사회에서 부끄러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 대부분이 별다른 의문이나 질문 없이 살아갑니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가정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대로, 언제 어디서나 튀거나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진 일에만 묵묵히 최선을 다합니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가정을 꾸립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똑같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합니다. 그렇게 살아왔고, 남들도 다 똑같이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아직은 과도기입니다. 이 시기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아빠, 우리 아파트가 왜 DMC야?' 같은 질문에 제대로 답할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의 부끄러운 욕망을 아이들에게 드러내고 싶지도 않습니다.

대신 이번에는 아이처럼 너무나 당연하지만 문제의 본질에 충실한 질문을 한 가지 해봅니다. 왜 우리는 부동산 때문에 부끄러워하며 살아야 합니까?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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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2020-08-13 11:05:05
눈에 쏙 들어옵니다.
알찬 기사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