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오너家 위해 추진되는 대기업 분할·합병, 계속 지켜봐야 하나
스크롤 이동 상태바
[시사텔링] 오너家 위해 추진되는 대기업 분할·합병, 계속 지켜봐야 하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9.16 16:3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광글라스그룹 이어 대림산업까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 pixabay
ⓒ pixabay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 분할·합병을 통해 전문성·경쟁력 제고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하려는 대기업들이 최근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은데요. 그 이면에 지배력 강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등 오너일가의 사익을 편법적으로 추구하려는 의도가 깔렸을 공산이 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일 대림산업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을 동시에 추진해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디엘 주식회사(가칭), 건설사인 디엘이앤씨(가칭), 석유화학회사인 디엘케미칼(가칭) 등 3개 회사로 분할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산업별 특성에 맞는 개별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기업가치 재평가를 통해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극대화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대림산업의 설명입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재 이해욱 회장이 호텔 브랜드 상표권을 4세 승계에 활용하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오너일가 지배력을 높이는 우회 전략의 일환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회장이 확보한 대림산업 지분율(특수관계인 포함)은 23.1%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현재 대림그룹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이자 이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대림코퍼레이션과 새롭게 출범할 지주사인 디엘이 향후 현물출자 또는 합병 등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오는 2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삼광글라스-이테크건설-군장에너지 간 3사 합병·분할합병을 처리할 예정인 삼광글라스그룹도 이와 비슷한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이번 사안은 당초 지난 상반기 다뤄질 계획이었으나 합병비율(이 오너일가에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이 정정명령을 내리고 일부 주주들도 거세게 반발하면서 일정이 지연됐습니다. 이에 삼광글라스그룹은 합병 가액 기준을 기준시가에서 자산가치로 변경해 합병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아직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떠오르는 대목이지요. 합병을 추진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사업부문 분할을 통한 경영효율성 제고, 투자부문 합병을 통한 투자안정성 제고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합병비율이 변경됐어도 편법 승계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입니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이복영 회장의 장남인 이우성 부사장, 차남인 이원준 전무는 삼광글라스그룹 지주회사 최대주주 자리를 확보하게 됩니다. 15% 미만에 불과한 두 아들의 지분(삼광글라스)이 40%(지주사)로 증가하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삼광글라스,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는 모두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로, 최근 정치권과 시민사회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될 여지가 있습니다. 아예 합치면 고민을 덜게 되는 겁니다.

물론, 분할과 합병을 추진하는 건 기업 경영의 자유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침체되고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각 기업 사정에 따라 하나로 합쳐 생존력을 극대화하거나, 둘로 나눠 유연성에 방점을 두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겠지요. 더욱이 우리나라 재계의 경우 불투명한 지배구조, 오너일가의 전횡 등이 늘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분할·합병을 통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은 시대 흐름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 손가락질을 해선 결코 안될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일을 마냥 지켜보기만 하면 그것 또한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삼성, SK, 롯데, 효성, 한진 등 국내 굴지의 재벌 대기업들의 사례가 말해줍니다. 수많은 사회적 비용이 낭비됐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장 구성원들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았습니까. 적정선에서 제재하지 않으면 부작용은 계속 되풀이될 것이고, 오너일가들의 사익 추구가 도를 넘어설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최근 CJ그룹은 CJ올리브영 IPO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증권가에는 CJ그룹이 IPO를 추진하면서 이재현→이선호 또는 이경후로의 경영권 승계를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봅니다. 이 예측이 맞다면 이제는 기업 상장까지 오너일가 사익을 위해 추진되는 셈입니다.

이제는 좀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요?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민호 2020-09-17 00:52:48
여기 기사는 애꺼바께 읽을게없음
다들 체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