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日 스가 총리 시대와 韓·日관계 재정립 방책(方策)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병도의 時代架橋] 日 스가 총리 시대와 韓·日관계 재정립 방책(方策)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9.19 0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베' 벗어나 미래지향적 새 지평을
실용주의…집권 장기화 도모 대비도
역사(歷史) 직시 가해자 책임의식 중요
고위급 대화 등 진일보한 자세 관건
양국간 '소프트 외교'부터 다시 시작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는 일본의 '스가 총리 시대'를 맞아 복원, 발전될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떻게 재정립을 향해 난제(難題)들을 풀어가야 할 것인가.

한일 양국의 관계 회복과 협력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미-중 신냉전의 거대한 파고가 밀려오는 등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싯점에 일본의 최고 지도자가 바뀌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일본의 새 총리(제99대)로 선출됐고, 그가 이끄는 일본 새 정부가 16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2012년 12월 출범한 아베 체제는 7년 8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지금의 양국 관계를 그대로 둔 채 새 시대를 맞을 순 없다. 양국 관계 개선은 언제고 미룰 수 없는 큰 과제다.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는 일본의 '스가 총리 시대'를 맞아 복원, 발전될 수 있을 것인가.ⓒ뉴시스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는 일본의 '스가 총리 시대'를 맞아 복원, 발전될 수 있을 것인가.ⓒ뉴시스

'시한폭탄' 안고 출범

스가 내각이 스스로 풀어야 할 당면 과제도 전임 아베 신조 총리 시절 사상 최악의 관계로 추락한 한·일 관계 개선이다. 지금의 한일 관계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는 양국 모두에게 심각한 국익 손실이 될 뿐이다.

전후 최장인 7년 8개월 아베 재임 기간 줄곧 정권 2인자였던 스가가 이끌 자민당 정권이 큰 틀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역시 극히 의문이다. 물론, 우익이념의 국가주의 성향이 강했던 아베에 비해 스가는 이념 보다는 실용주의적 면모를 갖고 있어 협상의 여지를 가늠케 하고는 있다. 

양국은 현재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갈등으로 지난해 촉발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소동 등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 법원에 압류 중인 일본 피고 기업 자산의 현금화 절차가 시작되고,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한 보복조치를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스가 내각은 자칫 한·일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시한폭탄을 앞두고 출범하는 셈이다. 

역사적 진실 바탕 외교적 모멘텀을

일본에 새 총리가 등장하면 으레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인지, 아니면 악화될 것인지를 놓고 논의가 분분했다. 그 기준으로 삼는 것이 역사인식에 대한 입장이었다. 

한·일 관계가 수교 이래 최악에 빠진 근본 원인도 일본 측 지도자들의 역사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가해자로서의 반성이 그만큼 부족했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가 주변국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했으니, 본인부터 역사를 직시하고 가해자로서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함은 물론일 테다.   

한국 정부로서도 가장 가까운 나라에서 새 지도자가 나오게 된 만큼, 경색된 양국 관계를 역사적 진실에 바탕을 두고 풀어나갈 외교적 모멘텀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일 두 나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다. 양국이 불행한 역사의 굴레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한다면 서로에게 잃는 것이 너무 많다.

이제, 다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의 출발선을 창출해 내야만 한다. 대화를 통해 일본 측의 수출규제 철회와 같은 가시적 관계 개선의 성과도 그 연장선상에서 서둘러 도출해 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악의 수렁 벗어날 호기로 

사실, 한·일 관계는 2012년 12월 아베 전 총리의 취임 이후 악화일로다. 당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마디로 살얼음판이다. 양국 관계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맞물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 

만일 한국이 압류 중인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절차를 시작하고 일본이 맞보복을 강행한다면 양국 관계는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북핵 등을 겨냥, 미사일을 통한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까지 거론했다. 새 총리가 취임해도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정책을 되돌릴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지금 일본이 할 일은 군비증강이 아니라 과거 군국주의 침략전쟁에 대한 뼈저린 사과와 반성이다. 스가 시대의 개막은 양국이 구원에만 얽매이는 바람에 빠져들 최악의 수렁에서 벗어날 호기로 만들어 내야 한다. 

