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풍부한 유동성 속 빈곤한 증권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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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풍부한 유동성 속 빈곤한 증권사 시스템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9.09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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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HTS·MTS 장애, 체계적인 준비 필요한 시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상기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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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비슷한 이슈가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현재 연이어 터지고 있는 증권업계의 HTS, MTS 장애가 그러하다. 어느 때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고,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한 이 시점에서 일부 증권사들의 주식 매매 프로그램은 여전히 삐걱거리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3월 무렵, 국내 시장으로 유동성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저금리 기조를 기반으로 부동산에서 막혔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왔고,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며 거래대금은 치솟았다. 덕분에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특히 증권업계는 코로나19의 불확실성에 직격탄을 맞겠다는 예상과 달리,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또한 투자자가 맡긴 자산도 불어났다. 시장과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아진 투자자들이 잇따라 자산을 맡기면서, 일부 대형 증권사들의 고객예탁 자산은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에 언론도 고무적인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각 증권사의 CEO들의 이름을 운운하며 '리더십', '포용' 등 아름다운 말로 이들을 휘감았다. 낯간지럽지만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년 만에 찾아온 시장의 호황 속에서, 어찌됐든 증권업계는 기업의 목적인 최대의 '이익'을 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풍요 속 '빈곤'에 주목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증권사들의 트레이딩 시스템(HTS, MTS)이 가장 큰 문제다.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느는데도, 증권사들의 HTS, MTS 장애는 반복돼 왔다. 

제로금리 시대와 함께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었던 지난 3월로 기억한다. 주요 증권사의 MTS 접속장애가 일어났는데, 해당 증권사의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의 접속이 갑자기 몰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장애에 대한 복구는 끝마쳤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오류는 계속됐고 이와 관련된 증권사 민원도 2분기 함께 증가했다. 매번 장애를 복구했다고 하지만 문제는 또 이어졌고, 똑같은 해명도 반복됐다. 그 과정 속에서 해결은 없었다. 

특히,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청약도 마찬가지다. 증거금만 58조 이상이 몰렸고,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경쟁률만 1524.85:1에 달했다.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지만, 이들을 주관한 일부 증권사의 트레이딩 시스템에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접속 지연 장애가 또 발생했다. 

한편으로, 이 현상은 '역대급'이라고 불렸던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관심을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를 예측하고 대응해야 했던 증권사들의 미흡한 시스템 운영이 재차 드러난 사례기도 하다. 코로나19에서 시작된 개인 투자자 수요를 증권사들은 여전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고, 시장의 호황에 증권사의 실수가 가려지는 듯한 느낌이다. IPO시장은 카카오게임즈 이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 타 계열사, CJ올리브영, 티몬 등 수많은 '대어'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때마다 이같은 '삐걱거림'이 반복돼서야 되겠는가.

부실한 시스템을 밟고 IB실적을 개선한들, 반기는 투자자들이 있을까.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는 정도를 뜻하는 '시가총액 회전율'이 계속 높아지는 이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거래 증권사들을 바꾸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중요한 증권사들의 해묵은 '풀이법'은 결국, 똑똑해진 '동학개미'를 더 이상 설득시킬 수 없다.

각 증권사들은 이번 청악과 과거 유동성 장세에서 나타난 장애·오류를 제대로 인지하고 대응해야 한다. 관련 리포트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고객의 민원을 줄이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호황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그에 따른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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