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박인터뷰] 김승희 “정세균 총리 전화, 이제 와 꼬투리잡고 싶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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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인터뷰] 김승희 “정세균 총리 전화, 이제 와 꼬투리잡고 싶진 않아”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9.02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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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승희 전 의원
“당시엔 외압으로 느껴졌지만…명분 없는 꼬투리잡기 원치 않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20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신설에 반대했던 미래통합당 김승희 전 의원. 김 전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출신이다. ⓒ뉴시스
제20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신설에 반대했던 미래통합당 김승희 전 의원. 김 전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출신이다. ⓒ뉴시스

의료계 집단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20대 국회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월 19일 열린 제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승희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총리도 저한테 전화를 했다. 그런 식으로 압력을 넣으면 안 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당시 김승희 전 의원은 “공공의료는 보강돼야 하지만, 대학교를 설치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공공의대 신설 법안에 반대했고, 이에 정 총리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총리가 직접 전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법안을 밀어붙이기 위해서 총리까지 나섰구나’ 하는 느낌을 줬다. 당시 제게는 압력으로 느껴졌다”면서도 “그때 제 얘기로 논의가 중단됐으니 이제 와 꼬투리잡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전화를 받게 됐던 배경이 뭔가.

“당시 제가 공공의대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무의촌이나 농어촌 쪽에 의료진들이 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한데, 공공의대 신설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공중보건의사제도라든가 공중보건장학금제도 같은 것들이 있고, 지방 의대에서도 그 지역 출신 학생들을 우선 선발하지만 그 사람들이 졸업하고 나서는 다 수도권으로 와서 개업하지 않나. 그래서 이런 것들에 대한 문제점을 우선 진단하고, 그래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에 논의하자는 게 제 주장이었다. 그래서 반대를 하니까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 지역구 의원)도 저한테 찾아오고, 정세균 총리도 전화를 하고 그랬던 거다.”

-정 총리가 전화해서 무슨 이야기를 했나.

“‘의원님이 반대를 하신다는데 그런 얘기를 들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더라. 그래서 제가 ‘아니 어떻게 총리께서 전화까지 하세요’라면서 인사를 하고 난 다음에 제 반대 논리를 얘기했다. 그러니까 ‘너무 강하게 반대를 해서 쉽지 않겠군요’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총리가 직접 전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법안을 밀어붙이기 위해서 총리까지 나섰구나’ 하는 느낌을 줬다. 그렇다고 논박을 하거나 논쟁이 있었던 건 아니고, 의견을 청취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공공의대 설립을 위해 야당 의원에게 외압을 가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정세균 국무총리. ⓒ뉴시스
공공의대 설립을 위해 야당 의원에게 외압을 가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정세균 국무총리. ⓒ뉴시스

-법안심사 때 정 총리 전화를 받았다는 말을 한 건 어떤 이유였나.

“코로나19가 터지고 나니까 ‘역학조사관이 너무 부족하다’ 하는 여야의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국민들의 공감대도 형성됐다. 그래서 질병관리본부에 역학조사관 TO를 늘리는 걸 논의하기 위한 소위가 열렸는데, 갑자기 공공의대 신설 관련한 법안을 논의하겠다고 하는 거다. 공공의대 신설 법안은 이미 두세 번 논의를 하다가 보류됐던 법안이었다. 그런데 당시 간사였던 저와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이 법안을 올렸다. 그래서 제가 ‘내가 들은 바로는 역학조사관과 관련된 법안만 논의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숫자로 밀어붙이나. 이건 말도 안 된다’라고 반발했다. 그러니까 김광수 의원이 저한테 당리당략에 의해서 반대를 한다면서 비판하기에, 제가 ‘이게 무슨 당리당략이냐. 내가 이 분야에 종사했던 전문가로서, 또 정부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공공성이 강화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건 백년지대계여야 하지 이런 식으로 대학 하나 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대답을 해서 논쟁이 붙었다. 근데 그때 저한테 말을 못하게 하는 걸 보고 ‘숫자로 밀어붙이면 통과되겠구나’ 그런 위험을 느꼈다. 그래서 제가 정 총리까지도 저한테 전화를 했다고 얘기를 한 거다.”

-정 총리가 외압을 행사했다고 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당시에는 제가 외압으로 느낀 게 사실이지만, 이슈화는 명분이 있을 때 해야 하는 건데 그때 그렇게 제가 얘기해서 논의가 중단되고 목적이 달성됐으니 그걸 다시 꼬투리잡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정 총리가 그쪽 지역 국회의원이었고, 지역구 공약과 지역 주민만을 생각해서 지금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로서 최근 의사들의 파업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면.

“지금 정부가 내놓은 법은 졸속이다. 약대의 전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약대 나온 약사들은 정부 부처에도 안 가고 제약회사에도 안 간다. 제약회사가 약사를 구하려고 해도 안 가고 개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훨씬 자유로우니까. 약사가 늘어난다고 그 인력이 필요한 곳으로 흩어지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인프라다. 의사들이 지방으로 안 가면 지방에 투자를 해야 한다. 정부가 지방에 투자를 한다고 뭐라고 할 사람 없다. 정부가 지방에 좋은 장비, 좋은 시설, 좋은 대우, 자긍심을 줄 수 있는 유인책 이런 걸 만들어서 의사들이 개업 안 하고 그쪽으로 갈 수 있도록 하면 저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거라고 본다. 인력을 늘리는 건 인프라를 좋게 만든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공의대가 아니라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지 졸속으로 의대 하나 만든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대통령 공약이라든가 지역구 국회의원 공약이라든가 하는 정치 논리로는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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