'신사참배' 반대…균형감각 기대

스가는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 총리직을 맡게 되지만 장기집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변수는 있다. 그가 의회를 조기에 해산해 유권자의 신임을 묻는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다. 

연내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러 승리하면 ‘과도기 총리’의 한계를 벗고 자기 정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도적 지지로 그에게 힘을 실어준 만큼, 연내 의회 해산-총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조기 총선을 통해 명실상부한 지도자가 된다면 자기 색깔의 정책을 펼 여지가 넓어진다. 특히 전반적으로 외교정책을 재점검하고, 되도록 주변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가져가려는 의욕도 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한 전력을 지닌 스가 장관이 역사 수정주의를 내건 전임자와 달리 균형감을 갖췄다는 평가도 기대를 갖게 한다.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역사관과 책임 의식은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이다. 

따라서, 일본의 새 총리 취임은 꽉 막힌 한일관계 현상의 타개를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서로 열린 자세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강제징용 문제를 적극적 대화로 풀어 나가야 한다. '스가 시대의 개막'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새 기폭제로 만들려는 능동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아베 시즌2’ 이어갈 공산

한일 관계를 지금처럼 방치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미·중 패권전쟁이 치열해지고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커지면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야 할 일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강경우익 노선으로 한·일 관계를 파탄에 빠뜨렸던 아베 총리가 물러나게 됐지만, 그렇다고 스가 체제를 마냥 환영할 수만도 없는 형국이다. 

그는 아베 정권 출범 이후 7년8개월 동안 관방장관을 맡은 '아베의 복심'이다. 자민당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의 지지로 총재 선거에서 압승한 이후에도 "아베 정책 계승"을 공언할 정도다. 전임 아베 정권의 대한국 강경노선 기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마디로, 스가가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한 만큼 ‘아베 시즌2’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그는 지난 2014년 1월 중국이 하얼빈에 안중근 기념관을 세웠을 때 "안중근은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였다"고 비판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강제 징용, 독도 문제, 위안부 강제 동원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는 전임자와 생각을 맞춰왔다. 이를 보면 '스가 시대'의 일본이 이전과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아베 총리 시절 한·일 관계가 ‘혐한’ ‘반일’로 맞서며 악화일로를 달린 점에 비춰 볼 때 스가 시대에도 양국 관계의 급반전은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강제 징용, 독도 문제, 위안부 강제 동원 등 우리의 아픈 과거사와 관련해 그가 했던 과거 망언은 아베 총리와 판박이다. 

‘실사구시’형 외교 기대

하지만 다른 모습도 관측된다. 그는 아베 총리처럼 이념적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실무형, 전략가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비서관에서 시작해 총리까지 오른 일본에선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비세습’ 정치인이다. ‘혐한’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한 아베에 비해 이념을 덜 내세우고 결과를 중시하는 실용주의자라는 평판들이다. 

한마디로, 아베 총리가 국가주의의 신봉자라면 스가 차기 총리는 실용적 균형감각을 갖췄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이념형 외교’에 치우쳤던 전임 총리와 다른 ‘실사구시’형 외교를 기대해 봄직하다. 

아베 총리가 2013년 12월 자신의 지지층을 의식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때 측근인 그는 “경제가 우선”이라며 말렸다는 일화가 바로 그런 면모를 보여준다. 일본 내에서는 그가 조기 총선을 통해 ‘스가 체제’ 강화를 노릴 것이란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스가 총리가 최근 한 토론회에서 “한국 등 인접 국가들과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양자택일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접촉하면서 의사소통은 할 수 있는 외교를 하겠다”고 한 것은 전향적이다. 진정한 의사소통은 상호 존중이 담보돼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최소한 ‘혐한 정서’를 정치에 동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스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

새로 출범하는 '스가 정부'는 새 정부에 걸맞게 일본 외교노선 수정을 모색해야 할 것이고 우리 정부도 일본 총리 교체를 계기 삼아 대화 채널 확대에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역사인식 문제와 현실적 협력 사안을 분리해 대응하는 투 트랙 전략도 유용해 보인다. 

