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의 세상만사] 의료계 파업, 왜 하필 지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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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의 세상만사] 의료계 파업, 왜 하필 지금인가
  •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승인 2020.08.26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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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협조와 본연의 역할이 무엇보다 ‘절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과 가치 필요할 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의료계가 2차 총파업을 다시 시작했다. 코로나가 2차 대유행의 ‘폭풍전야’라는 방역 당국의 긴박한 호소보다 더 절박하고 우울한 소식이 의사들의 파업이다. 며칠 사이 200명대를 오가다 다시 300명대로 확진자가 증가 추세인 가운데 강경 주장을 펴고 있는 전공의들에 이어 의사협회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물론 3일간의 한시적 파업 성격이지만 절체절명의 코로나 악화 상황에선 단 하루가 국민들에겐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다.

총리와 장관까지 나서서 전공의와 의협을 잇달아 면담하고 협의를 했지만 결국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국민들은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전문 의료진과 도농 간의 의료체계와 의료 질의 격차에 대해 더욱더 절감하고 있는 때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과 전문 의료진의 증원 문제는 어제오늘의 과제가 아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국민이나 정부 모두 그 필요성을 더 공감했기에 추진하는 정책이다.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와 협상을 전혀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추진 문제를 지금은 중단하고 ‘선(先) 코로나 대응’ 후(後)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해서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한 마당이다. 전공의를 중심으로 정부의 이러한 약속을 불신하면서 2차 파업이 다시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의료계의 파업 강행은 성급하고 무리한 파업이다.

더구나 ‘하필이면 왜 지금인가’에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의료계 입장에서 보면 코로나로 정부가 절체절명의 위기 대처에서 의료계의 협조와 본연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파업이 비록 3일이라 하지만 추후 정부의 ‘강경 대응’ 시 의료계는 ‘맞불 대응’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 불안이 가중될 것이고 코로나 대응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의 진료까지 그 불편함이 확대되면 의료계는 ‘대정부 협상력 우위’를 점할 것이란 ‘계산’이 있을지 모르지만 참으로 ‘의사답지 않은 대응’이란 지적이다.

국민들은 초기 코로나 사태 당시  대한민국 의료진의 맹활약과 헌신과 봉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간호사들과 탈진한 의사, 젊은 전공의들의 밤낮 없는 현장 숙식 생활을 지켜보면서 역병과의 싸움에서 믿을 건 결국 의료진밖에 없다는 믿음을 가졌을 것이다.

모든 의사들이 동일한 것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엘리트층이고 서민들보다 나은 생활 여건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랜 시간 연구와 공부, 수련을 통해 의사 한 명이 탄생한다. 그 만큼 희소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신성한 직업이다. 사회에 소중한 인적 자산이지만 그만큼 사회적 지위에 따른 ‘책임성’도 요구받고 있다.

그래서 의사들에게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과 가치를 기대하는 것이다. 의대 정원 문제가 당장 내일부터 시행돼 내년이면 의사가 바로 증원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논의하고 투쟁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러하기에 국민들은 왜 하필이면 지금이냐고 묻는 것이다. 코로나 대응이 절실한 정부와 불안한 국민들을 ‘약자’로 보고 흔들어 ‘결과’를 얻고자 하는 ‘의료 상술’이란 비판도 바로 그 때문이다.

더 가진 자와 더 배운 자와 함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진들에겐 지금 ‘투쟁’과 ‘협상’의 모습보다 의사 본연의 ‘헌신’과 ‘인술’을 베푸는 모습이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줄 때인 것이다.

삼성이 또다시 고양과 용인의 연구소 등 두 곳을 생활 치료소로 선뜻 제공하고 의료진까지 파견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동행 철학’의 취지에 따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리더십 발휘로 평가된다.

의료계는 이런 모습을 새기면서 정부와의 약속을 지금은 믿고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장으로 하루빨리 돌아와야 한다. 코로나 시대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 이미지가 더 훼손되지 않도록 말이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자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정무수석실 행정관
· 전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 전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 전 국립중앙청소년 수련관 이사
· 전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 전 민족화해렵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 전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 연구원
· 현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현 정치 평론가
· 현 (사)희망래일 ‘70년의 침묵을 깨는 침목 동해북부선 연결추진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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