넓은 시야로 양국 관계를

그동안 양국은 위안부, 강제 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빚었고 이 대립은 수출 규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종료 논란 등 경제, 군사 영역으로까지 확대됐다. 그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양국 왕래마저 끊기다 보니 한일은 말 그대로 가깝고도 먼 나라가 되고 말았다.

이제, 한·일 양국 지도자는 보다 더 넓은 시야로 양국 관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인 코로나 방역 대책 및 코로나로 인한 경제 피해 최소화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두 나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현실화와 중국의 부상, 미·중 패권 경쟁으로 요동치는 동북아 지역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법원의 일제 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양국 갈등은 지난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뒤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한다. 오히려 한국 내 전범 기업 자산 매각이 현실화한다면 보복하겠다고 일본 각료들이 공언하는 등 자칫하면 더 나빠질 수도 있는 기류에 갇혀 있다.

일본의 추가 보복조치 등이 거론되면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도 있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한·일관계는 물론 한·미관계에도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에 큰 구멍이 뚫릴 수 있다. 그 피해는 양국 국민과 기업이 보게 된다. 

명분 얻으면서 배상 옵션 가능

양국에 놓인 문제의 핵은 강제징용 배상이다. 이전처럼 일본이 한국에 해결 책임을 떠넘기면서도 한국이 제시하는 해법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에서 벗어나 주고받는 실리 외교를 해야 한다. 

스가 정부가 진일보한 전향적인 자세를 갖는다면 갈등을 촉발한 징용 배상 문제도 해결 못 할 일이 아니다. 일본이 청구권협정의 문구를 지켰다는 명분을 얻으면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배상하는 여러 옵션이 가능할 수 있다. 

한국 법원의 일본 기업 재산압류 절차 등 제반 갈등 요소들은 상호존중 차원에서 완급 조절이 필요할 것이다. 양국이 소통을 차츰 넓히고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진정 사죄하는 자세를 보이면 한일관계도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일본 방문 길에 제안한 이른바 '1+1+α'(한국기업·일본기업·국민의 자발적 성금) 안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스가 총리가 이끌 일본 정부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응해 한일 관계를 새롭게 할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미래지향적 관계 물꼬 기대

그런 관점에서 스가의 '인물론' 명암(明暗)을 좀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으로서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할 때부터 한국에 강경 목소리를 내왔고, 최근 발언들에서도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어긋나 결론적으로 한국 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한 상태이고 문제 해결의 주체는 한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스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하겠다"며 강경 입장 유지 메시지를 잇달아 내놨다. 

하지만 스가는 “일본과 미국이 맺은 동맹관계를 기둥 삼아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확실하게 구축하겠다”고 말해 한국과 소통하겠다는 의향도 드러냈다. 가치를 공유한 한미일 간의 경제·안보협력을 위한 미래지향적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스가는 일본 정계에서 드물게 집안·학벌·파벌 없는 '3무(無) 정치인'으로 통한다. 아베 총리의 신사참배를 만류하는 등 실용적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우익 이념을 앞세우는 아베보다 실용주의 성향인 점을 들어 조심스럽게 기대를 표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과거사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일본 주류 보수와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한국과는 "양자 택일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적극 교류하고 항상 의사소통할 수 있는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발언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의 해법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발언들이다. 스가 신임 총리가 한일 관계에 대해 아베 정권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 지평을 열길 바란다.

반성 없이는 근본적 개선 불가능

지금 양국 사이에는 협력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일이 등을 돌리고 있으면 피차 손해다. 벽에 부딪힌 북핵 문제 해결과 일본이 도쿄올림픽까지 내년으로 미루도록 한 코로나19 대응 등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도 양국의 주력 산업 일부가 경쟁 관계에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양국 분업구조와 협력 관계를 통한 이익이 더 크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당면한 갈등을 풀어가려면 일본이 부당한 수출 규제를 거두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우리 정부와 국회가 피해자 인권을 존중하면서 징용 문제를 풀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원한다면 스가 시대의 일본은 달라져야 한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2일자 사설에서 한국과의 정상적인 대화 재개와 수출규제 강화 철회를 지적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일 양국은 스가 정부 출범을 관계 개선의 변곡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등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 없이는 근본적인 한·일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과거사 문제는 시간을 두고 협상을 통해 풀어가는 한편 경제·안보 현안에선 협력을 복원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민간 교류 활성화…관계호전 바탕 돼야

그런 시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베 전 총리는 임기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후 발표한 담화에서 적 미사일 요격을 넘어 ‘미사일 저지’ 능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방어를 넘어 적 기지에 대한 공격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퇴임하는 날까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노리는 아베의 처사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총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명분 삼아 군사력 강화를 꾀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일본의 움직임은 중국과 한국의 군비증강 압력을 높여 지역 군비경쟁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 신임 일본 총리는 전수방위 원칙을 훼손하고 평화헌법 정신에 반하는 이런 정책을 중단시켜야 한다. 

패권을 노린 중국의 급속한 영향력 확대와 북한 핵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한·일 관계 개선은 중요하다. 두 나라 관계를 호전시키려면 양국 민간의 이해 폭을 넓히는 게 바탕이 돼야 한다. 

당장 호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문화 스포츠 등 민간 교류라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소프트 외교’로 양국 간 긴장을 풀어 정치·외교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결정하고 문화 교류를 활성화한 것이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진 선례도 있다. 

대화 채널 복원에 노력을

과거사 문제는 일본의 분명한 사죄를 전제로 시간을 두고 협상으로 풀어 가는 한편 경제·국방 분야는 국익 차원에서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스가 총리의 최근 언급들은 한·일 간 외교적 대화 자체가 쉽지 않았던 아베 정권 때와는 달리 소통을 통해 더 이상의 관계 악화는 막아보겠다는 취지로 들린다. 

일본 차기 지도자가 이런 방침을 밝힌 만큼 우리 정부도 외교 당국 간 대화는 물론 특사 파견 등을 통한 고위급 대화 채널 복원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사라지다시피 한 정상외교의 부활도 시급하다. 

이미 정부 안팎에서 ‘누가 차기 총리가 되든 아베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일본의 정권교체를 한일관계 개선의 전기(轉機)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도 노력해야 한다. 마침 이번 연말 한중일 정상회담은 한국에서 열 순서다.

‘수교 이래 최악’ 극복해야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원한다면 스가 시대의 일본은 달라져야 한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함께 한국에 대한 배려, 존중의 자세를 되살려야 한다. 새로 등장하는 스가 내각이 현실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로 한국에 손을 내밀기를 바란다.

우리 정부도 전향적 사고를 바탕으로 포용의 정책을 펼쳐야 함은 물론이다. 일본 총리 교체를 한일관계 회복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국가 간 첨예한 이견을 해소하려면 타협과 절충을 통한 접점 모색이 필수다. 상호 명분은 살리면서도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긴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양측이 혐한 정서나 반일 감정을 국내정치에 동원하는 일부터 삼가야 한다. 건설적 대화로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 스가 새 총리 스스로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미래지향적 자세로 난마처럼 얽힌 한·일 관계의 매듭을 푸는 데 적극성을 보여주기 바란다. 

아베 정권과의 실패를 교훈 삼아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수교 이래 최악의 한일관계’에서 벗어날 길을 모색해야 한다. 스가 총리의 취임이 아베 시대의 한계를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